옛날 아주 먼 옛날 복숭아 빛 뺨에 자태가 고운 '소화'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어요. 어느 날 우연히 궁녀 '소화'를 본 임금이 그 아름다움에 반하여 빈으로 맞이하고 하룻밤 연을 맺어요. 그러나 임금은 그 이후로 빈의 처소에 한 번도 찾아오지를 않았대요.
하룻밤 사랑을 나눴던 임금이 다시 찾아오길 오매불망 기다리다 기다림에 지친 어느 여름날 소화는 영양실조와 상사병으로 쓸쓸히 세상을 떠나요. 모든 꽃들이 숨을 죽이는 한여름에 내내 의연하게 꽃을 피우는 '능소화'는 소화의 간절한 기다림이래요.
능소화는 시들지 않고 그 모양을 유지한 채로 '툭' 떨어지는 꽃. 그 기개가 독야청정하는 양반의 모습과 같다해서 양반꽃이라고도 불러요. 지금은 흔히 보이는 꽃이지만 당시에는 능소화가 권력의 상징이자 부의 상징이었어요.
그리하여 능소화의 꽃말은 '부', '명예', '영광' 그리고 '그리움' 이랍니다.
'능소화'가 저에게는 그리움의 꽃이었지만 당신에게는 부, 명예, 영광의 꽃이길 바라요.
나에게는 그리움의 꽃인 능소화가 피었다. 여름꽃인 능소화가 나에게는 또 뜨거운 열꽃이 되려나.. 얼굴에 열이 올랐다 내렸다, 마음에 태풍이 일었다 말았다... 한다... 아침엔 눈을 뜬 것에 감사했는데, 점심에 먹은 샐러드는 목에 걸렸고, 오후엔 내내 침울하다. 오늘 잠이 들 때는 뜨거운 열이 식기를 바라며..
목련꽃으로 시작된 나의 봄은 가고, 눈을 감았다 떴더니 6월도 가고, 7월이 시작되었다. 브런치마을에 마실도 다니고, 김수현드라마아트홀로 수업도 다니고 있지만 마음속 파도는 잠재워지지 않고, 머릿속 엉킨 실타래는 풀리지 않는다. 자격증 시험으로 도피하여 어쩌다보니 자격증 사냥꾼이 되어버린 것처럼, 또 이곳저곳으로 도망만 치는 것 같아 마음이 쓰리다.
저장과 발행사이에서 늘 고민을 하는 나는 자신의 감정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작가님들이 항상 부러웠다. 아픔도, 기쁨도, 불쾌함도, 유쾌함도, 속상함도, 고통도, 행복도.. 생동감 있는 감정표현이 그저 문장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솔직함으로 다가왔다. 솔직한 글은 전혀 생각지 못한 지점으로 나를 데려갔고, 다방면으로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한다. 다양한 생각이 들게 해 때론 어렵기도 했지만, 솔직한 글을 나는 좋아한다. 나는 그러지 못하므로.
나의 쓰기는 저장과 발행사이에서 발행으로 한발 내디뎠지만 나의 마음은 여전히 저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드러내는 것은 나에게는 참 힘든 일이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이유보다는 결론을 내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어디까지 드러내고, 어디까지 저장해야 하는지도 헷갈린다. 헷갈릴 때는 안 하는 것이 상책인데...
_ 2024년 07월 01일_ 헷갈릴 때는 안 하는 것이 상책인데, 열이 올랐다 내리기를 반복하는 날들이 잦아지면 제가 숨어들어갑니다. 어디로든. :) 때마침 이달 말일쯤 2024년 기사 2회 실기시험이 있다지요. 숨어들기 딱 좋은 날이라서 소식부터 전합니다. 실기시험을 보고 나면, 제 열꽃도 내려가 있길 바라봅니다. 더운 여름, 지치지 말고 언제나 건강하세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