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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초툰 Apr 17. 2024

독립출판 수업 듣기

새로운 것을 배우는 활력

 어릴 때부터 배우는 걸 좋아했다. 엄마의 별책부록으로 함께 따라간 컴퓨터 수업에서도 누구보다 빠르게 한컴 타자연습을 습득했다. (사실 수업을 듣는 분들은 모두 30대, 50대였고 나만 학생이었다.) 하얏트에 다닐 때도 리저브라는 예약 프로그램을 쓰는 데, 입사 첫날에 동기보다 빠르게 예약을 저장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가끔 머리가 아닌 손꾸락 문제로 예약을 잘못 넣는 경우도 발생했어도, 신입생 교육 자료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시스템을 파는데 열정적이었다.


메리어트는 마샤라는 메리어트에서 개발한 예약 시스템을 쓰는데, 거의 도스급 프로그램이었다. 그래서 예약을 만든다는 말보다 '오늘도 집을 짓는다'는 표현으로 한 땀 한 땀 예약을 완성해야 했다. 그 시스템을 보고 나서야 나는 호텔 매니저가 면접 때 나에게 묻는 질문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었다.

"혹시... 시스템 이런 거 잘 쓰시나요?"

"네?"

"우리 호텔 예약 시스템을 보고 너무 놀라지 마세요."

21세기에 도스라니, 새 파란색 바탕에 모스부호를 쳐야 할 것 같던 그 예약 시스템도 하루 만에 예약 팩스를 넣는 습득력을 자랑했다. 나를 알려주던 직원은 놀라며, 팩스기에 한가득 쌓여있던 예약 요청서를 한 움큼 쥐어 내 책상 위에 놓았다.

"대리님 이게 다 대리님의 연습을 위해서"

"아... 그렇군요."

새로운 대장을 평가하기 위한 테스트라고 생각하고 정말 열정을 다해서 집 여러채를 지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습득이 빨랐던 건 내가 똑똑해서도 성실해서도 아니었다. 그저 하나에 꽂히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ADHD적 성향때문에 빨랐던 것 같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의 심보로 손님 예약을 날리기도 하고, 내가 뭘 잘못 입력해서 대표 홈페이지에서 전체 요금이 사라져도 모른 척 다시 바꾸고 나는 배짱 있는 도전자었다.


그런 습득력을 있는 나였기에, 인디자인을 처음부터 배워야 하는 독립출판 수업을 과감하게 등록했다.


다행히 1주 차에는 책으로 만드는 주제와 책에 대한 소개를 2주 차에는 본격적으로 서체와 책에 그림이나 사진을 넣기 위한 과정과 표지 작업에 대한 설명이었다.

물론 그동안 만들어 놓은 그림의 크기가 크지 않아서 다시 그려야 했다.


*선생님은 책에 그림을 넣기 위해서는 적어도 3000픽셀 이상으로 작업하는 걸 추천해 주셨다.

*그림 파일도 웹 전용인 RGB가 아닌 출판전용인 CMYK 변환해야 한다.


나머지 시간은 퇴고와 맞춤법 검사 그리고 교정 교열이 이어졌고, 드디어 3 주차에 인디자인이라는 걸 배우기 시작했다.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도전이라는 링 위에 다시 나를 올렸다.


역시나 이번에도 삽질을 많이 했다. 페이지 표시하는 숫자를 글이 들어가는 박스에 올려두었다가 100페이지가 넘어서 깨닫고 처음부터 다시를 외치게 된 것이었다. 예전에는 이런 프로그램쯤 씹어먹었을 텐데. 씁쓸해졌다.


나이가 드니 의심만 많아져 이게 맞나?라고 의심하다가. 다시 하기 귀찮은데. 어떻게 이걸로 안될까? 나 자신과 대화한 시간만 1시간. 6시간 만에 원고를 모두 인디자인에 올릴 수 있었다.


과연 이게 책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심으로 추가 15분가량 더 쳐다봤던 것 같다.


선생님이 책 제목은 악마의 심리상담소가 다소 직관적이니 책이 말을 거는 것 같은 느낌으로 바꾸면 좋겠다고 조언을 해주셨다.


그래서 아직 고민 중이다. (악마의 심리상담소를 왜 다시 브런치 북으로 묶으셨지? 궁금하셨다면 어설프게나마 나만의 샘플 북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다.)


어서 더 말해줘요 당신의 속마음이라고 해봤는데 딱히 와닿지 않는달까? 앞으로 남을 일정도 열심히 배워봐야지. 혹시 추천하고 싶은 제목 있으시다면 알려주세요~

언젠간 내 책뿐만 아니라 작가님들이 책도 인디자인으로 샤샤샥?을 꿈꿔본다.


PS. 기억의 그림자는 이틀 동안 6시간 동안 인디자인과 싸워서 쉬어가요. 다음 주에는 예정대로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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