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려요 날씨도 사탕도

8월의 하트

by 씬디북클럽



♡ 8월 하트 수집 일기 ♡


나 : 빨강, 언제 이렇게 형님이 된 거야? 왜 이렇게 멋져졌어?

빨강 : (대답 없이 하던 색칠을 계속한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걸 놓치지 않았다.)

나 : 동생도 많이 컸어? 형님 되니까 어때? 좋아?

빨강 : (3초 정도 쉬고) 힘들어.



주황 : 이거 먹어.

나 : '선생님, 이거 드세요.'라고 해야지.

주황 : 선생님, 이거 드세요.

나 : 잘 먹겠습니다. (와구 와구)와, 정말 맛있다.

주황 : 많이 먹어. 그래야 키가 쑥쑥 크지.



나 : 선생님 머리 묶는 게 이뻐, 푸는 게 이뻐?

노랑 : 푸는 게 이뻐.

나 : 선생님 머리 푸는 게 이뻐, 묶는 게 이뻐.

노랑 : 묶는 게 이뻐.

나 : 정확히 말해 줘. 어떤 머리가 더 이뻐?

노랑 : (귀찮다는 표정으로) 다 이뻐.



초록 : 강소영 선생님, 약과 먹어요.

나 : 어머나, 나 주려고 가져온 거야?

담임 선생님 : 초록이가 친구들 주려고 가져왔는데, 딱 하나 남은 거 자기가 안 먹고 선생님 드리고 싶은 가 봐요.

나 : 어머나, 초록이 약과 좋아하는 거 아냐? 선생님은 안 먹어도 돼.

초록 : 나 약과 싫어해요.

나 : 정말 선생님이 먹어도 돼? 고마워. 잘 먹을게.

(감동의 물결, 초록이 보란 듯이 껍질을 뜯어 그 자리에서 맛있게 먹었다.

초록 : 나 약과 안 좋아해요... 나 약과 싫어해요... 나 약과 안 좋아해요... 나 약과 싫어해요...


그날 오후 초록이는 내게 여러 번 약과 이야기를 했다. 너 실은 약과 정말로 좋아하는 거 맞지?



나 : 여러 가지 탈 것 가운데 선생님이 문제를 내 볼게. 무엇일까 무엇일까 맞춰 보아요. "나는 아주 커. 나는 아주 많은 사람들을 태울 수 있어. 하나 둘셋넷 나는 바퀴 네 개로 씽씽 달릴 수 있어." 정답은?

파랑 : 이층 버스!

나 : 음... 거기에서 '이층'을 빼면?

파랑 : 일층 버스!



남색 : 선생님, 우리 소꿉 놀이 하자.

나 : 그래. (놀이하다 갑자기 떠올라서) 오늘 선생님 설거지를 안 하고 왔네.

남색 : 그럼 누가 해?

나 : 우리 집에 사는 오빠가 했어. (아들에게 설거지를 부탁하고 출근했던 날이다.)

남색 : 엄마는 어디 있는데?

나 : 내가 엄마야.

남색 :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나 : 선생님이 집에서는 엄마라고.

남색 : 응? 왜?



보라 : 선생님, 아빠 보고 싶어.

나 : 선생님도 아빠 보고 싶다. (아.. 정말 보고 싶다...) 보라 아빠한테 전화해 볼까? (장난감 전화기를 건네 역할 놀이를 시도한다.)

보라 : (전화기를 귀에 대고) 응... 여보?... 어디야?... 사무실?... 언제 와?... 알았어.

나 : (배를 잡고 웃느라 정신을 못 차리는 중)






일주일 간의 휴가를 보내고 왔다. 1년 차 연장반 교사에게 허락된 연차는 단 11일. 소중하고 귀중한 닷새를 보내고 왔다. 열댓 살 차이나는 동기 선생님은 나를 보자마자 "선생님, 너무너무 보고 싶었어요." 하며 절을 하셨다. 나도 웃으면서 맞절을 했다. "누가 제일 보고 싶으셨어요?"라는 질문에는 바로 답하기가 힘들었다. '누구'를 고르기 힘들어서였을까. '누구'도 떠오르지 않아서였을까.



올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덥다'라는 말로는 한없이 모자라다. 에어컨을 틀어도 덥다. 살짝 챙겨 온 간식이 녹아버렸다. 미술용 풀이 잘못 세워져 있었는지 주르륵 흐른 그대로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도보 10여 분의 거리지만 8월의 절반 정도는 차로 출퇴근했다. 가슴 쪽과 겨드랑이 언저리의 옷을 깔끔한 상태로 출근할 자신이 없다.



7월의 모든 월요일에는 채찍비가 내렸다. 열심히 준비한 물놀이를 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내게 선배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8월이 있잖아요." 8월의 월요일에는 하루만 빼고는 날이 흐렸다. 아이들은 수영복을 입고 튜브 물총으로 그 하루를 신나게 놀았다. 낮잠 시간에는 뻗어 잠이 들었다. 점심도 간식도 잘 먹었다. 연장반 시간에는 피곤하다며 누워 쉬는 아이들이 많았다. 연장반 선생님은 아이들을 쉬게 했고, 여자 친구들의 덜 마른 머리를 말려 새로 묶어주곤 했다.



목덜미에 닿는 머리카락조차 귀찮던 시절 지나간다. 에어컨 바람에 목덜미가 서늘한 계절로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