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시, 제주에 간다면

제주 버킷리스트 10) 아침 바다 산책

by 씬디북클럽



바다 드라이브만큼,

바다 뷰 카페만큼,

제주에서 하고 싶었던 건 바로

아침 바다 산책이었다.






나는 산보다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과거형으로 쓰지만, 지금은 산을 바다보다 좋아한다고도 쓰지 않는다.) 걷기보다는 헤엄치기를 좋아했다. 철썩이는 파도를 외감으로 바라보았다. 바다는 역시 바라보기만 해선 안되었다. 맨발로 바다로 뛰어들곤 했다. 발만 적셔야지 했다. 발만 적셔서는 성이 차지 않았다. 온몸을 던져 기어이 질퍽한 몸으로 빠져나오곤 했다. 즐거웠다. 좋았다.



점점 바다를 바라만 보는 것이 좋아졌다. 물에 들어갔다가 흙이 발에 묻고 다시 씻어야 하는 것이 귀찮고 번거로웠다. 어들고 싶은 마음을 잠시만 다스리면 몸이 덜 귀찮고 덜 번거로웠다. 나는 바다를 바라만 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첫날 펜션 앞에 바다가 있었다. 배들이 정박해 있고 작은 물놀이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광활한 느낌은 없었지만 그래도 바다는 바다였다. 시 자전거길을 떠나는 부자 라이더를 배웅하는 길, 늦겨울의 윤슬과 초봄의 파도가 공존하는 제주 바다. 용한 아침은 온통 내 것이었다.



한참 같은 잠시 동안 바다를 바라보았다. 딸이 자고 있는 펜션으로 돌아오는 길, 미처 보지 못했던 작은 건물과 파란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제주 올레 안내소'라고 쓰여 있는 작은 건물. 그리고 바로 앞을 지키는 파란 말 모양의 조형물. 안을 살짝 열어보니 스탬프가 들어 있었다. 아마도 제주 올레 길을 걸으며 인증 스탬프를 찍는 것인 듯했다. 그 많고 길 여정 중의 한 곳이었다.



살짝 살펴만 보고 지나치는데, 가방을 멘 두어 명의 일행이 웃고 떠들며 지나갔다. 인증 스탬프를 찍고 향하던 방향으로 계속 걸어갔다. 잠시 후 어느 한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아직은 매선 바람에 얇은 점퍼가 추워 보였다. 입을 가린 얼굴 안으로 추워 보이진 않는 눈빛이 스쳐갔다. 그이 역시 스탬프를 찍고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짧은 순간 그 모습이 그림처럼 오래 남았다. 나의 다음 제주 버킷리스트가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다시 제주에 온다면,

혼자서 걷고 싶다.


제주 올레길 스탬프를 찍으면서

제주 바다의 윤슬을 오롯이 담고 싶다.


힘이 들면 쉬어 가고

쉬다 보면 다시 걷고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은 거기까지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 다독이는 법을 배우고 싶다.


나의 호흡에만 집중하고

나의 기분에만 신경 쓰고 싶다.


나의 마음과 생각을

나와 나누고 깊이 빠져들고 싶다.


다시 제주가 간다면,

꼭 그러고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