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l, "replied Charlotte, "you must try to build yourself up. I want you to get plenty of sleep, and stop worrying. Never hurry and never worry!
(E.B.White, Charlotte's Web)
원서로 읽은 '샬럿의 거미줄' 가운데 좋아하는 부분이다. 고민에 빠진 아기 돼지 윌버에게 거미 샬럿이 조언하는 장면. 푹 자고 걱정하는 것을 멈추라고. 서두르지 말고 걱정도 하지 말라고. 라임이 딱 맞는 것이 마음에 든다. 여러 인생 문장들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3월이 시작된 지도 절반이 지났다. 새해 계획을 세우지도 못한 채 시작한 2024년, 오랫동안 해 오던 새벽 기상도 그만두었다. 흐지부지 두 달을 보냈다. 음력 새해가 지나면 새 마음을 먹어야지. 3월이 되면 시작해야지. 새 계절이 되면 달라져야지. 마음 다져 먹기만 여러 차례, 그마저도 흐리멍덩하다.
아이들의 3월도 2주로 접어들었다. 새 학기 새 학교 새 반 새 선생님 새 친구 새 학원 새 스케줄, 모든 것이 새롭다. 각자 다른 교복을 입은 아이들을 차로 데려다주고 나면 한숨이 몰려든다. 쌓여 있는 빨래와 설거지, 오늘 내에 처리할 잡다하지만 중요한 일들, 간식과 저녁을 미리 챙기고 출근을 하기 전까지, 나만을 위한 시간은 귀하디 귀하다.
제주에 다녀온 지 한 달이 지났다. 기억이 옅어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에 귀하디 귀한 시간을 쪼개고 쪼개 썼다. 밀린 일기를 쓰듯 꾸역꾸역 썼다. 누가 검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누가 내 일기 같은 글을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그래도 썼다. 그러고 싶었다. 그래야만 했다.
아무것도 않고 쉬기만 해야지 했던 버킷리스트는 당연히 지키지 못했다. 어쩌면 지키지 못할 걸 알면서도 그러고 싶어 버킷리스트라는 핑계로 목록에 넣었는지 모르겠다.
계속해서 동선을 검색해 운전해서 이동했고, 가족의 유닛활동을 위해서는 시간 장소의 효율성을 챙겨야 했다. 확실하게 놀지도 쉬지도 여유를 부리지도 못했다. 하지만 놀았다고 쉬었다고 기억하고 싶은 몇몇 장면들은 분명히 있었다. 펜션에 놓고 온 짐을 가지러 도로 온 길을 가던 바다 드라이브에서 만난 2월의 윤슬, 한숨 돌리면서 마시던 커피 한 모금, 도로에 차를 세우고 맛보던 천혜향 한 입, 내 다리 곁에 몸을 비비적거리던 이름 모를 강아지의 뭉근한 환대, 아직 완전히 여물지 않은 유채꽃의 노란빛.
기억을 기록하려면 사진이 필요했다. 사진들을 넘기고 고르면서 짧디 짧았던 제주의 시간으로 거슬러 갔다. 함께 먹은 음식, 함께 걸은 길, 함께 웃던 순간.찰나의 미소는 영원의 추억이 되었다.
이응으로 마치는 말이라 그런가. 괜스레 부드럽게 통통 튀는 느낌이 드는 말. 놀멍 쉬멍. 놀면서 쉬면서, 쉬다가 다시 내 일을 하면서. 걱정을 안 할 수는 없겠지만 내려놓는 법도 배워가면서, 걱정할 시간에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그렇게 오늘 하루를 보내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