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흐르는 피아노 연주곡,145도 정도 될까 거의 누운 자세, 바로 위 천장엔 눈이 부시지 않은조명. 두 눈부릅뜨고 정신 맑게 있기 쉽지 않을공간 맞네.
한 달에 한번 치과에 다닌 지만 3년이 되었다. 두꺼운 안경을 쓰고 머리숱도 손등 털도 많은 의사 선생님은 언제쯤 끝이 나겠다는 말씀은 없으셨다. 길고 지루한 치아 교정 여정의 끝 말이다.
"소영이, 치아 교정해 줘요."
일 년에 두 번 보는 막내 고모는 만날 적마다 얘기했다. 고모 앞에선 입을 벌려 웃기도 밥을 먹기도 부담스러웠다. 딸바보 갑천 씨는 교정 안 해도 예쁘다고만 했다. 그럴 만한 돈이 없다는 말을 객관성을잃은 딸칭찬으로 대신했다.
"그 돈으로 여기에와 보면 어때?"
알고 지낸 지 10년 넘은 아주머니는 딸들과 뉴질랜드에서 머물고 있었다. 친구 따라 교정 상담을 다녀온 직후였다. 언제 외국에 가서 공부할 기회가 있겠어. 나중에 취직해서 돈 벌어 교정하면 되지. 스물두 살의 고민은 신중했고 결정은 신속했다. 교정에 들 비용으로 짐을 싸고 비행기를 탔다.
"괘안타, 교정 안 해도 예쁘기만 하다."
이빨괴물이라고 놀리던 남자 친구를 두고 온 어학연수였다. 같은 반 같은 동네 부산오빠의 툭 던지는 말에 덜컥 그 품에 안겨 버렸다. 같은 집 같은 침대에서 살기로 해 버렸다.
"신부님, 어떤 표정이 자신 있으세요?"
자신 있는 표정이라뇨. 없어요. 한 개도 없어요. 돌출된 입은 다물어도 부자연스럽고요. 입 벌리고 자연스럽게 웃으라고 하지 말아 주세요. 옆모습은 특히나 싫으니 절대 찍지 말아 주세요. 그저 눈 동그랗게 뜨고 입가는 미소만 살짝. 그거면 충분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와이프 지인이니 더 잘해 드릴게요."
딸아이와 다닌 문화센터 수업에서 만난 세 살 많은 언니는교정장치를 끼고 있었다. 치과 의사인 언니 남편은 치아 교정에결코 늦은 나이가 아니라고 했다.내 생각에 나는 늙고 늙은 서른한 살이었다.
"괘안타. 교정 안 해도 예쁘기만 하다."
월급쟁이인 나의 남편은 그럴 만한돈이 없다는 말을 통하지 않을 거짓말로 대신했다.NZ에서 했던 말과 토씨 하나 틀림이 없었다. 이 남자 AI였나 봐.
"교정하면 더 이쁠 텐데."
'더'라는 부사에 초점을 맞췄는지 '이쁘다'는 동사에 중심을 두었는지 불명확하다. 나를 아껴주던 두 언니들의 아쉬움 한가득 말들. 두 분 모두 내 나이 즈음에 교정을 했다고 했다. 그냥 말없이 배시시 웃었었다.
"따님보다
어머님이 하셔야겠는데요."
6학년딸의 교정 상담을 받으러 간 자리. 부모의 치아 이력을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마스크를 내리자마자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60대 어르신 중에 교정을 하는 분이 있다는 말에 마음이 마구 흔들렸다. 청소년 비용과 성인 비용을 함께 문의했다. 절대 만만한 비용이 아니었다. 우리 형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