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깍두기 깨물어 먹지 마세요. 사탕류도 가급적 드시지 마세요. 탄산음료도 가능한 한 자제하세요.
커피나 와인은 치아에 착색될 수 있으니 적게 드시고 바로 양치질하세요. 특히 카레는 교정 장치와 고정시킨 고무줄을 노랗게 만들어요. 카레를 먹고 나면 칫솔모도 노랗게 변해서 아무리 헹구어도 원래 색으로 돌아오지 않아요.
맥주요? (웃음) 맥주는 드셔도 돼요.
바나나, 삶은 감자나 고구마, 오뚜기 크림수프, 우유, 부드러운 카스텔라.
교정 기간 중 최대의 상실감을 느꼈던 발치의 일주일 동안에는 돌려 가며 먹은 메뉴들이다. 혀로 녹여서 천천히 삼켰다. 거의 씹지도 않았다. 이유식 중기 정도의 식단이었을까.
외식도 거의 하지 않았다. (아, 장을 봐서 집에서 매 끼니를 요리했다는 뜻은 아니다.) 코로나 시대가 이유이기도 했고 아니기도 했다. 교정 장치를 끼고 음식을 먹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불편했고 찜찜했다. 장치 사이로 자주 음식물이 끼었다. 치간 칫솔로 정리하고 워터픽 강력한 단계롤 물을 쏴 주고 양치질을 하고 치실을 사용해야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외식을 하면 바로 양치질을 할 수 없어서 찝찝했다. 특히 발치를 한 공간 사이로, 옥수수 보리 등 큰 곡식들이 제대로 끼곤 했다. 큰 덩어리들을 빼거나 그것들이 빠지는 쾌감은 딱히 설명할 방법이 없다.
삶은 감자, 바나나, 오뚜기 크림수프... 잘 먹겠습니다...
누군가와 만나는 약속에도 가급적 식사는 피했다. 코로나 거리 두기 핑계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교정 장치를 끼고 음식을 먹는 것을 다른 이에게 보이는 것이 싫었다. 실은 아무도 나의 교정 장치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은 한참 뒤에 알았다. 심지어는 교정 장치 착용 자체를 모르고 있던 이들도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식사 대신 커피나 빵 케이크 디저트 정도만 먹는 경우를 택했다. 커피는 뜨겁든 차갑든 반드시 빨대를 이용했다. 최대한 치아에 닿지 않고 바로 목구멍으로 넘기려 부단히 노력했다.
교정 초기에 꽂혔던 음식은 크루아상이었다.
겉바속촉 겹겹이 뜯어지는 식감을 좋아했다. 특히 햄과 치즈, 신선한 채소를 듬뿍 넣은 크루아상 샌드위치는 오랫동안 최애 메뉴가 되었다. 입을 크게 벌려 한 입 깨물어 먹으며 재료의 조합을 온전히 느끼는 행복... 까지 느끼지는 못했다.
크루아상의 '겉바'는 치아 사이사이에 골고루 끼었다. 햄이며 치즈며 아주 제대로 이 사이에 끼었다. 초록빛은 말할 것도 없었다. 포장해 와서 가위로 최대한 여러 등분으로 잘라 한 입에 넣고 우적우적 먹었다. 카페에서 주문해 바로 먹을 수 있는 우아한 기쁨을 종종 포기했다.
모두 교정 초기의 이야기이다. 모든 음식을 모든 식당과 카페에서 마음껏 먹었다. '교정 다이어트'라는 말은 나와는 관계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