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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씬디북클럽 Apr 16. 2024

오랜 교정의 지난한 얼굴

나의 치아 교정 일기 #4 과정



치아 교정을 위한 상담 검사 준비 발치의 과정이 끝이 났다.


그 이후로는 4주에 한 번씩 약속을 잡고 치과를 방문하는 기나긴 여정이 이어졌다.


수십 년 경력의 치과 선생님도 그 끝을 장담할 수 없는 지난하고 길기만 한 시간들이었다.







교정이란 단어를 네이버 어학사전에서 검색해 보면 다음과 같다.


교정 (矯正)

1. 명사 틀어지거나 잘못된 것을 바로잡음

2. 명사 교도소가 소년원 따위에서 재소자의 잘못된 품성이나 행동을 바로잡음

3. 명사 골절이나 탈구로 어긋난 뼈를 본디로 돌리는 일




2번의 의미는 당연히 아니고.


고르지 않게 비뚤게 나거나 어긋나고 튀어나온 이를 바른 모양으로 잡는 것이니 1번의 의미에, 잇몸과 잇몸 안의 뼈의 지지가 필요하니 3번의 의미를 조금 더할 수 있겠다.


덧니나 뻐드렁니가 나쁘고 잘못된 것이라고,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싶지는 않다. 개인의 만족도와 선택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나쁜 개가 없듯이 세상에 나쁜 이도 나쁜 눈도 없을 테니.






내가 겪은 치아 교정 과정은 다음과 같다.


(제가 다닌 교정 치과의 과정으로, 타 병원과는 상이할 수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1. 개인의 치아 배열과 잇몸 공간에 따라 발치 여부를 결정한다.


윗니의 오른쪽 왼쪽 4번 치아 2개, 아랫니의 오른쪽 왼쪽 4번 치아 2개, 총 4개의 치아를 뽑았다.  개인적으로는 인생 최대의 상실의 경험이었다.




2. 치아 표면에 작은 크기의 교정 장치를 부착한다.


새끼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장치로 메탈, 세라믹, 클리어 세 종류가 있다. 나는 세라믹, 딸은 클리어 장치를 부착했다. 하얀 색상의 세라믹이 그나마 덜 눈에 띄는 이유에서인지 가장 고가로 알려져 있다.   




3. 장치의 작은 구멍들을 이용해 장치와 장치 사이를 철사로 연결한다.


철사를 구멍에 넣어 연결하고 자르고 조이는 과정에서 펜치 같이 생긴 도구와, 가위 모양의 빠르게 빙글빙글 돌리는 도구를 볼 수 있다. 선생님들의 빠르게 움직이는 손놀림에 눈을 감고 있으면서도 감탄했다.


장치에 작게 돋은 돌기에 투명한 고무줄을 끼워 철사의 당기는 힘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고무줄은 개인이 뺏다 끼울 수 있다.)




4. 철사는 가는 것에서 시작해 점차 굵은 두께로 조절된다.


처음의 가는 철사는 별 느낌이 없어서 이 정도면 할 만하다 싶었다. 점차 두께가 굵어지면서 욱신거리는 통증을 느낄 수 있다. 통증이 있을 때는 타이레놀과 그저 시간이 흐르는 것, 두 가지가 답이다.




5. 진행 상황에 따라 잇몸 뼈에 스크루를 박아 고무줄로 장치와 스크루를 연결해 치아에 더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뼈에 나사를 박는 작업이다.


나사가 들어갈 잇몸뼈에 구멍을 뚫는 것이니 말 그대로 뼈를 깎는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잇몸에 마취 후 스크루를 박는다. 나는 총 3개의 스크루를 박았다. (스크루 1개당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교정 비용은 추후 기록할 예정이다.) 스크루를 박은 하루 이틀은 헥사메딘 액(클로르헥시딘글루콘산염액)으로 일 1회 가글을 하여 감염을 막았다.




6.  정기 진료 과정이 반복된다.


치아 배열 상태를 확인하고 철사의 굵기 조절을 결정한다. 일 년에 한 차례 정도 엑스레이를 찍어 진행 상황을 확인한다. 스케일링을 하고 철사를 뺐다가 다시 꽂았다. 더 이상 지탱할 필요가 없으면 스크루를 뽑기도 했다. 뽑은 자리에는 빨간 점이 생겼다 금방 없어졌다. 다시 4주 후의 예약을 잡는 과정이 무수히 반복되었다.








6번 과정의 반복이 가장 오래 소요된다.


첫 장치 착용 후 이삼일 후에 불편한 곳은 없냐는 안부 전화를 받았다. 괜찮다는 말과 더불어 음식 섭취 주의 사항을 질문했다. 술을 마셔도 되냐고 물었다. 마셔도 된다는 웃음 섞인 답을 들었었다. (교정 중 음식 섭취에 대해서는 추후 기록할 예정이다.)


매 진료마다 전화가 오는 것은 아니지만, 철사가 두꺼워졌거나 스크루 진료 후에는 반드시 전화가 왔다.


한 번은 앞니를  손으로 건드렸는데 눈에 보이게 흔들였다. 이가 빠지는 건가, 자리를 바꾸는 건가 깜짝 놀라 퇴근길에 급히 치과를 방문했다. 치아가 전체적으로 이동하는 중이니 그럴 수 있다고, 일부러 손으로 만지거나 흔들지 말라는 답을 들었다. 내가 건드리는 대로 치아가 움직이다니. 식겁했던 순간이다.


교정 초반 한두 달 사이에는 언제 이렇게 가지런해졌다 싶을 정도로 이의 배열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보이지 않게 더딘 속도지만 천천히 발치한 공간이 메워지는 것이 신기했다. 대한민국 치과 의료 기술의 발전이란. 혼자서 감탄했다.

 

그마저도 특별히 눈에 보이는 결과물 없이 이어지는 한 달 두 달이, 서너 달로 접어들면서는 서서히 지쳐갔다. 적지 않은 나이로 시작했으니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거란 말은 첫 상담 때부터 들었었다. 각오는 했지만, 2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자, 힘들고 지치고 마음이 조급했다. 마스크를 신체 일부처럼 착용하던 팬더믹도 끝이 나자 조바심은 짜증이 되었다. 결국에는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언젠가 끝나겠지. 그런데,



그 '언젠가'는 

도대체 언제 올 건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정해진 날짜에 맞춰 치과에 방문하고, 음식을 먹고 나서는 양치질을 열심히 하는 것 밖에는.


교정 치료를 시작하자마자 구매한 워터픽으로 입 안을 강력한 물줄기로 씻어내고 치실치간 칫솔을 이용해 치아 사이와 잇몸 구석을 닦았다. 교정 칫솔은 칫솔모가 살짝 파여 있어 교정 장치들이 들어갈 공간에 칫솔질을 도와준다.


모든 과정들이 일상이 되어 갔다.


마흔의 가을에 시작한 치아 교정이 마흔넷의 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덧) 제목은 칼 윌슨 베이커의 시 '오랜 슬픔의 다정한 얼굴'에서 착안했습니다.

치아 교정의 긴 시간은 오랜 슬픔이 되었습니다...



만개한 벚꽃처럼 활짝 웃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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