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어머님을 부탁해
모녀 북클럽 #9-2 <엄마를 부탁해>
세 번째 질문입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 엄마 음식은 무엇인가요? 엄마표 음식을 자랑해주세요.
김여사 : 중학교 다닐 땐 설천천 건너면 충북 영동군 용화면이었는데, 거기 애들이 우리 학교에 다녔어. 비가 많이 오고 어둑하면, 우리 집에 서너 명 데려 와 재운 날도 수두룩하지. 용화 면장 딸은 완전 단골이었고, 그럴 땐 엄마가 김치국밥을 끓여주는데, 국수도 넣고 어떨 땐 수제비를 떠 넣어 주시기도 했어. 멸치 몇 마리 넣고, 김장 김치 송송 썰어 넣고, 듬성듬성 감자 썰어 넣고, 쌀 넣고 걸쭉하게 끓인 김치국밥! 정말 맛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맛이 안 나. 봄엔 쑥으로 밀가루 술술 뿌리고, 설탕이 귀할 때라 뉴슈가 넣어, 달달하게 ‘쑥 털털이’해서 친구들하고 숙제하는 방에 한 양재기 넣어 주면, 다 같이 맛있게 먹었지. 요즘엔 보기 드문 탁주로 만든 빵도, 그 위에 콩이나 옥수수 섞어서 만들어 주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엄마가 얼마나 힘들고 귀찮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여사 : 엄마표 음식이랄 것도 없이 식재료가 귀하던 시절, 정성으로 해 주셨던 음식 모두가 맛이 있었어요. 여름밤이면 마당에 쑥 태우며 모깃불을 피워 놓고, 밀 방석에 둘러앉아 직접 밀가루 반죽해서 방망이로 밀고 썰어, 감자랑 호박 넣어서 끓여 먹었던 칼국수. 그 맛 잊지 못해요. 인천에서 살 때는 지하실 보일러에 사골을 푹 고아서 끓여 주셨던 설날의 떡국. 지금의 나는, 사골 끓이는 게 귀찮고 번거로워, 시중에 판매하는 상품으로 대신하며 살고 있어요. 그 정성 헤아리며 추억에 젖어봅니다.
Y : 저는 엄마표 음식은 그냥 다 오케이입니다. 버섯이 들어 간 미역국과 카레만 빼고요... 그중에서도 꼭 꼽아야 한다면 잡채입니다. 엄마가 해주시는 잡채는 뭐랄까... 그날 엄마의 기분으로 간이 맞춰지는 것 같습니다. 엄마가 기분 좋은 날의 잡채, 화나는 날의 잡채, 귀찮은 날의 잡채, 하하. 엄마가 명절에 뭐가 먹고 싶냐고 물으면 지금도 “잡채!"라고 대답하는데, 맛도 맛이지만, '우리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라는 궁금증도 더해집니다.
씬디 : 저는 엄마표 김치찌개를 좋아해요. 고기를 잔뜩 넣는 것도, 다른 비법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냄새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여요. 축 늘어진 김치를 건져 먹고, 국물에 밥 비벼 먹고, 끄트머리만 남아도 안 버리고 아껴서 다 먹게 되어요. 그리고 싱거운 듯 심심한 엄마표 나물 반찬도 좋아요. 어렸을 때는 싫었는데 점점 그런 음식들이 좋아지네요. 저도 나이 들어 가나 봐요.
네 권의 <엄마를 부탁해>
네 번째 질문입니다.
엄마에게 해드리고 싶은 선물은 무엇인가요? 해드리고 싶었는데 못했던, 또는 앞으로 꼭 해드리고 싶은 선물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김여사 : 엄마가 지금 옆에 계신다면, 온천에 모시고 가고 싶어요. 오 남매 키우시느라 고생하신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드리고, 맛있는 음식점도 찾아다니며 많이 웃으시게 하고 싶어요. 잔병치레를 많이 하셔서, 병원 신세에 엄마 얼굴을 늘 어두웠어요. 이젠 해 드릴 수도 없는 꿈이지요. 옆에 계실 땐 항상 그렇게 계실 것 같아 소홀했던 점 많이 뉘우쳐집니다.
이여사 : 이제 엄마에게 선물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음이 절절히 느껴지네요. 저는 성경책을 선물하고 싶어요. 엄마는 친정이 기독교 집안이라는 걸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알았어요. 외할아버지가 무릎에 앉혀 찬송가도 부르시고, 시골 예배당에서 설교 말씀도 하셨으나 철저한 유교 집안에 시집오셨으니 오롯이 이 씨 집안에 뼈를 묻으신 거지요. 노년에는 교회 가시는 걸 즐거워하셨습니다. 엄마도 자식이 화목한 것이 기쁨이고 행복이라 여기셨을 것 같아요. 생전에 여행이라도 같이 여러 번 가지 못해 한스럽습니다.
Y : 엄마에게 필요하고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은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이든 값진 무엇을 드리는 것은 엄마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봅니다. 마음을 내고 안온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도 물론이고요. 엄마가 기뻐 행복을 느끼실 수 있는 모든 것을 드리고 싶습니다. (외손주는 빼고요.)
씬디 : 엄마와 책을 읽고 나누는 '모녀 북클럽'에 대한 글을 쓰고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책으로 출간하고 싶고요. 안쪽에 '사랑하는 엄마에게'로 시작하는 저자 사인을 담은, 저의 첫 번째 책 선물을 하고 싶습니다.
다섯 번째 질문입니다. 마지막 질문이기도 합니다.
엄마가 지금 내 앞에 계신다면, 어떤 말을 건네고 싶으신가요?
<엄마를 부탁해> 질문 나누기 10번째 질문이기도 합니다.
김여사 : 엄마가 옆에 계신다면, 꼭 껴안고 사랑한다 할 거야.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이여사 : 사랑하고 좋아하고 고맙고 고맙다고. 그 어떤 말로도 표현이 모자라죠. 엄마.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저도 엄마처럼 조금 서운한 게 있더라도 보듬고, 오해와 상처를 씻어주는 그런 엄마로 살게요.
Y : 엄마 없으면 못 살아요. 건강하세요. 사랑해요.
씬디 :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지금 엄마랑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하려고 할게요. 언제나 내 편,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p.s. 네 명의 모녀가 모여 일주일간 카톡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정도서는 <엄마를 부탁해> 였지만, 완독의 부담을 드리지는 않았다. 예정된 일주일 후 단체톡을 편히 나가셔도 좋다 했는데, 아직도 네 명이 함께 있다. 그리고 이 공간에서 앞으로도 오래 함께 있게 될 것만 같다.
정말 쉽지 않은 자리인데, 마음을 열고 기억과 추억을 나누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