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성인이 된 26살 제자들의 중3 시절 이야기. feat 초코파이
학원을 오래 운영하다 보니 벌써 성인이 되고, 결혼하고, 자녀가 있는 제자도 있다.
그중에서도 학원의 번성기를 누리게 해 준 아이들과의 일화이다.
당시에는 내가 출산과 육아로 인해 잠시 학원을 비웠다가 1년 만에 다시 돌아왔을 때이다.
나보다 키가 작았던 아이들이 내 키를 훌쩍 넘었고, 목소리도 변성기가 오더니 제법 청소년의 티가 났다.
남학생들이 득실득실했던 중3학년 교실
이 수업이 끝나면 교실 안에는 성장기 남자아이들의 호르몬 냄새로 가득했다.
환기는 필수다.
이 아이들은 남자 원장 선생님하고 수업을 했는데 선생님과의 합이 참 잘 맞았다.
원장샘은 아이들을 혼낼 때는 무섭게 화내시는 분이다.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신.
아이들을 위해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수업을 진행하시다가도 열심히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얄짤없다.
어느 순간부터 남학생 무리 몇 명의 지각이 잦았다.
원장샘은 경고를 했다.
- 늦지 마라. 변명은 필요 없다. 공부할 자세가 아니다
그 후로 원장샘은 수업이 시작되면 강의실 문을 잠그셨다.
지각한 학생은 교실로 못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나에게 와서 안타까운 눈빛을 보낸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에 원장 선생님께 꼭 문까지 잠거야겠느냐 이야기도 했지만, 사실 이건 내가 나설 일이 아니었다. 선생님의 철학이 있는 것이고, 아이들도 지각하면 안 된다는 것을 꾸짖어 줄 어른이 필요하니 말이다. 미리 와서 수업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했다.
지각한 아이들은 기존 진행되던 수업의 강의 챕터 부분이 끝나면 '앉았다 일어났다' 혹은 '지각하지 않겠습니다.'같은 호령을 외치고 수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남자원장선생님의 문잠금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사건이 발생한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옆 강의실 수업을 들어갔고, 이 날도 몇 명의 아이들이 뒤늦게 후다닥 강의실로 뛰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에휴 저런, 늦지 말라니까.
이라고 생각하고 문밖을 슬쩍 바라보니 어머 웬걸
남자아이들 무리가 초코파이케이크를 만들어서 초를 붙여서 문 앞에 서 있다.
무슨 일이냐고? 오늘은 남자 원장샘의 생일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지만, 아마 카카오톡 기능을 이용한 듯싶다.
시꺼먼 옷을 위아래로 입은 덩치 큰 남학생들이 귀엽게 초코파이케이크를 들고 온 장면을 상상해 보시라.
초코파이가 든 박스를 사고, 옹기종기 케이크를 만들고, 초까지 준비하는 센스..
아이들이 자기들도 신이 나서 준비했을 과정을 상상하니 참으로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래서 지각한 아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오늘도, 지각으로 혼나야 했지만(?) 그 얼음같이 차가운 남자원장선생님도 남학생들의 애교에 넘어가셨다.
- 너 이놈 자식들 누가 늦으래?
라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분명 원장샘도 웃고 계셨다.
그리고 옆 강의실에서는 생일 축하 노래가 시작되었다.
남학생들의 묵직하고 두꺼운 톤의 '생~신 축하합니다~~' 노래가.
이 날, 아이들이 얼마나 대견하고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내가 직접 받은 케이크도 아니었지만, 선생님과 유대가 잘 형성된 아이들의 귀여운 행동에 웃음이 절로 났다.
이제 이 친구들은 대학교 입학 후에 군대도 다녀오고, 졸업도 했다.
취업 준비를 위해 본가에 내려와 있어서 길 가다 마주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아직도 그 시절 순수한 모습 그대로, 길을 지나가다가도 일부러 인사하러 달려오는 아이들이다.
그만큼 열심히 공부도 하고, 학창 시절의 추억을 우리 학원과 함께 한 애정이 많이 가는 아이들이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한 일 가득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