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은행 어플의 입금 알림 진동으로 눈을 떴다. 올해 들어서 가장 개운하고 행복한 기상이었다. 입금은 아침잠이 많은 나마저도 웃으며 침대에서 일어나게 만들었다. 몹시 좋은 기분과 여유를 만끽하고 싶어서 햇볕이 잘 들어오는 매장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평소 집에서 커피를 마시는 편인 나로서는 나름의 번거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는 외출이었다. 나온 김에 집에도 커피를 사갈 생각으로 두 잔을 주문했다.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볕이 내리쬐는 테이블 위 뜨거운 커피에서 올라오는 김을 바라보는데 너무나도 평화로웠다. 나는 멀티태스킹을 필수적으로 진행하는 사람이지만 오늘은 그 평화로움 때문인지 더 느긋하게 행동하고 싶었다. 취미가 음악감상이라고 하는 사람처럼 음악에 집중하면서 잡념을 거뒀다. 물론 창밖 풍경도 보고 커피도 마시니까 따지고 보면 멀티태스킹이겠지만 평소에 주의력이 조각조각 쪼개질 만큼 이것저것 기웃거리는 나로서는 무척이나 정적인 시간이었다.
그러다 Jeff Bernat의 With Love 전주가 나오는 순간 심장에 정전기가 난 것처럼 짧은 찌릿함을 느꼈다. 들을 때마다 매번 내 가슴을 뛰게 만드는 멜로디였다. 사실 이 멜로디를 처음 들었을 때는 제프버넷이 정말 천재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이렇게나 좋은 음률을 만들 수 있지? 나중에서야 기존에 있는 곡인 Everything happens to me를 샘플링했다는 걸 알았지만, 물론 그렇다고 생각이 변하지는 않았다. Everything happens to me의 멜로디만 들어간다면 나는 늘 심장이 반응했다. 그 곡은 분위기에 몰두하는 나에게 항상 최고의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음악에 대해 조예가 깊은 건 아니지만 이렇게 좋은 음악을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음악은 어떻게 이렇게 광범위하게 많은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나 쉽게 뛰게 하는 걸까? 청각을 자극하는 것으로 어떻게 그 순간의 모든 분위기를 바꾸고 다른 세상으로 이끌 수 있을까? 영화 <라붐>의 명장면에서 음악의 그 위력을 잘 볼 수 있다. 시끄러운 클럽에서 마튜가 빅에게 헤드셋을 씌워준 순간, 두 사람에게 흐르는 분위기는 헤드셋에서 나오는 노래 <Reality>로 바뀐다. 헤드셋 하나로 주변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공간에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1980년에 노이즈캔슬링 헤드셋은 없었겠지만 최대음량이었다던가 빅의 집중력이 엄청났다는 허용으로 넘어가도록 하자.
그런 음악의 힘을 알기에 나는 여행을 갈 때 항상 플레이리스트를 준비한다. 내가 기대하던 장소에 가서 원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노래를 들으면 내가 정말로 그 공간을 나의 것으로 간직할 수 있게 된다. 나는 그걸 '무드를 만든다.'라고 하는데, 무드라는 단어 자체가 요즘에는 잘 쓰이지 않는 말이지만 나에게는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많은 순간 '무드'와 낭만을 추구하는 나로서는 그 두 가지를 몹시 간단하게 만들어주는 음악이 매우 소중하고 고마울 수밖에 없다.
사람마다 심장이 반응하는 곡은 다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특정 노래를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추억이 있어서 심장이 뛸 수도 있고, 기억나는 사람이 있어서 설렐 수도 있고, 가수의 목소리 때문에 떨릴 수도, 가사 때문에 기분이 좋을 수도 있다. 나에게도 그런 여러 이유로 좋아하는 곡들이 있지만 Everything happens to me는 아무 이유 없이 마치 본능처럼 반응하게 된다.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이유가 없다는 것은 참 낭만적이다. 이유 모를 Everything happens to me 반응 덕분에 오늘도 나의 작업실은 내가 추구하는 무드로 가득 찬다.
https://youtu.be/k1PVfvpcqHg?si=VHcxEc6KqRjOcsHg
https://youtu.be/grOWeqXbtNo?si=mkT24Fg7CVx0OHdz
https://youtu.be/Ty_jL-WKF_I?si=-SyEB7lgahL95d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