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수기 Apr 04. 2023

소망이

<40일간의 글쓰기>

소망이가 새끼를 낳았다. 딸 셋 중에 막둥이로 가장 조그맣게 태어난 소망이가 세상에 엄마가 되었다. 혼자 낳고 혼자서 모든 것을 다 알아서 처리하는 모습이 너무나 낯설고 위대해 보인다. 사람보다 낫다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겁이 많고 낯을 가리는 소망이는 앞으로 오지 않고 뒤로 살며시 와서 마음을 표현한다. 나는 좋으면 앞에서, 가능한 크게 표현하는 사람인데, 좋아하는 마음을 이렇게 뒤에서 조그맣게 표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소망이를 통해 알게 되었다.


언니 사랑이는 내 앞에서 좋아서 팔짝팔짝 뛰고 내 품에 땅굴이라도 팔 것처럼 파고들 때, 동생 소망이는 어느새 내 뒤로 와서 엉덩이를 내 몸에 살짝 대고서 가만히 있는다. 나는 사랑이의 화려한 몸짓에 눈이 사로잡혀 뒤에 소망이가 있는지도 몰랐다가, 소망이의 온도에 소망이의 있음을 알게 된다. 그 순간 소망이의 말이 들리는 것 같다.


"언니, 나도 여기 있어."


작은 소망이가 소리도 없이  몸에 살짝, 낙엽처럼 닿아 있을 ,  마음은 고요해진다. 커다란 내가 조그만 소망이에게 온전히 기대어 있는 기분이다.



작가의 이전글 수민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