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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기 Mar 22. 2023

피고, 피고, 피고

<40일간의 글쓰기>

수선화가 활짝 피었다. 날이 갑자기 더워져서 그런가? 아침만 해도 아직 꽃봉오리 상태였는데 복숭아밭에서 일하고 돌아오니 거짓말처럼 어느새 활짝 피었다.


작년에는 꽃대가 거의 올라오지 않아서 내심 서운했다. 잎이 유난히 크고 무성하여 나는 꽃도 많이 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서론만 길고 정작 중요한 내용은 한마디도 안 하는 사람처럼, 키만 크고 꽃은 보이지 않았다. 노란 수선화가 아니라 푸른 쪽파를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올해는 잎이 작고 아담하다. 대신 꽃대가 엄청 많이 보인다. 기분이 좋아서 세어보니 열아홉 개나 된다. 수선화 풍년이다. 대문 앞, 작은 화단에 키 작은 별들이 서 있는 것처럼 갑자기 앞마당이 환해졌다.


수선화도 피고, 엄마 얼굴도 피고,  마음도 피고, 올해는 진짜 노랑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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