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yownangle Jan 20. 2024

EP.8 "출근 전 1시간은 진짜 내 거예요"

폭풍같은 회사 생활에서도 나를 지키는 법

아침 8시, 안개가 자욱한 파주출판단지 입구.

버스에서 내리면 곧장 라본느 베이커리로 향한다.


"어서 오세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랑 라우겐 하나 먹고 갈게요"


출근 시간은 9시이지만 그보다 한 시간 먼저 카페로 출근한다. 주로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쓴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내 인생의 최종 목적지가 아닐 거라는 희망을 품고 무언가를 한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나와 대화하는 시간을 보내고 나서 정시에 일을 시작한다.




그때는 몰랐다. 그 루틴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파주에 8시까지 도착하려면 적어도 집에서는 6시 30분에 나서야 했다. 합정까지 가서 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때는 내가 원하는 곳에서 일을 해보겠다는 막연한 희망이 있었다. 그래서 코피가 터져 멈추지 않은 날도 어김없이 일찍 나섰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나서 나는 몇 번이나 탈락을 했던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다.


이직을 하고 나서도 출근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려고 한다. 핵심은 회사 컴퓨터를 켜지 않는 것(이게 진짜 힘들다). 모니터에 불이 들어오는 순간부터는 회사 자아로 거듭나면서 오롯한 나의 자아를 보살필 수가 없다. 쌓인 메일도, 답장을 해야 하는 슬랙도 애써 눈감는다. 일단 저 먼저 좀 챙겨볼게요. 물론 전날부터 마음을 졸인 일들은 급하게 처리할 때도 있다. 그런 날에는 급한 불을 끄고서 다시 다이어리를 편다.


쓰는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늘 하루는 되도록 타인을 험담하지 않고 내 안을 좋은 것들로 채우겠다는 다짐이 다수다. 퇴근하고 무엇을 할지 미리 생각해보기도 하고, 출근길에 떠올랐던 글감을 퍼뜩 옮겨놓기도 한다. 그렇게 몇 줄의 다짐을 쓰다 보면 동료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러면 나는 조용히 나만의 세계를 덮어 가방 안에 쏙 넣는다. 빨리 다시 꺼내줄게 다짐하면서.


그래도 억지로라도 나만의 시간을 가지다 보면 그 안에서 꿈을 자꾸만 떠올리게 된다. 꿈이라는 단어는 조금 거창한데 이루고 싶은 모습을 자꾸만 상상한다. 사람은 긍정보다 부정을 더 크게 느낀다고 했다. 부정적인 것 1개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것 4개가 필요하다고. 흰 종이 앞에서 무언가를 쓰면 사위가 조용해지고, 내 안에 긍정을 자꾸만 채워 넣게 된다.


애써 내야 하는 시간과, 굳이 가지 않아도 될 공간은 나에게 낭비가 아닌 필수였다.




Series. 20대 직장인의 뿌리 찾기 프로젝트

내 안을 채우고 있는 한 가닥을 찾아보는 과정.

그 한 가닥이 내 노잼을 뒤흔들 수 있다면.


프롤로그_ https://brunch.co.kr/@a0bd4d3b8469449/48

연재 요일 _ 화 / 토요일






작가의 이전글 EP.7 "문과라서 죄송하지 않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