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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ownangle Jan 27. 2024

EP.10 "우아하고 만족스러운 고독을 가지시길"

내가 반할 만큼 멋진 연기를 하겠다는 결심

 외동에게는 근원적인 어둠이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아무리 친구와 재밌는 시간을 보내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어도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이 있다. 어렸을 친구와 싸우면 그들은 으레 언니나 오빠에게 이른다고 했다. 엄마 아빠도 아니고 언니 오빠를! 그러면 나는 내가 갖지 못한 또래의 든든함이 무척 부러웠다. 살 부대끼며 사는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건, 나의 일부를 잃어도 금방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처럼 느껴졌다. 언니들을 좋아한 성미는 이러한 부재에서 기인한다. 


 혼자 있는 걸 싫어하지만, 혼자 있을 때 가장 나답다고 느낀다. 떠들썩하게 노는 걸 좋아하지만, 오롯이 글을 쓰는 시간에 느끼는 행복과 비할 수 없다. 가장 좋아하는 때는 퇴근하고 나서 보내는 1시간 남짓. 그때 나는 집에 불을 모조리 꺼버린다. 꽤 무섭다. 겁이 많은 편이라 조마조마하지만 일단 끈다. 그러고는 책상 위에 작은 조명 하나만 켜둔다. 음악 또한 다 끈다. 분신사바하기 딱 좋은 환경이다. 그렇게 사위를 조용하게 만들면 자연스럽게 손가락이 움직인다. 분신사바 진짜 아니다. 그때부터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 떠오른다. 내가 느꼈던 감정이 선명해진다. 고독이다. 


 유지혜 작가의 책 <우정 도둑>에는 이런 부분이 나온다. 

"고독은 누적된다. 고독은 자기 자신과 성실히 잘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내는 자신감과 연결된다. (중략) 나는 책을 읽는다. 그것 또한 연기다. 간단한 세수는 분칠이고 물 한 잔은 탈복이고 최근 읽은 책을 전부 꺼내는 일은 소품 설치다." 


사실 고독은 스스로를 향한 연기다. 관객은 오직 하나, 나뿐이다. 내가 보는 가장 멋진 모습을 연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시간은 비밀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만 아는 비밀. 그 시간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의 고유성을 형성한다고 믿는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도 스스로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은 고독을 연기하시길! 



Series. 20대 직장인의 뿌리 찾기 프로젝트

내 안을 채우고 있는 한 가닥을 찾아보는 과정.

그 한 가닥이 내 노잼을 뒤흔들 수 있다면.


프롤로그_ https://brunch.co.kr/@a0bd4d3b8469449/48

연재 요일 _ 화 /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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