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반할 만큼 멋진 연기를 하겠다는 결심
외동에게는 근원적인 어둠이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아무리 친구와 재밌는 시간을 보내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어도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이 있다. 어렸을 때 친구와 싸우면 그들은 으레 언니나 오빠에게 이른다고 했다. 엄마 아빠도 아니고 언니 오빠를! 그러면 나는 내가 갖지 못한 또래의 든든함이 무척 부러웠다. 살 부대끼며 사는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건, 나의 일부를 잃어도 금방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처럼 느껴졌다. 언니들을 좋아한 성미는 이러한 부재에서 기인한다.
혼자 있는 걸 싫어하지만, 혼자 있을 때 가장 나답다고 느낀다. 떠들썩하게 노는 걸 좋아하지만, 오롯이 글을 쓰는 시간에 느끼는 행복과 비할 수 없다. 가장 좋아하는 때는 퇴근하고 나서 보내는 1시간 남짓. 그때 나는 집에 불을 모조리 꺼버린다. 꽤 무섭다. 겁이 많은 편이라 조마조마하지만 일단 끈다. 그러고는 책상 위에 작은 조명 하나만 켜둔다. 음악 또한 다 끈다. 분신사바하기 딱 좋은 환경이다. 그렇게 사위를 조용하게 만들면 자연스럽게 손가락이 움직인다. 분신사바 진짜 아니다. 그때부터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 떠오른다. 내가 느꼈던 감정이 선명해진다. 고독이다.
유지혜 작가의 책 <우정 도둑>에는 이런 부분이 나온다.
"고독은 누적된다. 고독은 자기 자신과 성실히 잘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내는 자신감과 연결된다. (중략) 나는 책을 읽는다. 그것 또한 연기다. 간단한 세수는 분칠이고 물 한 잔은 탈복이고 최근 읽은 책을 전부 꺼내는 일은 소품 설치다."
사실 고독은 스스로를 향한 연기다. 관객은 오직 하나, 나뿐이다. 내가 보는 가장 멋진 모습을 연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시간은 비밀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만 아는 비밀. 그 시간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의 고유성을 형성한다고 믿는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도 스스로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은 고독을 연기하시길!
Series. 20대 직장인의 뿌리 찾기 프로젝트
내 안을 채우고 있는 한 가닥을 찾아보는 과정.
그 한 가닥이 내 노잼을 뒤흔들 수 있다면.
프롤로그_ https://brunch.co.kr/@a0bd4d3b8469449/48
연재 요일 _ 화 /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