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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ownangle Jan 31. 2024

EP.11 "날 사랑하는 건 어려워요"

그럼에도 단단한 뿌리를 내리는 법

STEP 1. 나의 여린 면을 솔직히 인정할 것. 

 재미와 의미를 둘 다 잡는 게 가능할까 싶을 때마다 박정민 작가의 글을 찾아본다. (박정민 배우는 나에게 배우이기 전에 먼저 작가였다) 무엇보다 솔직하다. 자신의 여린 면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시를 소개하는 뉴스레터에서 '나는 시를 잘 모른다'라고 당당하게 고백하고, 에세이에서는 군대 시절 겪었던 강박증을 풀어낸다. 공중에 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지금 내 옆에서 같이 땅에 발을 딛고 있는 사람처럼 말한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말하는 글에서 왜 박정민 타령인가하면, 내가 나를 가장 사랑하지 못하던 순간에 그의 글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는 책에서 보통 사람들을 향해 "영화 같은 인생 사느라 고생이 많다"라고 말한다. 그 몇 자의 글 덕분에 나는 나의 못난 면을 조금 눈감아줄 수 있었다. 그리고 인생은 어쩌면 여러 산을 오르고 내리는 과정일 뿐이라는 걸 배웠다. 한 점에만 눈을 박고 살던 나를 순식간에 우주 밖으로 빼내줬다. 


STEP 2. 세상이 나에게 뭘 던져도 신경쓰지 말 것.   

 얼마 전 <립세의 사계>라는 영화를 봤다. 배경은 1800년대 말 폴란드의 작은 마을 립세다. 주인공 '야그나'는 아름다운 여성이다. 어머니는 그녀를 동네에서 가장 부유한 남자에게 시집을 보낸다. 아름다운 나이에, 호화스러운 결혼식. 마을 사람들은 그녀에게 환호한다. 그러나 몇몇의 사건을 거쳐 그녀는 끝내 마녀사냥 당하고, 옷이 벗겨진 채 마을 밖으로 추방당한다. 얼굴에는 피가 흐르고, 몸을 가릴 천 조각 하나 없이 진흙탕에 버려졌다. 태아처럼 웅크려 있던 야그나 위로 비가 떨어진다. 


 그러나 야그나는 흐르는 비로 얼룩을 씻어낸다. 다시 자신의 두 발로 일어선다. 세상은 그녀에게 꽃을 던졌다가, 똥을 던졌다. 그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야그나는 그 모든 건 내 알 바가 아니라는 듯 일어난다. 나는 이 장면에서 자신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지 배웠다. 어쩔 수 없는 외력에 과도하게 좌절하지 않을 것. 당당히 일어날 것. 그 무엇에도 주저앉지 않을 것. 나를 구원하는 건 오직 나일 것. 



Series. 20대 직장인의 뿌리 찾기 프로젝트

내 안을 채우고 있는 한 가닥을 찾아보는 과정.

그 한 가닥이 내 노잼을 뒤흔들 수 있다면.


프롤로그_ https://brunch.co.kr/@a0bd4d3b8469449/48

연재 요일 _ 화 /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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