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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진 Oct 07. 2021

가을의 초입에 서있는 '화담숲'에 다녀오다.

본격적인 가을맞이를 준비하는 '화담숲'을 만나다.

벌써 2021년의 끝이 보이는 10월이다. 그리고 정말 '가을'이다. 초록색 식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10월이 되어서야 본격적인 가을이라는 느낌이 든다. 9월까지는 여전히 초록이 가득하고 10월이 되어서야 하나둘씩 단풍이 드는 것을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운전을 못하기에, 학생이라 개강한 학기에는 주말 하루를 통째로 빼는 것도 부담이 되기에 평소 서울 안에서 초록을 찾아 떠난다. 그렇지만 아빠가 쉬는 날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평소에 가고 싶었던 곳을 함께 다녀올 수도 있고, 그저 아빠의 픽에 몸만 따라나설 수도 있다. 이번에는 후자다. 아빠가 제안한 '화담숲'에 다녀왔다.



새벽 5시에 일어나자마자 바질 분갈이를 해주고 준비한 뒤 7시에 집을 나섰다. 아무런 정보 없이 LG 상록재단에서 운영한다는 것만 알고 갔는데 주차장에 세워진 LG 그램 광고판이 날 반겼다. '그렇게 티 내지 않아도 LG 거인 건 아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시국에 맞게 도착 후 전화로 인증을 하고 오픈하자마자 들어갔다. 화담숲에는 여러 테마원이 있지만 일부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이끼원


최근 핀터레스트에서 틱톡 발 테라리움 영상을 본 이후로 이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이끼원'이 너무나 궁금했다. 처음부터 모노레일을 타면 이끼원을 구경할 수 없기에 우리는 이왕 아침에 왔으니 해가 완전히 뜨기 전에 정상까지는 걸어 올라가고 정상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오기로 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이끼원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상대적으로 다른 테마원보다는 작았다. 그리고 이끼만으로 가득 덮여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바닥에 깔려 있는 이끼 위로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 있었다. 궁금해서 인터넷에서 찾아보니까 이끼는 흙이 무너지거나 맨땅이 드러나 식물이 전혀 없는 곳에 맨 먼저 나타나 정착하는 식물이라고 한다. 이끼가 자라면서 생긴 부식토 덕분에 식물들이 뿌리내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이끼가 있는 곳에는 이끼 말고 다른 식물들도 자랄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고, 단순하지만 많은 식물들의 생명을 만드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후 이끼를 좋아해서 이끼만 가득 덮여 있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은 나란 인간의 욕심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작나무 숲

자작나무 숲이다. 멀리서부터 자작나무들은 자작나무 숲에 도착했음을 한껏 알리고 있었다. 자작나무를 실제로 본 적 없는 나조차도 '자작나무 숲이다!' 하고 알아차렸을 정도니까. 온통 하얀색의 나무들이 빽빽하게 서있었다. 실제로 자작나무 숲에 처음 들어와 보니 토베 얀손 작가의 <여름의 책>이 생각났다. 북유럽을 배경으로 자연환경을 묘사하고 있는 책 내용이 마치 이런 곳을 배경으로 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작나무의 눈. 이 많은 눈들이 다 나를 쳐다보고 있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하게 했다. '만약이라도 이곳에서 무언가를 잘못한다면..?' 하는 마음과 함께 괜히 긴장되기도 했다.



정상 도착

걸어 걸어 정상에 도착했다. 화담숲으로 가는 동안에도 짙게 낀 안개에 이 안개가 절경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곤지암 리조트의 스키장과 그 옆의 산까지 뒤덮은 안개와 구름에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해가 막 들기 시작하는 이른 아침에 갔는데 이런 안개와 햇빛이 숲을 더욱 신비로워 보이게 했다. 그렇게 정상에 도착해서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가자는 당초의 계획과는 달리 모두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았다. 모노레일을 타고 휙 - 지나가기엔 너무나 아까운 곳이라는 것을.



소나무 정원

그렇게 양치식물원을 지나 소나무 정원에 다다랐다. 소나무정원에는 가장 멋진 소나무를 골라보라는 안내판이 있었다. 사실 소나무는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는 식물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넓고 멋진 모양을 가진 잎을 좋아하는데 소나무는 침엽수이기 때문에 잎이 가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식물들보다는 인상 깊게 보지 않고 원래 걷는 속도로 걸으면서 구경했다. 하지만 그런 소나무들 중에도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소나무들이 있었다.


바로 특이하게 자란 소나무들이다. 자연적으로 꼬여서 자라 두 기둥이 서로 안아주는 듯이 보이는 소나무, 몸통이 숫자 6의 모양처럼 꼬인 나무들이다. 이 나무들을 보자마자 이들이 가장 멋진 소나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소나무에게서 기대하는 평범한 모습은 아닐지 몰라도 특별하게 생긴 이 나무들에게서 비범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원체 내 취향이 좀 특이하고 색다른 것들을 좋아해서 그런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람들 중에서도 전형적으로 멋있기보다는 특별하고 독특해서 더욱 눈이 가는 사람이 있듯이 제각기 특별한 모양새를 한 소나무들이 인상 깊었다. 나도 살 수 있다면 이런 소나무들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암석ㆍ하경정원

암석ㆍ하경정원은 자연 암석 군 틈새에서 식생이 더해진 풍경을 내려다보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돌 같은 곳에 피어 있는 식물들도 여럿 볼 수 있었다. 또 땅에 있는 바위 말고도 작은 폭포 같은 곳에 물이 흐르는데 그런 돌 틈에서조차 꽃을 예쁘게 피우고 있었다. 그곳에 자리하기 위해 새나 곤충이 도와줬을지, 자연스레 바람을 타고 자리하게 되었을지 폭포 바위 틈새로 어떻게 오게 되었을지도 궁금했다.


또 여기에 100만 송이 국화가 피어 있었는데 국화는 국화차로만 자주 봐서 노란색만 있는 줄 알았는데 색이 다양한 걸 알게 되었다. 엄마가 다양한 색의 국화가 있음을 알려주었다. 엄마는 국화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해주어서 나는 교양 수업에서 배운 담쟁이와 수국에 대한 지식을 알려줬다.


담쟁이는 자신이 줄기를 뻗어야 할 곳에 대해 지능적으로 분석하는 식물이고, 수국은 번식을 위해 헛꽃을 피워 더욱 화려하게 보인다는 점을 말이다. 교양 수업을 통해서 배운 것인데 무언가를 배우면 배울수록 전보다 보이는 게 많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원양 연못

앞의 두 사진은 원양 연못의 사진이고 세 번째 사진은 화담숲 곳곳에 있는 작은 연못 중 한 곳에서 찍은 사진이다. 화담숲은 원양 연못에서 시작해서 한 바퀴를 빙 돌고 원양 연못에서 다시 끝난다. 결국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걸었다. 연잎도 다 같은 초록색이 아니라 연두색부터 진한 초록색까지 다양해서 보기 좋았다. 그리고 그 위에 맺힌 물방울까지.



가을의 느낌이 나기 시작하지만 여전히 초록이라는 여름의 흔적을 지우지 못한 화담숲이었다. 하지만 화담숲을 다녀와서 찾아보니 가을 단풍이 정말 예쁘게 드는 곳이었다. 자연 중에서도 여름이 가진 자연의 멋을 가장 좋아하는 나이지만 언젠가 찐~한 가을의 정취를 느끼러 다시 와보려 한다.


그리고 산책을 끝내고 차에 돌아와 ‘화담숲’에 대해서 추가로 검색해보았다. 이 멋진 숲을 가꾸는 데에 많이 참여한 LG 구본무 전 회장의 취미가 조경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본을 가진 사람이 자연을 좋아하면 이렇게 멋진 숲을 만들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언젠가 조경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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