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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진 Dec 26. 2022

눈 쌓인 프랑스 북부 도시 '아미앵' 하루에 돌아보기

쥘 베른 하우스, 아미앵 대성당, 크리스마스 마켓 당일치기

아미앵에 다녀왔다. 인터넷에 많은 정보가 있는 도시가 아니었기 때문에 어떤 도시일지 궁금했다. 그래도 아미앵은 내가 지내고 있는 릴과 가까운 도시이기 때문에 이곳에 사는 친구도 있었고, 놀러 아미앵에 가본 친구들도 있었다.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추천한 곳은 쥘 베른 하우스, 대성당 이 두 곳! 아무튼 나한텐 꼭 가보고 싶은 도시였다.


처음 역에 내렸을 때는 '생각보다 큰 도시구나!', '엄청 춥구나' 딱 이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직 릴에서 하얗게 쌓인 눈을 본 적이 없었는데 날린 눈발이 쌓여 있어서 진짜 겨울 같았다. 우리의 첫 번째 코스는 역에서 가까운 쥘 베른 하우스였다. 두 번째 사진은 쥘 베른 하우스 앞에 있는 기찻길을 찍은 건데 '80일간의 세계일주'에 나오는 기찻길이 뭔가 이렇게 생겼을 것 같다고 느꼈다. 진짜로 책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쥘 베른 하우스

쥘 베른이 유명한 작가라고 하는데 나는 프랑스 릴에 와서 쥘 베른에 대해 처음 들어봤다. 아미앵을 알게 되고 검색해보면서 이곳에 쥘 베른이라는 작가의 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쥘 베른이 누구일지, 어떤 책을 썼는지 궁금해서 한국 집에 책을 주문시켰고 동생이 파리에 올 때 나에게 건네줬다. 11월 한 달 동안 열심히 읽은 후, 드디어 12월에 아미앵 하우스에 왔다!

 

티켓을 끊고 입장하면 바로 보이는 정원과 그다음 방인 주방이다. 아마 입장료는 7.5유로라고 말씀해주신 것 같은데 나와 친구는 26세 이하 학생 비자가 있어서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다. 여행을 해보니 학생 비자가 있음에도 돈을 내야 하는 많은 국가들과 달리 프랑스는 혜택 볼 수 있는 것이 많아서 참 좋다! 아무튼 투명한 윈터 가든을 지나쳐 주방으로 향했다. 이 찻잔은 진짜 쥘 베른이 사용했던 것들이라고 한다.


곳곳에 쥘 베른의 대학교 졸업장부터 문학 커리어 등을 볼 수 있게 해 두었다. 그림이나 글뿐만 아니라 배 모형 등 실제로 쥘 베른의 정체성을 볼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아서 재밌었다.


내가 쥘 베른 하우스에 오기 전에 인터넷에서 보고 가장 궁금했던 동그란 계단이다. 집 안에 이렇게 멋있는 계단이 있다는 것에 놀라고 부러웠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곳은 '80일간의 세계일주'로 꾸며놓은 방이다. 왜냐하면 아직 내가 쥘 베른 책 중에서 읽은 게 그거밖에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에 있기 때문에 책을 빌려 볼 수 없어서 사서 읽었는데 다 읽고 나서 충분히 사서 읽어도 좋을만한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좋았다. 쥘 베른이 천재 같다고 느끼기도 했고!


책 내용의 그림들도 벽에 붙어 있었고, 쥘 베른이 책을 구상할 당시에 만들었던 세계 여행 루트가 바닥에 붙어 있어서 따라가면서 읽어보는 것도 재밌었다. 한국에 가면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었다.


쥘 베른의 조그만 방이다. 집필도 하고 잠도 잤던 방이라고 한다. 이 큰 집에서 이 작은 방이 그의 상상을 펼치는 곳이었다니 괜히 신기했다.


마지막에는 영화화된 쥘 베른의 작품 포스터와 신문들 같은 것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출구 쪽으로 와서 기념품을 구경했는데 생각보다 작은 하우스지만 정말 마음에 드는 기념품이 있었다! 바로 여행 태그!! 게다가 4유로라니! <80일간의 세계 일주>라는 책을 읽고 온 나에게 여행과 관련된 쥘 베른의 기념품은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인 것이었다! 바로 구매했다!


처음에 쥘 베른 하우스에 오기 전에 쥘 베른은 아미앵에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왜 여기에 집이 있을까? 궁금했다. 내가 구매한 <80일간의 세계 일주> 마지막에 쥘 베른의 생애에 대해서도 설명되어 있는데 나중에 아내의 고향인 아미앵으로 와서 살게 되었고 아미앵에 왔을 때쯤 큰 명성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아미앵으로 이주해 30년 넘게 살았다고 하니 쥘 베른에게도 아미앵이, 아미앵에게도 쥘 베른이 큰 의미를 가질 것 같다.


쥘 베른 하우스를 다 구경하고 크리스마스 마켓 쪽으로 걸어가며 서커스장의 외관도 구경했다. 이 서커스장도 <80일간의 세계일주>가 생각났다. 아미앵을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을 보며 일상 속에서 관심 있던 것들을 책 속에 다 녹인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아미앵 시청사 앞에 오니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가득했다. 우리는 밥을 먹고 카페를 간 후에 크리스마스 마켓을 대충 둘러보았고 다른 곳을 구경하다가 저녁쯤에 불이 켜질 때 다시 오기로 했다.



아미앵 대성당

아미앵에 간다면 무조건 봐야 하는 아미앵 대성당이다. 나는 건축도, 아미앵도 잘 몰랐지만 아미앵 대성당은 건축적으로 의미가 있어 생각보다 많이 언급되는 듯했다. 이 성당은 프랑스 고딕 최전성기에 건축된 성당으로 프랑스 고딕 건축물 중 가장 크다고!


최근에는 트위터에서 아미앵 대성당의 트윗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원래 이 성당은 다양한 색이 칠해져 있었는데 세월이 지나며 빠진 색을 프로젝터로 입혔다는 거였다. 12월에는 7시부터 프로젝터로 빛을 쏘는데 우리는 그걸 몰라서 7시 전에 아미앵에서 출발해야 했다. 아미앵 대성당의 불빛 쇼를 보지 못한 게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다만, 월 별로 빛을 쏘는 시간이 다르니 검색해보는 게 좋을 듯하다.)


사실 나는 유럽에 와서 많은 성당들을 보면서 아무리 멋있고 유명한 성당이라고 하더라도 이제 너무 많이 봐서 비슷해 보이고, 달리 큰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 상태였다. 아무래도 과거의 건축 양식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미앵 대성당이 큰 의미를 갖고 있는 성당이라는 건 알았지만 내가 그 의미를 완전히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내부로 들어가니 처음에 우리가 가볼 수 없는 곳에 대한 사진과 간략한 설명이 있었는데 이런 부분을 직접 봤다면 내가 더 흥미를 느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1번, 3번과 8번 같은 곳이 너무 궁금했다.


그래도 내부 규모가 정말 큰 성당이었다. 아미앵 대성당에 와서 다시 한번 성당 사진을 잘 찍는 능력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제 성당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ㅠㅠ.


이곳은 성당 정면이 아니라 측면 부분이었다. 관광안내소에서 파는 엽서에 이 구도로 성당을 바라보았길래 나도 이쪽에 와서 사진을 하나 찍어보았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너무너무 아쉬웠다.


그리고 혹시나 아미앵에 관광을 오는 사람들을 위한 팁이라 하면 아미앵에는 다른 도시처럼 엽서 파는 곳이 이곳저곳에 있지 않다. (여러 곳을 돌아다녔는데도 못 찾았다.) 엽서랑 기념품을 파는 곳은 대성당 앞에 있는 이 두 곳이었다.


성당 피규어도 팔고 엽서도 판다! 오른쪽 두 장 엽서는 관광안내소에서 팔던 엽서인데 이미 다른 엽서 두 장을 산 상태라 사지 않았다. 근데 다시 보니 또 갖고 싶다...



운하

성당을 보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운하도 보러 갔다. 아미앵은 운하도 유명하다. 여름이 되면 운하에서 보트도 탈 수 있다. 운하가 있으니까 날씨가 더 예쁘고 맑았다면 좋았을 텐데 생각했다.


운하 쪽으로 오니까 아미앵이 아닌 것 같았다. 왠지 다른 지역에 온 기분이 들었다. 뾰족뾰족한 집들이 운하를 따라서 늘어서 있는 게 벨기에 겐트가 떠올랐다. 겐트도 운하 주변에 뾰족한 지붕을 가진 집들이 있었는데 우연인 건지 아니면 운하 주변엔 저런 건물을 세우는 건지 궁금하기도 했다.



아미앵 크리스마스 마켓

다음은 바로 크리스마스 마켓! 아마 크리스마스 마켓을 보지 않았다면 피카르디 박물관에 갔을 것 같다. 아미앵은 크리스마스라고 산타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왼쪽 사진의 산타 분과 오른쪽 사진의 산타 분은 다른 분이다 ㅋㅋ 나는 오른쪽 산타 분과 사진을 찍었다. 친구들이 돈 안 냈냐고 물어보는데 무료였다. 친절한 아미앵~


아미앵 사는 친구가 릴의 크리스마켓은 안 가봤다고 했는데 아미앵 크리스마스 마켓을 직접 와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릴의 크리스마스 마켓보다 아미앵 마켓이 훨씬 컸다! 놀이기구도 거의 5개는 본 것 같고. 마켓을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발견한 'Brasserie Amienoise'! 릴에 사는 사람은 lilloise라고 하는데 amiens에 사는 사람은 amienoise라고 하는 것 같아서 신기해서 찍어봤다.


또 여기서 chichis도 사 먹었다. 츄로스다! 갓 튀겨 설탕을 뿌려주었다. 여기서도 프랑스어로 주문을 했다. 역시나 발음은 엉망진창이었지만!!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난 덕에 바에서도, 릴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도 프랑스어로 주문해볼 수 있었다. 또 주문뿐만 아니라 프랑스인들한테 가서 사진 찍어주실 수 있나요? 이런 식으로 말 걸어 볼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 준다. 릴에 있으면서 너무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는 걸 정말 하루하루 새삼 다시 느끼는 중이다.


드디어 기다리던 저녁 시간! 낮에도 크리스마스 마켓을 돌아봤지만 불 켜진 크리스마스 마켓을 돌아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반짝반짝거리는 불빛들을 보니 겨울을 조금은 더 사랑하게 된 걸지도?!


아미앵 당일치기 여행은 운하도 있고 성당도 있어서 계속 날씨가 좋았다면, 여름이었다면 상상하게 했다. 겨울이라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사람인지라 자꾸 여름에 볼 수 있는 것들을 탐하고 있었다. 내가 언제 다시 프랑스에 올 수 있을까? 그때 아미앵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언젠가 프랑스에 온다면 과연 내가 아미앵에 다시 올 시간과 돈을 쓸까? 그런 생각을 했다. 재밌었던 만큼 아쉬움도 남았던 아미앵,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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