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은 갈 때마다 생기가 느껴진다. 앞으로 보이는 북악산과 옆으로 살짝 비틀면 보이는 인왕산을 가장 좋아한다. 그리고 뻥 뚫린 중심부에는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 양옆의 높은 빌딩들을 사이에 두고 세종대왕 동상과 이순신 장군 동상, 광화문 광장이 있고 그곳에서 여러 행사가 진행된다. 나는 작년에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U-20 월드컵 거리 응원에도 다녀오고, 서울 광장의 서울야외도서관에도 다녀왔다. 가볍게 기록해 본다.
거리 응원을 한다고 해서 어두운 새벽부터 집을 나섰다. 지하철도 없는 시간이라 버스를 타고 왔는데 그 시간 동안 해가 많이 떴다. 도착하니 밝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나를 맞이해 주었다.
경기가 시작할 때쯤이 되니 사람들이 훨씬 많이 모였다. 친구들 두 명도 나중에 합류해서 같이 보았다. 나는 축구를 잘 모르는데 많은 사람들이 아침부터 모여서 축구를 응원하는 걸 보고 축구의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축구도 축구지만 해가 뜨고, 구름이 움직이는 걸 보는 것도 좋았다. 날씨가 너무 예뻤다.
전반전 끝나고 다들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시민들과 기자들로 문전성시였다. 빨간 옷을 챙겨 입고 온 사람들은 방송사 인터뷰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날 결국 경기는 패배했지만 아침부터 나와서 다 함께 축구를 보았던 게 좋았고, 마지막에 친구들이랑 콩나물국밥을 먹고 헤어졌다. 그거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리고 탁 트인 광화문은 이런 행사를 하기에 딱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친구들과 헤어지고 나는 혼자 서학당길을 걸었다. 그냥 집에 가긴 아쉬웠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사진이 정말 잘 나왔다. 더 자세한 후기는 예전에 써놓은 글이 있어서 함께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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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 다다르자 건너편에서 행사를 하는 것 같아서 서울 광장으로 건너갔다.
그때 서울 광장에서는 서울야외도서관 행사를 하고 있었다. 이건 그때 만든 곰돌이 부채! 책 읽는 것뿐만 아니라 부채 만들기 체험 같은 다양한 재미 요소도 있었다.
서울광장의 알록달록한 빈백과 서울타워가 정말 잘 어울렸다. 배 깔고 앉아 책을 읽는 사람의 풍선까지.
나도 빈백 하나를 골라 앉았고, 버스킹이 진행되고 있어서 노래를 들었다. 그늘이 없는 점이 많이 아쉬웠는데 종이 모자도 나눠 주고 있어서 사진을 자세히 보면 다들 초록색 개구리 종이 모자를 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햇빛을 가리기에 딱이었다.
책을 읽으시는 분을 볼 수 있는 건 물론이었고, 점심시간이었어서 밥을 먹고 빈백에 앉아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는 직장인들도 볼 수 있었다. 버스킹 음악을 배경으로 너무 평화로웠다.
혼자 와서 나의 사진을 못 남길 줄 알았는데 한 분께서 사진을 찍어달라 하셔서 찍어드렸더니 그분이 나도 찍어주겠다고 하셔서 찍어주셨다. 내가 들고 찍은 책은 <만약에 내가>라는 책이었는데 인권과 관련된 책이었다. 서울야외도서관에 자유롭게 읽을 수 있게 나와 있는 책의 큐레이션 또한 고심해서 해두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서울야외도서관은 올해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광화문 거리응원을 했던 곳에서는 달빛낭만극장이라는 야외 영화 상영 프로그램도 예약해서 감상할 수 있다. 8월에 진행된 달빛낭만극장 프로그램은 참여하지 못했는데 가을에도 진행된다면 꼭 가보고 싶다.
탁 트인 공간에 옹기종기 사람이 모이면 웃음과 생기가 피어난다. 이런 곳은 가서 잠깐 머물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게 하는 책, 영화, 거리응원이라는 콘텐츠는 광화문 일대가 가진 멋진 자산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