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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삐 Nov 01. 2021

우석이 이야기

1. 이름과는 다른 삶

 어두컴컴한 우주에서 별들을 가로등 삼아 지나는 한 돌이 있다. 이 돌은 짙은 회색 빛깔에 밀집모자를 쓰고 종이 한장에 자신이 이루고 싶었던 모든 것들을 버킷리스트로 만들어 들고 다닌다. 버킷리스트에는 굉장히 소소한 것들이 적혀있다. 화성 횡단열차 타기, 목성 담금주 마시기, 금성 찜질방 가기, 은하수 꽃밭에 눕기 등 우주돌이라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적은 그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았던 것일까?

 우성기업의 장남 우석(宇石). 그의 할아버지는 그가 돌들의 집이 되어라는 뜻으로 이름을 지어주셨다. 많은 돌들에게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집이 되어주고 만물을 품을 수 있는 돌이 되길 바랬기 때문이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가져봐야 그만큼 베풀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그의 가족들은 그가 항상 최고만을 경험하고 누릴 수 있게 도와주었다. 하지만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그는 안하무인으로 자랐다. 돈없는 돌들을 게으르다고 폄하하였고 늘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했고 세상 모든 여성돌들은 이런 자신을 좋아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 그는 회사에 본부장자리까지 올라갔고 차세기 경영자로 누나 수석이와 함께 지목되었다.

“우석이 너 이번에 진행하는 먼지 생산기 프로젝트 아이디어 좋더라?”

“당연하지. 누나도 이런 아이디어를 좀 생각해내봐. 좋은 대학까지 나와서 머리를 굴리지 못하면 나에게 경영권을 뺏길 수 밖에 없다고.”

“너 말이 심한거 알고있니? 이런 모습을 아버지랑 할아버지가 아셔야할텐데 말이야.”

괜한 걱정이네. 아버지랑 할아버지는 나의 능력에   초점을 맞추실테니까 말이야. 내가 아니면  회사가 살아남을  있겠어?”

돌아서는 뒷모습마저 거만했던 그에게 모두 손가락질했지만 모든 것을 진 것 같은 모습에  어떤 돌도 그에게 한마디를 하지 못했다. 그런 그였지만  돌에게만큼은 달랐는데 바로 그의 수행비서 백비서였다. 백비서는 미스 유니버스  출신으로 우주돌들 가운데서 가장 뛰어난 미모를 자랑했다. 그리고 그의 외모에 반한 우석은 백비서에게는 항상 좋은 모습만 보이려 노력했다.

“본부장님, 오늘의 일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오전 10시에 주주총회가 있고 11시에 유니벌스 타임즈 인터뷰를 하셔야합니다. 인터뷰 주제는 ‘스톤브스에서 선정한 남성돌 1위의 일정’이라고 했으며 여기 예상 질문입니다. 오후 12시에는 회장님과의 식사, 그리고 이후 바로 공장 3개를 시찰하셔야 합니다.”

“고마워요. 항상 백비서가 일을 잘해줘서 나도 내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난 오늘 공장시찰 일정 마치고 어머니와 함께 동기모임에 갈 예정이에요. 백비서는 이 차타고 바로 퇴근해봐요.”

“말씀은 감사하지만 저는 근처 카페에서 업무정리하다 사모님을 뵈어야할 것 같아요. 모임 마치시고 잠시 뵙자고 하셔서요.”

“그럼 오늘 어머니 뵙고 잠시 저 좀 볼래요? 할 말이 있는데….”

“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평소와 같은 업무 이야기였지만 우석이는 그와 이야기를 할때면 설레었다. 어머니의 산후조리원 동기모임은 늘 지루하다며 가는 것을 싫어했던 그였지만 그 모임을 마치고 백비서를 볼 생각에 은은한 미소가 얼굴에 번지기 시작했다. 백비서에게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면 좋을지 궁리를 하는 동안 어느새 그는 모임자리에 도착하였다. 황금빛 건물에 황금빛 카펫이 그를 반겼고 그는 어머니와 함께 발을 맞춰 들어갔다. 오랜만에 보는 그의 친구들은 여느때처럼 우석이의 겉모습을 보며 칭찬과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이야, 본부장님을 여기서 보게 될줄 몰랐네! 바빠서 오겠나했거든. 젊고 잘생겼는데 돈까지 많고…. 안그래도 이번에 내 친구가 너 소개시켜달라더라.”

“잠깐만, 우석이 손목에 있는 이 시계 롤렉스톤 신상이잖아? 이거 한정판매라서 딱 3개밖에 없다던데, 역시 우석이야! 이건 얼마에 샀어?”

뻔한 질문들에 점점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말하기 입아프다고 생각했던 그 때, 오랫동안 소식을 듣지 못했던 금성그룹의 차녀, 별이가 그의 어머니와 함께 모임 자리로 나아왔다. 이전 모습과는 전혀 다른 수수한 모습에 우석이와 친구들은 혼란스러워했다. 밀집모자에 헤어진 배낭. 모든 것은 이전의 별이의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었을 정도였다. 별이는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고 잠적했었고 그의 가족들을 비롯하여 모든 우주의 돌들이 그의 행방을 알지 못했었다. 우석이와 친구들은 그런 그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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