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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삐 Nov 02. 2021

우석이 이야기

2. 주인된 삶

“별아! 어떻게 된 일이야? 그동안 어디에 있었길래 7년 동안이나 연락이 안 된 거야! 너희 가족들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그래, 쟤 말이 맞아. 갑자기 네가 지구로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린 농담인 줄 알았어. 그런데 너희 부모님께서 떠날 거면 회사 지분 다 두고 떠나라고 했을 때 네가 그렇게 했다는 소리를 듣고 우린 네가 제정신인가 했어. 그 재산이면 평생을 놀기만 해도 호화스럽게 살 수 있는데 그걸 포기하니 말이야.”

친구들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별이는 왠지 모를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말을 꺼냈다.   

“아유, 걱정해줘서 고마워 얘들아. 그런데 나 충동적으로 결정한 일이 아니었어. 오랜 시간 심사숙고하고 내린 결정이야. 그리고 너희에게 연락하고 싶었지만 지구에 있어서 연락할 방도가 없더라고. 너희, 내가 어떤 마음으로 지구에 여행 갔는 줄 알아?”

한 번도 별이의 마음을 생각해보지 않고 물어보지 않았던 친구들은 조용해졌고 별이는 차분하게 그의 마음을 말해주었다.

“너희도 알다시피 우리는 태어났을 때부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정해졌잖아. 우석이는 우성그룹의 장남으로서 후계자로 할아버지께서 생각하셨고 초석이 너는 기업의 법무팀을 도맡아 회사에 힘이 되는 것으로 정해졌고 말이야. 나 역시 우리 집안에서 둘째였기에 회사를 물려주기보단 법무팀에 들어가는 것으로 모두가 내 인생을 설계했어. 그만큼 나에 대한 기대가 컸었지. 난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고 그렇게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줄 알았어. 그런데 막상 대학을 가서 법을 공부하고 회사에서 일도 해보니 너무 맞지 않더라고. 그러면서 ‘이게 과연 나를 위한 삶인가,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가?’라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사로잡았어.”

그 순간, 평소에 말을 툭툭 뱉는 우석이와 스타톡 기업의 장남 툭툭이가 별이에게 자신의 생각을 내뱉었다.

“별아, 근데 그건 네가 배에 기름기가 껴서 그런거야. 부자라서 그런 한가한 생각도 할 수 있는거야.”

“그래, 우석이 말이 맞아.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 돌들은 그런 생각도 사치라고 생각한다고. 돈이면 다 해결이 되는데 머리 아프게 그것까지 생각하기엔 좀…. 그냥 너에게 주어진 삶대로 살면 편할텐데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된다.”

너희들의 말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돈이 아무리 많더라 기계처럼 입력해놓은 정보로만 살아가는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나는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았어.  인생은 누가 정하는게 아니라 내가 정하는거야. 부모님이라 할지라도 나의 인생을 결정짓고 책임질  없어. 얘들아, 너희는 어떤 일을 하고 싶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어?”

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숙연해졌다.  모두가 정해진 삶 속에서 만족을 하며 살아왔고 아무도 그것을 거부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별이는 침착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어 말했다.

“난 그런 것을 찾기 위해 부모님 말씀을 어기고 떠났던거야. 생각해보니 난 혼자 힘으로 해본 것이 아무것도 없더라고. 그래서 혼자 여행 다니면서 여러 경험을 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보기로 마음 먹었어. 나 스스로 만들어가는 삶은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가 없거든.”

그 말을 들은 친구들의 표정은 멍했다. 한 번도 그들과 다른 의견과 생각을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들은 인생을 살아오며 많은 돌들이 그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지만 가까운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했으니 다른 돌이 이야기했을 때보다 그들의 귀가 열린 것이다. 우석이 역시 별이의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돈이 최고이며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것은 없다는 그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석이는 수많은 별들을 보며 백비서의 얼굴을 떠올렸고 그의 마음을 전할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돌아갔다. 백비서는 예정대로 우석이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그들의 대화가 궁금했던 그는 닫힌 문 사이로 몰래 그들의 대화를 엿듣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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