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삐 Nov 08. 2021

우석이 이야기

3. 흔들리는 인생관

"백비서, 이번에 부서이동 신청했던데 혹시 무슨 일 있어? 그것도 지구로 파견이라니…. 오랜 세월 함께 일했지만 백비서가 부서이동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혹시 우석이가 부당하게 대우해줬어? 걔가 참 못되었지?"

"아니에요, 본부장님은 정말 잘해주셨어요. 일도 저랑 잘 맞고요. 하지만 오랜 시간 지구에 가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고 그것을 지금이 아니면 이루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렵사리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석이에게는 아직 말 안했지? 알면 걔 성격에 난리 날 텐데.... 백비서가 일을 너무 잘해줘서 우석이가 예전에 비해 더 편하게 일했잖아."

"제가 곧 본부장님께 말씀드릴게요. 그동안 너무 잘해주셨는데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사모님."

 대화를 마치고 문을 나온 백비서는 얼굴이 창백해져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우석이를 보며 깜짝 놀랐다. 우석이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조심스레 열기 시작했다.

“방금 그 말…. 사실이야? 백비서 정말 지구로 가려고 하는 거야?!”

“네…. 안그래도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이렇게 알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백비서, 지구로 꼭 가야하는거야? 지구로 가는 길이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알고 있지? 우주로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고 가는 도중에 다 타버려서 죽을 수도 있어!

그러지 말고 나랑 같이 있자. 연봉도 인상할게.”

“연봉의 문제가 아니에요, 본부장님.”

“그럼 뭔데? 돈이 아니면 무슨 문제가 있는데? 돈이 없으니 위험수당을 많이 주는 부서로 이동을 하는 거겠지. 그런거 아니야?”

“본부장님, 본부장님은 돈이 전부이신줄 알겠지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돈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살 수 없는 것을 얻고자 부서이동을 하려고 하는거에요.”

“아니, 틀렸어. 자네는 돈으로 뭐든 안 사봐서 모르는거야. 돌도 돈으로 살 수 있고 돌의 마음, 집, 차, 행성 등 다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실망이네요…. 제가 지금껏 이런분 옆에서 일을 해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요. 물론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많죠. 하지만 꿈, 경험, 마음등 모든 것을 다 살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종이 하나가 그 모든 가치들을 덮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본부장님의 생각을 제가 바꿀 순 없겠죠. 하지만 본부장님께서 언젠가는 꼭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백비서,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할게. 나 백비서 정말 좋아해. 일하는 동료로서가 아닌 이성으로서 정말 좋아해. 나랑 결혼하자. 모든 것을 다 누릴 수 있게 해줄게! 필요한 거 말하면 다 사줄게, 그러니 제발…. 떠나지 말고 내 옆에 있어줘….”

“제가 들은 고백 중 최악의 고백이네요. 저를 도대체 뭘로 보시는거죠? 다시는 저에게 이런 이야기 하지 말아주세요. 모욕적이에요.”

 평소 볼 수 없었던 단호함과 차가움에 우석이는 당황했고 그런 그를 두고 백비서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 후 며칠 동안 우석이는 방에서 식음전폐하며 나오지를 않았다. 회사일 역시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여 그의 누나가 그의 몫까지 해결하기 시작했고 이 모든 것을 지켜본 그의 할아버지는 경영권을 그의 누나에게 넘겼다. 평소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사로잡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감정에 치우쳐 회사를 등한시 여긴 그의 모습을 보며 회사의 경영자로서는 아직 미숙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석이는 하루아침에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과 경영권 모두를 잃게 되었다. 그리고 매일 흙탕물을 마시며 방에서 나오지 않는 그의 모습을 가족들은 걱정하기 시작하였다. 방에서는 날마다 물건 깨지는 소리가 들리며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석이의 방에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자 그의 가족들은 걱정되는 마음으로 우석이의 방문을 열었다. 깨진 물건들과 널브러진 그의 옷가지 사이 부서진 돌 표면들이 보였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우석이를 발견하였다. 놀란 그의 어머니는 털썩 주저앉았고 가족들은 응급차를 불렀다. 우석이는 결국 수술방에 들어갔다. 온몸에는 많은 구멍이 뚫려있었고 몸에는 깨진 유리조각들도 같이 박혀있었던 그를 보며 그의 가족들은 그가 곧 죽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고 그를 위해 기도했다. 가족들의 진심이 하늘에 닿아던 것일까. 다행히도 우석이는 목숨을 부지하였고 의식을 곧 되찾기 시작하였다.  

“우석아, 얘, 정신이 드니? 괜찮아?”

“아이고, 우리 아들…. 고생 많았어. 그리고 잘 버텼어.”

 그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이 없어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가족들을 보며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가족들과 의료진들의 돌봄 덕분에 우석이는 건강을 되찾아갔지만 치료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찾아오는 것은 기자밖에 없으며 진심으로 걱정이 되어 찾아오는 돌이 없음에 씁쓸함을 느꼈다. 그동안 자신이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되돌아보던 와중에 돈으로   없는 것들이 있다던 백비서의 말이 떠올랐다.  앞에서 돌이 자세를 낮추어 다가올 수는 있지만 진정으로  마음을 사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것을 느낀 그는 지난날들의 자신의 모습을 후회했다. 앞으로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던 그는 다시 잠에 들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 그때, 누군가 꽃다발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바로 친구 별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우석이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