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다른 시각
"별아, 네가 여기는 어쩐 일이야?"
"어쩐 일이긴~너 병문안 왔지. '돌 부스러기를 남긴 우석 본부장, 과연 그는 구멍이 뚫린 것인가?'라는 헤드라인이 온 신문을 장식하고 있던데? 다행히도 널 보니 표면은 멀쩡하네. 구멍 하나 없이 아주 말짱해."
우석이는 자신에게 보이는 구멍을 보며 이상함을 느꼈다. 별이의 눈이 나빠진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눈이 이상한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별이는 유리병에 있던 오래된 꽃을 자신이 들고 온 노란색 꽃으로 갈아주었다. 그리고 누워있는 우석이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우석이는 자신의 약해진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것이 너무나도 창피했지만 한 명이라도 자신을 걱정해서 찾아와 줬다는 것이 기뻤다. 그는 별이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음료를 주며 궁금했던 것들을 묻기 시작했다.
"별아, 와줘서 고마워. 그런데 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해졌어. 경영권도 누나에게 넘어갔고 내가 좋아하던 사람도 떠났으니 말이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나가야 할 것 같은데 내가 과연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
"우석아, 너는 한 번도 무언가 잃어본 적이 없잖아.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지. 그런데 우석아, 시각을 한 번 바꿔서 생각해보면 어때? 모든 것을 잃었기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는데, 나는."
우석이는 이해가 안 가는 듯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별이는 우석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적당한 비유를 잠시 동안 생각하다가 설명을 이어나갔다.
"봐봐, 지금 내 양손에 음료수도 있고 과자도 있어. 그러면 나는 새로운 무언가를 잡을 수 있을까? 그리고 만약 화병에 꽃이 가득 담겨있다면 새로운 꽃을 담을 수 있을까?"
"아니? 가득 차 있으니 당연히 못 담겠지?"
"바로 그거야! 너는 이제껏 모든 것을 잃어버리지 못했고 다 손에 꽉 쥐고 있었으니 새로운 것을 만날 기회를 놓치고 있었던 거야. 하지만 이제는 빈손이니까 새로운 것들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전에 네가 가졌던 것들에 대한 미련이 남을 수 있겠지.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많은 것을 경험해봐야 많은 것을 내 안에 담을 수 있지 않을까?"
별이의 말을 들은 우석이는 왜 그가 여행을 떠났고 자기 자신을 찾으려 했는지 알게 되었다. 별이는 더 이상 예전에 자신이 봐왔던 모습이 아니라 한층 성장해 있던 것이었다. 그런 별이의 말을 들은 우석이는 자신의 이름처럼 모든 만물을 품을 수 있는 돌이 되기 위해 이번 과정은 필요했다고 생각하니 걱정되는 마음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별이에게 어떤 곳을 여행했는지 물어봤고 자신도 하나씩 답을 찾아가기 위해 여러 책을 보며 공부하기 시작했다.
책을 통해 그는 자신이 모르는 세계들을 발견하였고 그 안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정리해나갔다. 그것은 바로 우주 곳곳을 여행하며 '화성 횡단 열차 타기, 목성에서 담금주 만들기, 금성 찜질방 가기' 등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활동들을 하고 우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지구의 아름다운 풍경과 사계절을 모두 경험하는 것이었다. 또한 지구 돌들을 만나며 그들의 문화를 접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우주에 돌아오는 것을 계획했다.
퇴원을 이틀 앞두고 우석이는 가족들에게 자신이 느낀 것과 앞으로의 계획들을 이야기했다. 그의 가족들은 갑작스럽게 떠난다는 그의 말에 놀라고 당황스러워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초롱초롱 빛나는 그의 눈을 보며 지지해주기로 했다. 가족들은 그의 여행에 도움이 되고자 카드를 쥐어주었지만 그는 정중히 거절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지갑에서 비상금만 조금 챙겨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는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기자들을 보며 자신의 구멍 난 모습이 신문과 뉴스에 보도될 것을 생각하니 아찔한 마음이 들었다. 퇴원 날보다 하루 일찍 떠나야 기자들이 몰리지 않을 것을 생각한 그는 별이가 남기고 간 밀짚모자를 쓰고 조용히 창문을 통해 병원을 나갔다. 그리고 새로운 여정을 향해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