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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삐 Sep 04. 2022

돌의 구멍

Part 1. 파란바람의 속삭임

글을 쓰기에 앞서 구독자분들께 전해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동안 취직 준비로 인하여 브런치 업로드를 잘 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동안 저의 글들을 읽어보며 부자연스러운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며 새로운 글을 쓰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글을 다듬으며 천천히 다시 시작해보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저는 글을 다듬는 것을 선택하였고 그 중 저에게 있어 가장 첫 작품이었던 '돌의 구멍'을 수정했습니다. 


오늘은 그 글을 올리고자 합니다. 이전과는 조금 다른 전개로 흘러가는 돌의 구멍을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아래의 사진들은 제가 포트폴리오로 만든 동화책 목업입니다. 동화책 그림도 같이 봐주시면 조금 더 상상이 잘 될 것입니다. 


이제와서 안 사실이지만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구멍 없는 돌 하나 없다. 나만 있는 것 같은 이 구멍도 사실 모든 돌들에게 있다. 바람, 화산 등의 자연 때문에 구멍이 생기는 돌도 있고 같은 돌끼리 부딪히고 깨져서 구멍이 생기는 돌도 있다.  나의 경우는 무서운 파란 바람과 내 스스로가 만든 것이다. 

 평화로웠던 오후, 나는 개미 친구들과 함께 놀고 있었다. 흥이 많은 친구들과 함께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춤을 추며 놀았다. 그때, 알 수 없는 파란 바람이 저 멀리서 다가왔다. 친구들은 바람이 오는 것을 보고 무서워서 모두 도망갔고 발이 없어 움직일 수 없었던 난 결국 혼자 바람에 사로잡혔다. 아무도 없는 바람 속에서 어디선가 속삭이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얘, 넌 어차피 혼자야. 벗어날 수 없어. 그러니 벗어나려 하지마.”

“아니야! 난 여기서 빨리 벗어날거야!”

 벗어나고 싶어 아둥바둥 발버둥 쳤지만 그럴수록 바람은 나를 더 쎄게 붙잡았다. 이제는 움직일 힘조차 남아있지 않아 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있을 때, 바람이 다시 속삭였다. 

“이제 너는 내꺼야. 어디를 가도 넌 완벽한 혼자야. 구멍이 생겼으니 아무도 널 좋아하지 않을거거든.”

 파란 바람은 내 가슴쪽에 동그란 구멍을 흔적으로 남기고 유유히 떠났다. 살면서 금은 가봤지만 구멍이 난 것은 처음이었던지라 너무나도 무서웠다. 그리고 이 구멍을 다시 매우고 싶다는 생각만 머릿속을 맴돌았고 물어볼 친구들이 있는지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파란 바람이 지나간 후로 놀이터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나 혼자 남은 것이다. 추운 겨울이었던지라 찬바람이 엄청 불었다. 이전에는 몰랐지만 구멍이 생기고 나니 가슴으로 숭숭 들어오는 찬바람이 너무나도 차갑고 쓰리게 느껴졌다. 아픔을 잊기 위해 잠을 자려고 눈을 감으면 파란 바람은 갑자기 찾아와 귓속에 “너는 구멍이 있으니 모두가 싫어하게 될거야”라는 짧은 문장만을 남기고 떠났다. 나는 파란 바람이 찾아올까 두려워 계속하여 날마다 주변을 경계했다. 그리고 거짓된 그 말을 믿기 시작하며 주변 돌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얼른 이 구멍을 막아야 다른 돌들이 나를 싫어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여러가지 재료를 모아 구멍을 가리기 시작했다. 첫번째 재료는 나뭇잎이었다. 나뭇잎은 구멍 크기보다 커서 쉽게 가려졌으나 연약해서 구멍을 가리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두번째는 도토리었다. 도토리는 나뭇잎과는 달리 단단해서 찢어지지 않았지만 크기가 구멍 보다 작아서 가리지 못하고 금방 떨어졌다. 나는 놀이터에 있는 모래와 장난감 등 쉬지 않고 여러가지로 가려봤지만 그 무엇도 구멍을 가리고 채워주지 못했다. 그 무엇으로도 매울 수 없던 구멍이 너무 미워 난 내가 부숴지는줄도 모르고 밤낮 정신없이 때렸다. 결국 구멍은 손쓸 수 없이 커져버렸고 난 모든 것을 포기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바람을 원망했다. 내 마음에 미움과 원망을 담으니 모든 것이 밉게 보였다. 밤하늘의 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평소 예쁘게 보였던 별똥별들은 그날따라 가시처럼 보였고 난 별똥별들을 보며 소리쳤다. 

"하늘도 무심하지. 도대체 나를 왜 이렇게 만든거에요! 이렇게 못난 구멍이 생길 줄이야…. 나는 참 멍청해. 구멍이 이렇게 커질 줄 알았다면 때리지도 않았을텐데 그걸 몰랐으니 말이에요. 차라리 내가 영영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파란 바람도 없어지고 못난 나도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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