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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예또 Dec 03. 2023

나는 가끔 진심어린 응원과 위로가 그립다.

사람은 변하는 거구나 싶었다. 영원한 건 없는 거구나. 내가 한때 미쳐서 빠져살던 무언가가 하루아침에 싫어지기도 하는 거구나.


 움직이는 게 좋았다. 건강한 두 팔과 다리로 씩씩하게 걸으며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게 좋았다. 탐험가의 숙명을 타고 태어난 사람처럼, 이 지구에 내 발자국을 남기지 않은 곳이 없으면 안 되는 것처럼 패기 어린 마음으로 살아가는 내가 좋았다.


 진로 고민으로 갈팡질팡하던 내게 키다리 아저씨는 ‘잘 하는 일로 돈을 벌어서 좋아하는 일에 쓰라’고 했다. 그때의 나는 돈을 제대로 벌어본 적도 없었는데. 그냥 그 말이 썩 맞는 말 같아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도 나는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직업이라 함은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가장 많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어야 하기에 나는 내 직업을 쉬이 정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나는 이왕이면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길 넌지시 바랐다.


 이제야 전에 들었던 그 이야기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지 말라’는 말은 그로 인한 보상이 불확실하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무슨일이든 업이 되면 그 일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경쟁요소가 생기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세상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스스로를 힘들게 만드는 아이러니라니.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고집이 생긴다. 호불호도 확실해진다. 내가 계속 가고 싶은 길과 돌아서고 깊은 길이 가려진다. 나와 더 친해지게 된다.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도버해협을 지나는 배를 타는 동안 이 배가 타이타닉이나 세월호처럼 가라앉는 상상을 했다. 평소라면 ‘빨리 갑판으로 뛰어나가야지’, ‘뜰 수 있는 걸 붙잡아야지’ 같은 상상을 바로 이어서 했을 텐데, 오늘의 나는 살고 싶어서 다른 사람들을 밀치고, 밟고, 살려달라고 소릴 지르기보다 핸드폰에 나의 마지막 일기를 남기고 이렇게 가만히 앉은 채로 눈을 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차갑고 검은 바닷속에 잠겨지는 나. 많이 춥겠지. 숨도 쉬어지지 않아서 무섭겠지. 지금만큼 힘들고 아프겠지. 이게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면 과연 아쉬울까? 나 해보고 싶은 건 거의 다 해본 것 같은데. 문득 산다는 게 벅차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껏 소리 질러 울고 싶었다.


 오늘 나는 나에게 말했다. ‘이 길은 여기까지 와봤으면 됐다’고. 잘 했다. 수고 많았다. 넌 항상 최선을 다했어. 가장 듣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나는 나에게 아끼지 않고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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