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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Y Nov 23. 2021

미나리 속 인종 정체성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

미나리가 ‘최우수작품상(Best Picture)’ 부문이 아닌 ‘외국영화상(Best Foreign Language Film)’을 수상 받은 것이 많은 화제가 됐다. 영화가 “자국” 필름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대사의 50프로가 영어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준이 있는데, 미나리가 그 기준에 못 미쳐 ‘Best Foreign Language Film’ 부문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게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ollywood Foreign Press Association) 측 입장이다. 

하지만 미나리의 감독은 미국 시민권자이며 (미국에서 자란 한국계 미국인) 미국에서 촬영된 영화이자 미국 스태프와 미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단순히 영어라는 언어를 어떠한 기준치만큼 쓰지 않았다고 해서 ‘외국영화(Foreign Language Film)’로 간주되고 그로 인해 ‘최우수작품상(Best Picture)’ 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제외시킨 것이 억울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논쟁 거리가 된 지점은 과거에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감독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Inglorious Bastards) 또한 그 기준에 못 미쳤지만 외국 영화로 간주되지 않았던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이중잣대가 화제가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떠한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을 지키는 것이 목표라면 최소한 입맛대로 기준을 적용시키지 말아야 한다. 

미나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들었던 생각은, '이 영화는 굉장히 미국스럽다'였다. 영화 내내 볼 수 있는 80년대 남부의 풍경에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미국의 향수를 느낄 수 있고, 주연인 스티븐 연 또한 “한국 배우“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50프로 이상의 대사가 한국어로 이루어졌으면, 미나리는 한국 영화라고 불릴 수 있는가? 영화의 정체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누가 정했으며, 한 문화에 있어서 ‘미국 영화’ ‘한국 영화’라는 레이블과 경계선을 만드는 것이 과연 지혜로우며 의미가 있는 것인가? 

스티븐 연이 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어디에서도 소속감을 못 느낄 때가 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나 또한 그럼 경험을 한 적이 있기에, 이 영화는 영화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이 영화가 상징하는 바와 우리에게 던지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 또한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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