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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꽃 Jul 18. 2023

보고 싶은 할머니께

할머니 안녕하세요? 저 아빠 딸 보미예요. 

아빠 어릴 때 돌아가신 할머니라 사진으로 본 할머니 얼굴이 평생 제겐 할머니의 모습 전부예요. 

며칠 전 8살 아들 녀석의 잠자리를 봐주다 문득 할머니 생각이 나 한참을 숨죽여 울었어요. 잠버릇이 고약한 아들 덕분에 자다가도 몇 번이나 깨서 다시 자세를 고쳐주고 잠을 청하는지 모르겠어요. 베개 위에 머리를 잘 놓이고 팔이건 다리건 어디 하나 불편한데 없이 반듯하게 해 주기 무섭게 잠깐의 뒤척임으로 저 구석에 가서 머리를 박고 자네요. 다시 몸을 일으켜 잔뜩 웅크리고 있는 아들의 팔과 다리를 편하게 자라고 펴주면서 저도 모르게 발 냄새를 킁킁 맡고 있어요. 남편과 딸(아들 위에 12살 딸이 있어요)이 보면 또 한소리 듣겠지만 다들 자니 맘껏 냄새에 취해보다 그러다 할머니 생각이 났어요. 




음.. 지금 아빠는 몸이 안 좋아 요양병원에 계세요. 늘 아이들 잠자리를 봐주다 보면 아빠 생각이 많이 나거든요. 딱딱한 병원침대에 몸을 눕히며 오늘 하루를 아빠도 마무리하겠구나 하면서요. 자느라 잠깐 꼬여있는 아들의 다리를 편하라고 곧게 펴주는데 할머니도 살아계시면 당신 아픈 아들 다리 얼마나 만져주고 싶을까  그동안 두 발로 동동거리며 살아내느라 애썼다 얼마나 토닥여주고 싶을까.. 그 생각에 눈물을 왈칵 쏟았어요.




할머니가 있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던 어린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저도 어느덧 마흔이 되어  조금이나마 어른 흉내를 내는 서툰 어른이 되었어요.

어릴 때 한 번도 써보지 못했던 편지를 마흔이 된 손녀가 하늘에 계신 할머니께 전합니다.

오늘 밤, 아빠 꿈에서라도 한번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그리고 그동안 많이 지쳤을 아빠 팔다리 한번 쓰다듬어 주세요. 오늘 하루도 아픈 몸 이끌고 살아내느라 애썼다 사랑한다 보듬어주세요.

할머니 보고 싶어요.. 


손녀 보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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