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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르바 Oct 27. 2021

닥터 인사이드 (12)

내 안의 의사

11. 자가면역질환



원인 모를 고통수십 종의 자가면역질환


  자가면역질환은 그 고통이 매우 큰데 비해 치료법이 없다. 원인을 모르기 때문이다. 자가면역질환의 종류는 수십 종에 달한다. 그 중에서 흔한 몇 가지를 예시로 살펴본다.


류머티스관절염: 류마티스관절염은 다발성 관절염을 특징으로 하는 원인 불명의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초기에는 관절을 싸고 있는 활막에 염증이 발생하지만 점차 주위의 연골과 뼈로 염증이 퍼져 관절의 파괴와 변형을 초래하게 된다. 관절뿐만 아니라 관절 외 증상으로 빈혈, 건조증후군, 피하 결절, 폐섬유화증, 혈관염, 피부 궤양 등 전신을 침범할 수 있는 질환이다.


크론병: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걸쳐 어느 부위에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궤양성 대장염과 달리 염증이 장의 모든 층을 침범하며, 병적인 변화가 분포하는 양상이 연속적이지 않고 드문드문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대장과 소장이 연결되는 부위인 회맹부에 질환이 발행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며 그 다음으로 대장, 회장 말단부, 소장 등에서 흔히 발생한다. 병적인 변화가 회장과 맹장에 같이 나타나는 경우가 40~60%로 가장 흔하고, 소장에만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30%, 대장에만 발병하는 경우가 10~25%를 차지한다.


베체트병: 베체트병은 구강 궤양, 음부 궤양, 안구 증상 외에도 피부, 혈관, 위장관, 중추신경계, 심장 및 폐 등 여러 장기를 침범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각 증상의 기본적인 특징은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혈관염(vasculitis)이다. 베체트병은 20대와 30대에 처음 시작되는 경향이 있고, 발병 후 시간이 지나면서 질병의 활성도가 점차 떨어지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발병 연령이 늦고 여자에게 보다 많이 발병하며 질병의 중증도가 비교적 덜한 경향이 있다.


쇼그렌증후군: 쇼그렌 증후군은 인체 밖으로 액체를 분비하는 외분비샘에 림프구가 스며들어 침과 눈물 분비가 감소하여 구강 건조 및 안구 건조 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아토피성피부염: 아토피 피부염은 주로 유아기 혹은 소아기에 시작되는 만성적이고 재발성의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소양증(가려움증)과 피부건조증, 특징적인 습진을 동반한다. 유아기에는 얼굴과 팔다리의 펼쳐진 쪽 부분에 습진으로 시작되지만, 성장하면서 특징적으로 팔이 굽혀지는 부분과 무릎 뒤의 굽혀지는 부위에 습진의 형태로 나타나게 되며, 많은 경우에 성장하면서 자연히 호전되는 경향을 보인다. 어른의 경우 접히는 부위 피부가 두꺼워지는 태선화(lichenification)가 나타나고, 유소아기에 비해 얼굴에 습진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아토피 피부염은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유병률이 인구의 20%라는 보고도 있다.


  이런 질병을 가지고 병원에 가도 치료법이 있을 리 없고, 증상에 대한 대응만 있을 뿐이다. 통증에는 진통제, 염증에는 소염제, 염증이 심하면 스테로이드를 사용한다. 이런 것들은 치료가 아니므로 증세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약물은 점점 단위가 올라간다. 결국에는 약물의 부작용이 원래의 증세보다 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 수렁에 빠진다.


치유를 위한 상상


  왜 대책이라 하지 않고 상상이라 하는가? 저자의 개인 견해일 뿐 임상 사례가 없는 대책이기 때문이다. 


*자가면역질환은 적이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에 있다.

*자가면역질환은 '적이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적이 없는 것'이 문제인 병이다. 이 세상의 그 어떤 것과도 비교 불가능한 가장 정교하고 완벽한 시스템이 사람의 몸이다. 면역시스템은 사람의 몸속에서도 가장 놀라운 고차원의 방어시스템이다. 실수가 있을 리 없는 면역시스템이 터무니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 자가면역질환이다. 왜 그럴까?

     

적이 사라졌다.


  모든 생물의 진화는 주변 환경에 맞추어 최적화된다. 조금이라도 필요 없는 과잉 진화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자연은 그런 낭비를 허용하지 않는다. 어떤 학자가 미국의 북부 초원에서 가지뿔영양을 관찰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주변에 살고 있는 어떤 적보다도 두 배나 빠르게 달린다.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다. 조사 결과 아메리카 대륙에는 아메리카치타가 살고 있었고 아메리카치타가 가지뿔영양의 천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가지뿔영양이 그토록 빠른 주력을 가지도록 진화한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아메리카 대륙에 유럽인들이 상륙하고 털이 아름다운 아메리카치타를 마구 사냥하여 결국 아메리카치타는 멸종하고 말았다. 이제 날쌘 천적이 사라지고 없건만 가지뿔영양은 이미 최고시속 100km에 육박하는 스피드를 버릴 수가 없다. 그래서 필요도 없이 엄청난 속도로 들판을 내달리고 있는 것이다. 많은 낭비가 일어나지만 가지뿔영양 스스로는 어쩔 수가 없다. 


군대는 평화가 계속되면 쿠데타를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의 예를 보더라도 강력한 군사력을 갖추고 있지만 전쟁이 없는 상태가 계속되면 군대가 정치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짧은 현대사에서 군사 쿠데타가 두 번이나 일어났다. 무력은 평화라는 진공을 싫어한다. 면역시스템도 군대와 같은 무력이다. 무엇인가를 공격하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이기 때문에 공격 대상이 없으면 찾아내서라도 공격을 하는 일이 생긴다. 이 두 가지가 자가면역질환의 원인이다.

  광범위한 ‘위생' 개념이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오면서 인체의 면역시스템은 갑작스럽게 ‘적'을 잃어버렸다. 수많은 세균과 기생충으로 우글거리는 음식물이 뱃속으로 날마다 들어오고, 수시로 모기나 벌, 쐐기 등의 곤충의 공격을 받아 피부로 침투하는 독과 곤충의 알, 유충 등을 방어해야 하는 면역시스템이 할 일을 잃었다. 주로 피부 방어부대와 소화기계 방어부대가 일거리를 잃은 셈이다. 이 두 가지 면역계가 지속되는 평화를 견디지 못하고 공격대상을 스스로 찾아낸 결과가 크론병, 베체트병, 류머티스, 루푸스, 쇼그렌증후군 등등의 자가면역질환이다.


  대책은 뭘까? '적'을 돌려주면 된다. 기생충도, 세균도, 벌과 모기도, 심지어 먼지도 사람에게는 꼭 있어야 되는 환경이다. 면역부대에는 적과 전쟁이 필요하다. 자가면역질환이 모든 사람에게 발생하는 병은 아니다. 모든 군대가 쿠데타를 일으키지 않듯이 면역계도 마찬가지다. 불필요한 욕망을 가진 군인이 섞여 있을 때 위험하다. 면역계도 사람마다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과도한 공격성향의 면역계를 가진 사람에게서 자가면역질환이 일어난다. 일단 문제가 발생했다면 면역계가 할 일을 따로 만들어주는 것이 자가면역질환의 치료법이 된다.


  이제 사례를 하나 보겠다. 이 사례는 내가 직접 관찰한 믿을 수 있는 사례이다. 환자는 나와 가까운 친척이다. A라고 부르겠다.


  A는 고등학교 영어선생님이었다. 좀 이른 나이에 명예퇴직을 했다. 류머티스 관절염 때문에 너무 힘들었던 것이다. 아침이면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모든 관절이 붓고 움직이기도 어려웠다. 퇴직 후, A는 나에게 조언을 구하러 왔다. 너무 아프다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것이다. 당시 A는 거의 20가지에 달하는 약을 매일 먹고 있었다. 나는 두 가지 조언을 했다.


 *집안에 있는 모든 약을 찾아내어 쓰레기통에 버릴 것

 *아는 친구에게서 뜸자리를 알아 줄 터이니 쑥뜸을 해보라는 것


  A는 나의 조언을 듣고 그대로 실천했다. 약을 모조리 버리고 뜸을 시작했다. 대략 1~2달 뒤부터 류머티스 관절염이 조금씩 호전되었다. A는 뜸을 뜨면서 매일 1~2시간씩 햇빛을 받으면서 산책을 했다. A는 1년 넘게 뜸과 운동을 계속했는데 류머티스 관절염이 완전히 낫고, 부수적으로 각종 알레르기와 가벼운 천식 증상까지도 사라졌다. 이제는 감기도 잘 걸리지 않는 건강 체질로 완전히 탈바꿈했는데 그 변화가 너무도 극적이라서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이 사례를 놓고 나는 이러한 대응이 자가면역질환의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이 사례의 치유 효과는 쑥뜸의 효과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들고, 쑥뜸이 일으키는 지속적인 염증이 만들어 낸 치유가 아닐까 추측되는 것이다. 

  A는 보드라운 작은(2mm) 쑥 덩이를 뜸자리에 직접 올려놓고 태우는 방식으로 뜸을 뜨는데 뜸자리에는 언제나 작은 딱지가 앉아 있었다. 그러니까 날마다 아주 작은 화상을 입는 셈이다. 매일 일어나는 작은 화상 때문에 면역계가 균형을 되찾았고 그로 인해 류머티스 관절염이 나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적이 돌아 온 것이다. 


그밖에, 학계나 의료계의 '적을 돌려주기' 위한 시도를 보면


크론병에 대한 기생충 요법: 크론병은 소화기계의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인데 이는 소화기 내의 기생충을 전제로 하는 면역계가 기생충이 사라지면서 이 병을 일으킨다는 추론에 따라 기생충을 환자의 몸에 이식시키는 요법인데 큰 효험을 본 사례가 많다. 현재 제약업계에서는 기생충 알을 크론병의 치료약으로 개발하려고 시도 중이다.  


봉독(벌침) 요법: 한의학계에서는 벌침으로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려는 시도가 있다. 앞에서 본 쑥뜸의 경우와 같이 벌의 독을 이용한 '적 돌려주기' 치료법으로 보인다. 


  아토피 환자에 대한 숲속 요양 따위의 프로그램이 극적인 효과를 거두는 사례도 본다. 도시의 탁한 공기를 피하고 깨끗한 숲속에 들어갔기 때문에 효과를 거두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 생각에는 아이들이 숲 속에 뛰놀면서 모기를 비롯한 각종 벌레에 물리고, 나뭇가지에 긁히는, 인간의 전형적인 환경으로 복귀했기 때문에 면역계가 정상으로 돌아간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 몸은 생태계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몸 안팎의 세균이나 미생물 기타 생명체들은 우리 몸과 얽혀 있는 것이다. 위생이라는 이름으로 씻고 소독하면서 미생물들을 마구 죽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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