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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힘행 Oct 14. 2021

사진 읽기(2)

사진은 조명하는 것

사진가는 사람들이 지나치는 장면을 잡아 낸다. 

모래사장에서도 진주 귀걸이를 발견한다.  

사진 기법 속에 "out of focus"라는 기법이 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고 배경은 흐리게 만드는 것이다. 

인물 사진을 찍을 때 배경 흐림이 있어 줘야 그 인물이 도드라져 보이게 된다. 


사진으로 찍혔다는 의미 속에는 이미 조명받은 피사체를 전제하고 있다. 

주인공이 되었다는 것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는 뜻이다. 사진의 피사체가 되었다는 것은 사진가에게 찍혔다는 의미다.  

누구나 지나칠 수 있는 흔한 장면 속에 규칙을 발견하고, 의미를 찾아내는 눈을 가진 이들이 바로 사진가들이다. 

"어떤 추운 날"


아름다움과 추함은 한 끗 차이일 수 있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가까우면서도 먼 거리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나는 어떤 아주 추운 날 아들을 사진기에 담았다. 

콧물을 줄줄 흘리는 것도 모자라, 나뭇잎과 찌끄래기가 녀석의 콧물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더럽지도 않았고, 추하지도 않았다.

그 얼굴이 그냥 천사 같았다.


사진 속에는 사진가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 의미를 찾는 것도 사진을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요소이다. 


꼭 사진가의 의도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 

오히려 관객에 따라서는 사진가의 의도를 넘어서는 해석을 해내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서 좋은 것 중에 하나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숨은 의미를 찾아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내가 숨겨놓은 의미를 누군가가 찾아준다면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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