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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힘행 Oct 15. 2021

사진 읽기(3)

사진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


사진에 찍히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진기를 들이대면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돌린다.

왜 그럴까?

모름지기 이윤즉슨, 자신이 예쁘게 나온 사진을 본 적이 없어서다.

사진에 찍힌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서 일테다.

다시 한번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다.

이해한다. 나도 그랬었다.


나는 내 사진이 별로 없다. 

나를 따라다니며 찍어줄 아빠가 없었고, 엄마는 일하러 다녔기 때문에...


나는 인물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사진 찍히기를 싫어했던 사람일수록 그에게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주어 '당신은 아름다워요.'라고 말해주고 싶다.

"좋아해 좋아해"


특히, 아빠와 아이의 사진을 찍을 때 나는 치유의 에너지를 받는다.


내 어린 시절 속에 비어있는 장면을 채워 넣는 느낌이다.


글자 해독 시간이 많이 걸리는 타입인 나는 독서보다는 그림을 읽는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인테리어 디자인 책을 많이 보았다. 

멋스럽게 꾸며진 공간의 사진을 보면서 나는 그 속에 서 있곤 했다. 



"우리는 부자다"


사진의 묘미는 사진은 1초도 안 되는 한 순간을 담고 있어서다.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영상과는 아주 다른 매력이 있다. 

바로 사진의 한 순간을 너머 상상력을 가미하여 보는 이에 입맛에 따라 장면을 연장시킬 수 있다. 


나는 사진을 찍으면서 내게 비어있었던 아빠와의 시간들을 차곡차곡 모은다.



"소중한, 지금 이 순간" 


사람들마다 트라우마를 가진 과거의 어떤 장면이 있을 것이다.

트라우마가 없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적어도 나의 경우는 

어른이 되어 갈수록 점점 더 선명해지는 어떤 장면이 반복 재생되어 나를 붙들고 흔들어댔다.


나와 같이 어떤 트라우마 때문에 괴로운 사람이 있다면 

사진으로, 글로 치유가 된다면 다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내 경험을 말하건대, 퍼도 퍼도 다시 앙금이 흘러나왔다.

원점으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았다. 하지만 사실은 그게 낫는 과정이었다.


나는 아빠와 아이들의 사진을 찍으면서 나의 허기진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채워 넣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울 일도 없고, 웃을 일도 없다면, 

아니 감정이 메말라 있다면,

꽃 사진을 찍으면서는 색을 수집할 수도 있다.


어떤 이의 인생에 색깔이 부족하다면 이 방법이 아주 효과가 있을 것이다.


나는 사진을 처음 공부할 즈음에 색깔부터 수집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자연물 중에서 색을 지닌 꽃을 보면 신기하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물드는 단풍잎들도 너무 신기하다. 

해마다 어쩜 그렇게도 넉넉한 물감을 머금고 있는지 놀랠 일이다.


무슨 사진을 찍어야 할지 모른다면 색을 수집해보라.

흑백 일상에 총천연색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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