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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훈 Jul 13. 2024

7월의 에피소드

꼰대와 베테랑 그 사이 55

동이 났다.

평소 좋아하는 작가이자 학자인 서동욱의 신간(?),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가 주변 알라딘 중고서점 네 곳에 세 권씩 들어온 것을 며칠 전 확인했다. 당연히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은 경성대/부경대점이니 그곳에서 사기로 마음먹고 오늘(금요일) 확인해 보니 여전히 두 권이 남아 있었다. 설마 누가 사가랴.... 수영을 하고 가 봤더니 다 팔렸다. 역시 대연동의 저력인가... 대학교의 힘이 아직 남아 있나? 결국 건강검진 결과에 대한, 일종의 브리핑을 듣기 위해 광안리에 있는 한 내과에 들르는 김에 센텀점에 가서 사기로 했다.


의사의 브리핑

검진은 6월 말에 받았는데 이제야 갔다. 원래는 그다음 주에 갔어야 했는데, 가려고 마음먹은 날, 그전에 건강검진 결과지가 우편으로 날아왔다. 뭔가 김새는.... 여하간 결과지를 보니 처마신 맥주의 양에 비하면 무난했다. 심혈관 나이는 내 나이보다 열 살이나 어렸고, 살은 저번보다 4킬로그램 정도 줄었다.


한 가지 이상했던 건, 콜레스테롤 수치였다. 유독 한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높아서 전반적인 수치를 높여놨다. 아내도 그걸 보고 약간 걱정을 했다. 나 또한 당연히 이 콜레스테롤의 정체가 궁금했다. 종종 딸에게 "야, 아빠 정도면 거의 채식주의자 아니냐?" 할 정도로 육식을 즐겨하지 않기 때문이다. 운동을 게을리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의사와 마주 앉아 들은 브리핑 내용은 별거 없었다. "떼어낸 플립은 신경 쓸 거 없다. 식도에 약간 흠집이 있는 건 저번에 처방해 드린 약을 먹으면 되니, 2주분 더 처방해 드리겠다. 그리고, 수치가 낮은 콜레스테롤들이 있는데, 이건 낮을수록 좋은 나쁜 콜레스테롤이다. 높은 수치를 보이는 것이 하나 있는데, 이건 좋은 콜레스테롤이어서 높을수록 좋다. 이 콜레스테롤 수치가 이렇게 높은 사람은 처음 봤다." 이 정도였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아직은 그럭저럭 쓸만한 몸뚱이라는 것.


인스타그램의 용도

7월 들어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는데, 목적이 분명했다. 책과 글로 더 많은 사람을 만나자는 것. 뭐 그 정도였다. 그나마도 게으른 탓에 일주일에 한 두 개 올릴까 말 까다. 아직은 적응 중이다. 얼마 전 딸이 잘 돼 가냐고 물었다. "뭐, 일주일에 하나 올릴까 말 까야.", "그럼 왜 해?", 딸이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앞서 목적을 말한 뒤에 가벼운 이유 하나를 더 얹었다.


"아빠가 신간을 거의 안 읽잖아. 정보도 잘 모르고.. 그래서 새 책을 좀 얻어 읽어볼까 하고.", "얻어 읽는다고?", "응... 서평단 응모 같은 거 말이야. 그런 정보는 또 페이스북보다 인스타그램이 많다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뭐 좋아하는 출판사들부터 팔로우했지.", 내 말을 들은 딸은 약간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날 봤다. 흠.... 뭔가 책 동냥하는 느낌이 들었으려나?


숟가락 얹기

며칠 전 한 공공기관 홍보영상 시사가 있었다. 영상이 잘 나와서 별 걱정은 안 했다. 기대대로 외부 기관의 실무자도, 담당자와 계장과 과장도 만족해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국장님께 보여드리자고 누군가 호들갑을 떨었고 그 즉시 층을 옮겨 그 국장님께 갔다. 그 영상을 본 국장님 또한 맘에 드셨는지 더 높은 분께 보여드리자고 제안을 했다. 방송 개시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탓에 내부적으로 열심히 돌려보기로 하고, 우리는 그 내부시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아마, 영상이 맘에 안 들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광고계 격언 중에 "훌륭한 광고에는 그 광고를 만들었다는 사람이 백 명이 넘지만 망한 광고에는 자기가 만들었다고 나서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말이 있다. 뭐, 이건 비단 광고쟁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겠지. 광고/홍보 영상의 담당 직원이 뭘 하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그 결과물을 본 뒤 혹해서, 뒤늦게 칭찬과 함께 은근슬쩍 한두 마디 얹으며 그 공을 함께 하려는 윗사람들이 있다.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 순간, 우리는 잘됐다는 확신을 갖는다.


이런 일들이 7월 들어 있었다. 5월부터 조짐을 보이던 일들이 6월에 이륙해서 한여름을 더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감독과 나의 휴대폰 캘린더가 복잡해지고 있다. 다음 주 우리 팀은 목포에 갈 예정이고, 그다음 주엔 감독이 촬영팀을 꾸려 울릉도에 들어간다. 그 사이 난 중견 플랜트 기업의 홍보 영상 시나리오를 써야 하고....


사족을 달자면, 서동욱의 신간은 더 입고 됐다.

게으르게 올리는 인스타 아이디는 다음과 같다.

https://www.instagram.com/younghoon_choi_copy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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