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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 May 25. 2024

내가 미국에서 경험한 것들 (1)

* 미국 교환학기동안 얻은 세 가지 습관 

비싼 돈 들여가며 미국에 6개월 동안 있었다.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싶었고, 더 많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미국은 생각보다 위험했고, 내 튼튼한 두 다리라도 미국에서의 방방곡곡 돌아다니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제외한 기간에는 나 자신에 대해 더 집중하기로 했다. (제일 저렴하고 안전한 방법) 

기억력이 좋지 않아 하루 빨리 휘발되고 있는 이 생각들을 접어 이곳에 기록하려 한다.  


 


나는 오하이오주의 교환학교에서 한 학기를 보냈다. 

돈만 펑펑 쓰는 소비생활을 하며 얻을 수 있는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성인 이후로 거의 쉬지 않고 했던 아르바이트일 할 수 없고, 교환 교에서 얻은 성적은 pass or fail로 들어가기 때문에 A를 받든, B를 받든 같은 pass로 남게 된다. 기숙사에 있기 때문에 왕복 2시간 30분 통학을 할 필요도 없다. 마지막으로 서울과 굉장히 다른 곳(시골)이기 때문에 즐길 거리가 없다. 

요약하자면, 나에게 주어진 자유 시간이 무자게 많다! 


한국에서는 나름 내 멋대로 살았지만, 통학, 학점을 위한 공부를 제외한 시간만이 내가 가질 수 있는 자유시간이었다. 또 같은 나이 같은 전공 친구들이 미래를 그려나가는 환경에서 얻는 조급함으로부터 독립적인 삶은 아니었다. 때론 비교로 인한 내 자신감이 깎여나가기도 했다. 

비로소 먼 땅 미국에 와서 위의 활동과 독립적인 환경에 놓인 것이었다. 마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들로만 하고 살았다. 


이번 글은 미국에서의 교환학생 기간 내가 하고 싶은 것들로만 하고 살면서 몇 가지 느낀 점들에 대해 담았다. 



1. 영어 확장하기 

*부제목: 영어 그냥 하면 되겠지? > 앗, 말이 안 나오네? > 영어 공부(연습) > 영어 확장


한국에서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느낀 적이 없었다. 

영어, 그까짓 거 대충 바디랭귀지 쓰면서 말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입에서 단어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영어로 말을 시작하는 것은 성공했다.  그다음이 문제였다. 분명 적어도 수능 영어단어는 내 머릿속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말할 줄 아는 건 초등 영어단어 수준이었다. (100개의 영어단어가 있다면, 말을 할 수 있는 영어단어는 20개뿐)

그렇다고 잘 듣는 것도 아니었다. Sorry? Pardon? 을 말하긴 싫어서 uh-uh만 하며 알아듣는 척하고 유추한 뒤 초등 영어단어의 답변으로 의사소통하곤 했다. 

또, 수업 시간에 'people'을 5번은 말했는데 옆의 내 친구가 이해하지 못했다. 그 친구에게는 'paper'로 들렸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단어를 발음해도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할 때, 막막함은 배가 되었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영어 공부하기. 이후 나는 영어 발음, 리스닝, 스피킹 연습을 했다. 

(연습이라 말한 것은 같은 영상, 같은 발음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예시로, I didn't를 '아이 디든 튼'가 아닌 '아 단 ㅌ'로 발음하는 것이다.  방 안에서 하나의 단어를 10번 이상 반복하고, 또 다음 날에 공부했던 것들을 반복했다. 

매일 2시간 이상 공부했으며, 나만의 매일 아침 등굣길은 팝송으로만 듣기, 달릴 때와 씻을 때는 항상 자막 없이 영어로 연설하는 동영상 보기와 같은 나만의 작은 영어 습관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이 작은 습관들은 점점 확장되었다. 몇 주 뒤부터 한국 노래는 아예 듣지 않게 되었고, 운동할 때, 씻을 때는 유명 인사들의 강연 영상을 틀어놨다.

이렇게 3달을 반복하니 간단한 의사소통과 아래의 것들이 가능해졌다.

* 아무 사람과도 스몰토크를 할 수 있다는 점 

* 옆 카페 테이블에서 말하는 소리가 외계어가 아닌, 영어로 들린다는 점  


'영어'라는 도구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미국인들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의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나의 경험은 다른 언어를 배워보고 싶다는 동기를 불러일으켰으며, 프랑스 친구인 룸메이트에게 프랑스어를 배우곤 했다. 

되돌아보면, 영어 확장을 통해 나는 아래와 같은 것들을 얻었다. 

- 영어 의사소통 능력 

- 일상생활에서 실력을 높일 수 있는 습관 만들기

- 다른 언어에 관한 호기심 




2.98%가 아닌 102%를 쏟는다면 말도 안 되게 기분 좋은 상쾌함을 준다.  


이 주제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상황 설명을 하자면, 생명과학도 잘 모르는 애가 악명높은 4학년 biology 강의를 듣게 되었다. 처음 수업 시간부터 암의 구조에 관해 설명하더니, 각종 암과 세포에 관한 강의 내용이 펼쳐졌다. 정말 하나도 몰랐다. 심지어 교수님의 성량은 나보다 작았다. 잘 들리지도 않으니 내 머릿속에 남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3번의 시험, 3번의 논문 리뷰, 2번의 논문 발표를 한 학기 안에 해야 하는 나로서는 막막 그 자체였다.  

막막한 채로 중간고사를 봤고, 그 결과 F 점수대를 받았다. 교수님께서는 이 강의를 수강하지 않는 것을 고려해 보라는 쪽지를 주셨다. 정신 차려야 했다. 

수업이 끝난 뒤, 교수님께 가서 수강 철회는 안 할 것이며, 최선을 다할 테니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나는 매일 공부를 하며 3일에 한 번씩 교수님을 찾아가 1시간 동안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쌓인 질문을 해결했고, 시험과 과제 기한 하루 이틀 전부터는 다 같이 공부하며, 친구들이 나의 과외 선생님이 돼주었다. 마지막 시험 전날 공부 시간을 보니 10시간을 책상에 앉아있었다. 

마지막 시험에서 나는 대부분의 답안을 채웠고, 시험이 끝난 뒤 건물에서 나올 때 엄청난 상쾌함을 느꼈다. 

이 상쾌함은 언제 느꼈었는지도 가물가물한 기분이었다. 최선을 다해야만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선을 다한 경험에 대해 생각해 보면 벌써 2년이 넘은 경험이었다. 그동안 난 '적당히'라는 게으름으로 이 감정을 못 느끼고 있었다. 만약 내가 쉬운 과목을 들었다면, 운이 좋게 첫 성적이 좋았다면 이렇게까지 노력하지 못했을 것이다. 

때로는 악조건이 더욱 값진 경험으로 바뀌고, 더 강한 나로 만들어준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깨달았다. 

무엇보다 98%가 아닌 102%의 노력을 쏟는 것은 순전히 나를 위한 일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3. 나 자신을 캐릭터로 생각하고, 더 성장시키기 (긍정 회로 돌리기 & 긍정 습관 만들기)


한국에서 나는 나에게 당근보단 채찍을 주는 사람이었다. '왜 못하지?', '이것도 못 해?'와 같은 부정적인 말들은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항상 되새기는 말이었다.


가끔 글들을 읽으면, 나 자신을 격려하고 응원하라는 말들을 종종 본다. 이런 말들을 접할 때마다, 나와는 관련 없는 것처럼 지나쳤다. 내가 나에게 달콤한 말을 하면 내가 열심히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가득했고, 실패하기 싫었다. 실패해도 되는 삶이 주어진 이곳에선 잃을 게 없단 생각과 함께 내면의 말을 바꿔봤다.

나는 학교 과제로 매주 나만의 목표를 세우고, 전 주의 목표를 회고하는 짧은 일기를 써야 했다. 

매번 '주 3일 운동'을 적었고, 못 지켰다. 실패 회고를 적을 때 내 게으름을 보는 것은 부끄러웠다. 

하지만 교환교에서의 삶은 '실패해도 되는 삶'이라 정의하지 않았나? 답답해하기보다 합리화하려 노력했다. 

'1시간 운동할 시간도 없이 내가 바빴나 ?'을 생각하기보단 '1시간 운동하는 건 꽤 어렵지, 하지만 이번 주에 1번이나 갔잖아!'와 같이 긍정적인 생각을 의식적으로 끄집어냈다.  

또한 '주 3일 운동' 목표에서 '주 3번 gym에서 20분이라도 시간 보내기'로 목표를 더 세분화했다. 

그러다 보니 신기하게,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나를 칭찬해 주기 위해 운동을 하러 갔다. 

운동하기 습관은 주 5일 2시간 운동으로 발전했고, 칭찬의 범위를 '운동하기'에서 더 늘려나갔다. 또한 나 자신에게 주기적으로 칭찬하기 위해 긍정적인 습관들을 만들었다. 


간단하게는 친구랑 약속잡기, 아침에 '잘 될거야' 3번 외치기가 있었으며 프랑스어 공부하기, 내가 존경하는 사람 습관 따라하기와 같은 습관들을 만들어 나갔다. 이 중에서 몇 가지 습관들은 취미로 변했다. 

운동하며 찰리 멍거의 강연을 듣는 것은 나의 취미 중 하나였다. 




위의 습관들을 통해 바뀐 내 긍정적인 모습들의 유효기간은 무한보다는 유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몇달 뒤 부정적인 모습으로 바뀔 수도, 무기력한 모습으로 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위의 경험들은 내 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나도,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부정적인 시기에 이 글을 보고 조금이나마 자신에게 관대하길 바라며, 내 자신에게 칭찬 한 마디를 건넬 수 있는 긍정 에너지를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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