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하고 이틀째.
2주동안은 담임들이 아이들 급식실 내려가는 것부터 자리에 앉는 것까지 책임지기로 했다.
우리반이 내려갈 시간이 되어, 아이들을 데리고 급식실에 가서 줄을 세우고, 자리를 찾아서 앉도록 지도했다.
첫날은 자기 자리가 어디인지 몰라 허둥거렸지만 이틀째부터는 거의 자리를 잡아갔다. 제대로 잘 앉고 있나, 혹시 밥 먹으면서 이야기하는 녀석들은 없나, 우리반이 잘 보이는 급식실 중앙에 서서 아이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이제 막 식판을 들고 자기 자리에 도착해서 식탁 위에 식판을 내려놓은 H.
나를 보더니 갑자기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표시를 한다.
'뭐지?'
이틀만에 하트를 날리는 저 녀석의 정체는 무엇인가?
저 하트가 향하는 곳이 내가 맞나 의심하며 녀석과 눈을 맞췄다. 녀석은 계속 쳐다보며 웃는다.
당황한 나도, 미소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내가 언제, 중2 남학생에게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하트를 받아보겠냐.
영광이다, H!
오늘은 종례하는데 조금 지쳤다.
날씨가 꾸물거려서인가, 화이트데이여서인가, 아이들이 방방 떠있는 듯 어수선했고, 심한 장난도 많았다.
늘 빠른 종례를 신조로 삼고 있는지라, 간단하게 종례하고 마치는데, H녀석이 인사를 한다.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응! 잘 가!"
"내일까지 보고 싶을 거예요."
" 그래.쌤도 보고 싶을 거다. 잘 가라!"
녀석은 내 피곤을, 혹은 불편했던 내 마음을 읽었던 것일까. 녀석의 한 마디에 하루의 긴장이 스스르 풀린다.
녀석은 올해, 무한한 애정표현을 담뿍 보내주기로 하고 작정하고 내게 찾아온 천사인 걸까?
나를 지지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힘이 된다. 신이 난다. 그리고 때론 의지가 된다.
올해 내게 찾아온 단 한 사람.
멋진 녀석.
고맙다, 너란 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