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친절한 햇살씨 Jan 27. 2023

햇살씨와 나무군


잠들기 전 침대에 나란히 누운 우리부부는 각자의 책을 읽고 있다.

나는 이슬아 작가의 『가녀장의 시대』를, 남편님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읽는다.


"있잖아. 이슬아 작가 책 보니깐, 그냥 일상의 대화를 그대로 다 쓴 것 같아. 그래서 나도 자기랑 이야기한 걸 다 써볼까 해."


"그래? 그래 그럼."


"그럼, 자기 닉네임을 정해야겠는데? 나는 이미 '햇살씨'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잖아. 자긴 뭘로하면 좋을까?"


"음-. 자기가 생각해봐."


"아냐. 자기가 생각해야지."


"햇살공주와 달빛 머슴 어때?"








나는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남편님이 머슴이라니. 우히히힛!


"진짜????"


반색을 하는 나를 보고 남편님이 말한다.


"아니!!! 자기 너무 좋아하는 거 아냐?"


아. 역시. 남편님은 밀당의 고수다.


이리하여 달빛 머슴은 물건너 갔다. 닉네임으로라도 남편님을 머슴으로 부려보고 싶은 나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던 소망을 남편님이 눈치채는 바람에. 쩝.


"그럼 뭘로 할래?"


"음. 책과 관련된 걸로 해볼까?"


"뭐. 책돌이 이런거? 이건 첫째씨 닉네임인데?"


"북키테르 어때?"


"그게 무슨 뜻인데?"


남편님은 이 뜻을 설명하고 찾느라 한참동안 시간을 낭비했다. 


"그건 쫌....그냥. 달빛씨로 가자."


이렇게 정리가 되었는데!


오늘 아침을 먹으며 삼둥이에게 물었다.


"얘들아! 아빠 별명 하나 만들어봐."



막내씨가 말했다.


"아빠 이름에 뿌리 근이 들어가니깐, 나무가 어때요?"


"나무? 그냥 나무는 좀 그렇지 않나?"


"그럼 나무군으로 해요!"





"오호!!! 나무꾼 느낌으로..선녀와 나무꾼. 햇살씨와 나무군. 오호라! 당첨!!!"


이리하여, 내맘대로 내 블로그에서 남편님은 '나무군'이 되었다. 음하하하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