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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l Oct 31. 2021

지옥과 천국

소변 참기 대장정

우리 산책 나갈까? 주원이도 함께.”

“좋아요~ 30분 후에 나가요 우리.”


친정에 갈 때마다 저녁을 먹은 후 종종 엄마와 동네 탄천을 걷곤 했다.

엄마와의 대화는 항상 편안하고 즐겁다.


나는 한참을 침대 위에서 뭉그적 거리다가

30분 후 겨우 몸을 일으켜 나갈 채비를 마친다.


‘아… 근데 화장실에 들렀다 갈까 말까. 귀찮다 그냥 나가자.’


엄마는 주원이의 손을 잡고

나는 살짝 떨어져 걷기 시작했다.

미ㅊ.. 벌써 신호가 온다.


‘화장실 들렸다 나올걸… 게으름뱅이 지겹다.”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온다.

나를 사랑하는 것도 한순간인데

나를 미워하는 것도 이렇게 쉽다.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고 엄마와 주원이의 대화는 다정스러운데  머릿속은 하얀 백지장이다.


‘근데 나 원래 소변 잘 참았는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됐지?’


나와 남편을 닮아 앞짱구  짱구인 아들의 머리통을 바라보며 고개를 젓는다.


‘저 머리통이 지나간 자리가 그대로인 게 이상한 거지.’


나는  힘을 집중에  하반신으로 보낸다.


 여기서 실수하면 안 돼. 정신 똑바로 차려라.’


근데 자꾸 정신이 아득해져 간다.

마침 생리대도 했는데 찔끔 내보내도  일은 일어나지 않지 않을까 헛된 기대를 걸어본다.


엄마와 주원이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속도 모르고 나누는 대화에 웃음꽃이 핀다.


‘하… 선택해.. 저 화단으로 달려가 바지를 내린다면 주위에 볼 사람이 있을까?’

너무 밝다. 경기도는 예산이 많은가 밤거리가 너무 밝다. 젠장.


나는 결국 엄마에게 털어놓는다.


“엄마, 나 화장실 급해요.”

“에고… 나도 가끔 그러는데 나오기 전에 화장실 잊지 말고 다녀와야 해.”

“그러니까요.”

엄마,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랍니다.


집까지는 약 300m 정도 남은 듯하고 남은 길은 오르막 길이다.

나는 최대한 방광에 압력이 가해지지 않게 한 걸음 한 걸음을 소신껏 내딛는다.

‘어쩌면 집까지 버틸 수 있을 거 같아.’


희망적인 생각이 들자 발걸음에 자신감이 붙는다.

200m…100m… 눈앞에 아파트 건물이 보인다.


길고 긴 방출의 시간을 보내고

변기 레버를 누른다.


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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