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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뚫기 Mar 23. 2024

왜 우리 아이는 내 사랑을 구속으로 느낄까?

어서 오세요. 책의 핵심을 꿰뚫어 고유한 관점을 창조하는 ‘우물 밖 청개구리’ 우구리입니다.



마음 아프게도, 우리 아이가 나의 사랑을 구속이라 느끼는 때가 오곤 합니다. 분명 내 품 안에서 이리저리 몸을 비틀고 안기고 때로는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면서 졸던 아이가. 어느새 몸과 마음이 쑥쑥 커버리더니 결국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세상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때로는 사춘기도 아닌 녀석이 속을 썩이기도 하고요.


어쩐지 사랑이 담긴 나의 말 하나하나에, 행동 하나하나에도 아이가 짜증 난다고 말합니다. 문을 쾅 닫고 자기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리고요. 밤이 늦도록 친구들과 노느라 집에 들어오지 않기도 합니다. 뭐가 문제일까? 고민해 봐도 딱히 모르겠습니다. ‘내 부모가 나처럼만 해줬어도 정말 행복했을 텐데’ 하는 생각 때문에 어긋나는 내 아이가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홧김에 “네 마음대로 해!”라는 말을 뱉어버립니다. 아이가 그토록 원하던 ‘자유’를 줘버립니다. 그런데 특별히 아이가 하는 건 없습니다. 방 안에 틀어박혀 하루종일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고요. 굿즈니 뭐니 쓸데없는 물건을 샀다 팔았다 하느라 방안이 엉망입니다. 때때로 친구들과 노느라 얼굴 보기도 어려운 날이 늘어만 갑니다.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운 오리 새끼가 따로 없습니다.



아이에게 ‘free from’을 넘어서 ‘free to’를 선물하세요.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님은 자유를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하나는 ‘free from, 무엇으로부터의 자유, 해방’이고요. 다른 하나는 ‘free to, 무엇을 할 자유, 개성’입니다.


아이에게 ‘free from’을 선물한다는 건 아이가 부모라는 둥지를 떠나는 걸 인정한다는 뜻이고요. 나아가 아이에게 free to’를 선물한다는 건 아이가 스스로 날갯짓하는 걸 응원한다는 뜻입니다. 우리 아이에게는 두 가지 자유가 모두 필요합니다.



우리 아이가 내 사랑을 구속이라 느끼는 것은 부모로부터 해방되고 싶다는 뜻인데요. 다시 말해 ‘free from parents, 부모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는 겁니다. 아기새는 때가 되면 둥지를 떠나 자기 만의 삶을 찾아 떠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에게도 부모라는 둥지를 포근하지 않고 답답하게 느끼는 때가 반드시 오고야 맙니다. 오히려 오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겠죠.


그런데 아기새는 둥지를 떠나고 싶어도 당장 떠나지 못합니다. 스스로 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아기새는 날갯짓을 수없이 연습합니다. 둥지에서 바닥으로, 바닥에서 둥지로. 아기새가 날갯짓을 수없이 반복하는 동안 어미새는 먹이를 물어다 나르기를 반복합니다. 어미새가 물어다 준 먹이 덕에 아기새는 수없는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고, 마침내 아기새는 ‘free to fly, 날 수 있는 자유’를 얻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에게도 ‘free to fly, 날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합니다. 날갯짓을 연습하는 동안 부모는 더 이상 보금자리가 아니라 임시 거처쯤 될 텐데요. 부모가 대가 없이 주는 음식과 잠자리에 의지하여 아이는 수없는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고, 마침내 ‘free to be, 존재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됩니다.



기새는 ‘free to fly, 날 수 있는 자유’를 얻고자 날갯짓을 연습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는 ‘free to be, 존재할 수 있는 자유’를 얻고자 무엇을 연습해야 할까요?


《자유론》의 저자 존 스튜어트 밀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려면 ‘스스로 선택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인지, 판단, 독특한 감정, 정신 활동, 도덕적 선호 같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능력들은 오직 스스로 선택을 할 때만 훈련되기 때문인데요. 만약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고 정해진 관습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정신적 노예 상태에 머물게 된다고 경고합니다.


존 스튜어트 밀은 ‘스스로 선택하는 경험’을 하려면 다음 세 가지 자유가 꼭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첫째는 ‘사상과 토론의 자유’입니다. 그 사람의 생각이 나와 다르더라도 혹은 명백히 틀렸더라도 그 사람이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지켜주어야 합니다. 물론 욕설, 비난, 비방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되겠지만요.


우리 아이가 방 안에서 하루종일 스마트폰만 잡고 있는 건 ‘사상과 토론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걸 지도 모릅니다. 우리 사회에는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만나고 헤어지고 말하고 들을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습니다. 라면 한 그릇 값이면 자리를 얻을 수 있는 편의점이 그나마 대안이지요. 그럼 우리 아이들은 어디서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요? 바로 SNS입니다. 스마트폰은 SNS 문을 열어주는 도구일 뿐이죠. 그러니 무작정 스마트폰을 뺐는 것은 우리 아이에게 ‘사상과 토론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없애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저는 스마트폰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둘째는 ‘취향과 추구의 자유’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인생 계획을 세우고, 하고 싶은 일을 행하며,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자유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자유에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되겠지만요.


우리 아이가 굿즈 등의 온갖 잡동사니들을 사고파는 건, 그러느라 방안이 엉망이 되는 건 ‘취향과 추구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우리 사회에는 청소년들이 자기 만의 프로젝트를 세우고 실행할 수 있는 기회가 마땅치 않습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꿈을 꾸고 새로운 시도를 하며 ‘취향과 추구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용돈을 모아 물건을 소비하는 방식으로 ‘취향과 추구의 자유’를 누립니다. 그러니 아이의 물건을 잡동사니 취급하고 버리는 것은 우리 아이에게 ‘취향과 추구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없애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저는 소비보다 창작으로 자유를 누리길 바라지만요…)


셋째는 ‘결사의 자유’입니다. 인간이라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목적을 위하여 단체를 결성할 자유가 있습니다. 물론 강제적이거나 속여서 단체에 가입시키는 것은 안 되지만요.


우리 아이가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노느라 집에 들어오지 않는 건 ‘결사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우리 사회에는 청소년들이 자기 만의 프로젝트를 세우고 실행할 수 있는 기회가 마땅치 않습니다. 따라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모여 단체를 이룰 가능성도 많지 않지요. 우리 아이들에게 최선은 그나마 학교 친구, 학원 친구들과 재미를 목적으로 모이는 것뿐입니다. 그러니 무작정 아이 친구들의 질이 나쁘다고 평가하거나 못 만나게 하는 것은 우리 아이에게 ‘결사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없애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재미와 더불어 다른 목적을 위한 단체에도 속하길 바라지만요…)



새는 날 수 있어야 존재할 수 있고, 인간은 세 가지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존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인간이고,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도 인간입니다. 우리 아이가 인간다운 삶을 누리길 바란다면, 우리 아이에게 ‘부모로부터의 자유’를 넘어 ‘사상과 토론의 자유’, ‘취향과 추구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허락해 주세요.


아기새의 날갯짓은 실패를 전제하기에 추락과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의 ‘세 가지 자유’는 실수를 전제하기에 상처와 같습니다. 말실수로 학교 폭력에 휘말릴 수도 있고, 독특한 취향 때문에 친구를 잃을 수도 있으며,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사고를 칠 수도 있습니다. 아이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법을 배우겠지요.


어미새는 아기새가 추락하는 동안 충분한 먹이를 날라줄 뿐이듯, 우리는 우리 아이가 상처 입는 동안 온전한 가정을 줄 뿐입니다. 혹시나 마음이 난다면, 우리 아이를 넘어 모든 아이의 부모가 되어주고 싶다면, 청소년들이 ‘사상과 토론의 자유’, ‘취향과 추구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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