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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뚫기 Aug 01. 2024

사유하는 데 꼭 필요한 책

사유도 본능이다. 본능 활용법.

어서 오세요. 책뚫기의 북라디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러분 인생의 주인은 누구인가요? 나? 가족? 혹은 회사? 자기 계발서를 비롯한 수많은 책들은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라고 말하는데요. 덧붙여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려면 사유해야만 한다고들 해요. 다시 말해 사유하는 정신이야말로 인생의 진짜 주인이라는 건데요.


그런데 오늘 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오늘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것인데요. ‘내 인생의 주인은 내 몸이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내 인생의 주인은 사유하는 정신이 아니라 내 몸, 정확히 말하면 내 몸에 새겨진 본능이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내 몸에 새겨진 본능을 이해하고 본능에 맞게 사는 게 주인 된 삶이라는 건데요. 쉽게 말해 생긴 대로 살자는 말을 꼭 해보고 싶었어요.


그럼 우리 인간은 어떻게 생겨먹은 종인지, 또 우리 인간은 어쩌다 사유하게 되었는지, 마지막으로 사유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책뚫기의 북라디오 지금 출발합니다.


[책뚫기의 글을 오디오로 즐겨보세요]

https://youtu.be/YZRkIWqls1w


본능대로 움직이다


우리는 흔히 동물들은 본능대로 움직인다고 말해요. 배가 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때가 되면 짝짓기를 하니까요. 그럼 인간은 어떨까요? 흔히들 인간은 본능을 초월하는 정신을 지녔다고 말해요. 인간의 정신은 식욕, 수면욕, 성욕을 참거나 조절할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인간은 사유를 통해 본능을 초월한 신과 같은 종이라 말하기도 하는데요. 정말 그럴까요?


물리학자 브라이언 그린의 책 ⟪엔드 오브 타임⟫에는 이런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인간은 자기 몸이라는 입자 배열에 새겨진 확률 패턴대로 움직인다. 우주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상관없이 물리 법칙대로 움직인다.’


또 유시민 작가는 자신의 책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에서 인간은 유전자의 생존기계라고 표현하는데요. 인간 한 명 한 명은 탄생과 죽음을 맞이하지만 수많은 인간의 탄생과 죽음을 통해 유전자는 계속 살아남는다는 거예요. 즉 인간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유전자가 살아남기 위해 갈아타는 기계라는 말이에요.


두 책의 메시지를 통해 질문에 답을 해볼게요. 우리 인간은 본능을 초월하는 정신을 지녔을까요? 제 답은 ‘아니요’인데요. 저는 우리 인간도 본능대로 움직이는 동물이라고 생각해요. 다시 말해 인간은 정신이 사유한 대로 움직이는 동물이 아니라 본능대로 사유하고 움직이는 동물이라 말할 수 있어요. 인간의 위대한 정신 활동인 사유란 자연을 초월한 신적 능력이 아니라, 자연이 새겨놓은 본능 중 하나라는 거예요.


오늘 제 이야기는 ‘사유도 본능이다.’라는 문장에서 출발하는데요. 인간은 생겨먹기를 사유하도록 타고난 종이라는 말이기도 해요. 아마 생각이 다른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열린 마음으로 한번 들어주시고, 또 진솔한 생각은 댓글로 편하게 남겨주세요.



사유란 무엇인가?


사유란 무엇일까요? 사유가 무엇인지 정의 내리기 위해 ⟪엔드 오브 타임⟫ 속 한 구절을 읽어드릴게요.


인간이 다른 종을 제치고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자연의 패턴에 매우 민감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만물의 연결 관계를 추적하고, 우연을 가볍게 넘기지 않으며, 규칙을 기억하고 중요도를 할당한다.

브라이언 그린, ⟪엔드 오브 타임⟫, 박병철 옮김, 와이즈베리, 2021, p.440-441


브라이언 그린은 인간에게 패턴을 찾아내고, 찾아낸 패턴으로 미래를 예측하려는 본능이 있다고 말해요. 그리고 바로 이 본능이 인간을 먹이사슬 최상위에 오르게 해 주었다고 말하는데요. 저는 이 본능이 바로 ‘사유’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사유란 패턴을 찾아내고, 찾아낸 패턴으로 미래를 예측하려는 본능이라고 정의 내려볼게요. 그렇다면 사유가 깊은 사람이란 ‘미래를 잘 예측하는 사람’이라 말할 수 있는데요. 사유가 깊은 사람은 세상 속 다양한 패턴을 알고 있어요. 나아가 왜 그런 패턴이 나타나는지, 또 그 패턴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고 있는 사람일 거예요. 그리고 찾아낸 패턴을 이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꿈과 미래를 비교적 정확하게 실현할 거예요. 우리는 바로 이런 삶을 주인 된 삶이라고 부르죠.



어쩌다가 인간은 사유하게 되었을까?


인간은 어쩌다가 패턴을 인식하고, 인식한 패턴으로 미래를 예측하려는 본능을 갖게 되었을까요? 어째서 유독 인간은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보다도 세 배나 많은 뉴런을 갖게 되었을까요? ⟪움직임의 뇌과학⟫의 저자 캐럴라인 윌리엄스는 ‘움직임’ 때문이라고 답해요.


잠깐 멍게 이야기를 해볼게요. 멍게가 자기 뇌를 먹는다는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어린 멍게는 단순하지만 뇌도 있고 꼬리까지 이어지는 신경삭도 있데요. 그런데 바다를 떠돌던 멍게가 바위에 찰싹 붙고 나면 뇌를 비롯한 모든 신경계를 소화해 버리고 다시는 의사 결정을 하지 않는데요. 학자들은 이를 보고 ‘두뇌가 움직이기 위해 진화한 것이구나!’라는 추론을 했다는데요. 이와 관련된 ⟪움직임의 뇌과학⟫ 속 한 구절을 읽어드릴게요.


두뇌는 생각하기 위해 진화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움직이기 위해 진화했다. 위험한 상황에서 도망치고 보상을 좇기 위해서 말이다. 감각, 기억, 감정과 앞일을 계획하는 능력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일은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한다. 움직임은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방법의 핵심이다.

캐럴라인 윌리엄스, ⟪움직임의 뇌과학⟫, 이영래 옮김, 갤리온, 2021, p.6-7


두뇌는 움직이기 위해 진화했다는 말인데, 그럴듯하지 않나요? 그러고 보니 두뇌가 없는 식물은 움직이지 않거나 움직이더라도 매우 단순한 동작만 반복해요. 반면 두뇌가 있는 동물은 모두 움직이고요. 특히 유독 뛰어난 두뇌를 지닌 인간은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움직여요.


그럼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뛰어난 뒤뇌를 갖게 되었을까요? 400만 년 전쯤 동아프리카의 기후가 서늘하고 건조해지면서 열대우림이 산림과 대초원으로 바뀌었데요. 그 결과 나무에 달린 과일이 줄어들자 우리 조상들은 먹이를 찾아 더 멀리까지 움직여야만 했는데요. 즉 먼 거리를 걷고, 좋은 먹이를 발견하고, 나아가 본거지로 돌아오는 지능이 있는 종만이 번식을 할 수 있었데요.


게다가 약 260만 년 전, 채집 기술에 수렵 기술이 더해지자 생각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데요. 우리 조상은 맹수에 비해 다소 연약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따라서 우리 조상들은 먹이를 추적하고, 허점을 찌르고, 다음 움직임을 예측하는 한편, 팀으로 움직이고, 시간에 주의를 기울이고, 위험에 대비하고, 집으로 가는 길을 기억해야만 했어요. 즉 세대를 거듭할수록 패턴을 인식하고 미래를 예측하여 움직이는 인간 개체가 살아남게 된 거예요.


정리하자면 우리 인간은 생겨먹기를 가깝고 먼 미래를 예측하여 전략적으로 움직이도록 설계되었다는 거예요. 따라서 ‘우리 인간은 언제 사유하도록 설계되었나?’라고 물으면 ‘움직일 때!’라고 답할 수 있어요.



사유할 때 꼭 필요한 책, 산책


우리는 움직이면서 생각하도록 진화했으며, 결코 앉아 있게끔 진화한 건 아니라고 ⟪움직임의 뇌과학⟫의 저자 캐럴라인 윌리엄스는 말해요. 윌리엄스는 다양한 실험 결과를 근거로 드는데요. 소개된 여러 실험 중 두 가지만 소개해볼게요.


먼저 2017년에 발표한 딕 그린의 실험 결과인데요. 그는 발에 체중을 실으면 발의 대동맥이 눌려 혈액 순환이 촉진되고, 뇌 혈류량이 10~15퍼센트 늘어난다고 보고했어요. 나아가 심박수가 약 120 bpm이 될 때, 대개 분당 120걸음 속도로 걸을 때 혈류량이 가장 크게 늘어났다고 해요.


다음으로 제라드 카젠티의 실험 결과를 소개할게요. 우리가 뼈에 체중을 실으면 뼈에서 ‘오스테오칼신’이란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하는데요. 이 호르몬은 우리 몸의 정보를 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데요. 따라서 오스테오칼신이 부족하면 우리 몸의 정보가 뇌에 잘 전달되지 못하고 따라서 인지력과 기억력 등이 떨어진다고 해요. 골다공증에 걸리거나 늙어서 뼈가 약해지면 지적 기능이 떨어지는 것도 부족한 오스테오칼신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럼 어떻게 하면 오스테오칼신을 늘릴 수 있을까요? 방법은 간단한데요. 뼈에 체중을 싣는 거래요. 그리고 뼈에 체중을 싣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일어서서 걷기라고 하고요.


걷기, 즉 산책의 중요성은 다른 여러 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건강은 물론 사고력을 이야기할 때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더라고요. 다음은 이와 관련하여 김승호 회장의 책 ⟪돈의 속성⟫ 속 한 구절을 읽어드릴게요.


흔히 책을 읽으면 저자에게 몰입되어 어디서 이런 대단한 생각이나 판단을 했을까 궁금해하며 지적 포로가 된다. 책에 나온 모든 글을, 사실을 넘어 진리로 받아들이고 자기의 생각을 버린다.

이런 경우라면 독서량이 많아질수록 어깨가 내려가고 무릎이 바닥에 닿는다. 거인들의 등을 타고 가는 것이 아니라 거인들의 엉덩이에 깔린 것이다. 이럴 때 어깨를 펴고 무릎을 세우면서 거인과 함께 걷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그 책은 바로 ‘산책’이다.

김승호, ⟪돈의 속성⟫, SNOWFOX, 2022, p.329-330


김승호 회장은 책을 읽고 저자의 생각에 파묻히지 않고 스스로 사유하려면 산책하라고 조언해요. 도대체 산책과 사유는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요?


우선 앞서 설명드렸듯, 발과 뼈에 체중을 싣고 걸으면 뇌 혈류량이 증가해요. 또 오스테오칼신이 분비되어 인지력과 기억력 등이 좋아진다고 하고요. 마지막으로 전전두피질의 활동이 일시적으로 감소한다고 해요.


전전두피질은 뇌에서 집중력과 관련된 곳인데요. 하나의 목표와 그 해법을 찾기 위해 집중하는 역할을 해요. 이때 우리는 정보를 작업 기억에 보관하는데 작업 기억은 대개 3~7개의 정보만을 보관한데요. 예를 들어 앉아서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책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집중해요. 그런데 책 속 정보가 3~7개를 넘어가면 앞부분이 기억나지 않고, 그렇기에 뒷내용이 이해되지 않아요. 따라서 전전두피질 만으로는 어려운 글을 사유하고 소화하기가 버거운데요. 방법이 없을까요?


많은 저자들이 산책하라고 조언해요. 산책을 하면 전전두피질의 활동이 줄어들고 동시에 무의식이 활성화되는데요. 그럼 책 속 내용과 내 무의식에 흘러 다니던 정보들이 머릿속에서 마구잡이로 섞이기 시작해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아하!’하며 깨닫는 순간이 오는데요. 우리 뇌는 복잡함 속에서도 패턴을 찾아내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우리는 생겨먹기를 움직이면서 사유하도록 타고난 종이기 때문이에요.



끝으로


오늘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해 볼게요. 우리 인간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본능대로 움직여요. 심지어 사유라는 정신 활동도 진화가 우리에게 새겨놓은 본능 중 하나예요. 사유란 패턴을 찾아내고, 찾아낸 패턴으로 미래를 예측하려는 본능인데요. 우리 인간은 채집과 특히 수렵을 시작하면서 사유하는 본능을 얻게 되었어요. 다시 말해 우리 인간은 움직이기 위해 사유하기 시작했어요.


복잡한 정보 속에서 패턴을 찾아내고, 찾아낸 패턴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어려운 책을 읽고 책을 내 삶과 연결 지어 사유하고 싶은가요? 캐럴라인 윌리엄스는 이렇게 조언해요. 그럼 움직이세요. 밖으로 나가 산책해 보세요. 우리는 움직이면서 생각하도록 진화했으니까요.


저는 책을 읽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인데요. 책에 집중이 잘 안 될 때는 이리저리 걸어 다니며 책을 읽기도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글을 쓰다가 막힐 때, 또 초고를 고칠 때 틈틈이 걸어 다니는데요. 그럼 기분 전환도 되지만 무엇보다 ‘아! 이렇게 하면 되겠다!’ 하는 아이디어가 튀어나오더라고요. 예전에 읽었던 책 내용이 떠오르기도 하고, 새로운 개요가 떠오르기도 하더라고요. 아무튼 그러고 나면 머리가 한결 시원해지는데요. 지금 보시는 이 영상 원고도 그렇게 탄생했어요.


아참! 그렇다고 산책만 한다고 해서 어려운 책이 다 이해되는 건 아니에요. 지난 영상에 소개드린 방법처럼 책을 꿰뚫어 보려고 이리저리 씨름해 보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통찰이 오려면 어찌 됐든 책 속 정보가 내 머릿속에 남아 있어야 하는데, 책을 대강 읽는다면 책 속 정보가 남아 있지 않을 테니까요.


오늘 제가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예요. 사유하려면 움직이라는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재미있으셨나요? 아참! 제 이야기가 꼭 옳은 것은 아니에요. 다만 지금 저의 최선일뿐인데요. 여러분의 솔직한 이야기와 의문을 댓글로 꼭 남겨주세요. 그리고 혹시 제 이야기를 듣고 산책을 하다가 ‘아하!’ 하는 순간이 온다면 꼭 댓글로 알려주세요.


지금까지 책뚫기의 북라디오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과 좋아요로 제 마음을 뚫어주세요. 그럼 다음에 또 봐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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