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상상하는 최고의 날을 상상하며

코이노이아 포트럭 파티에서 최고의 날을 상상했다.

내가 상상하는 최고의 날을 상상해 보았다.

이미 그 최고의 날에 근접해서 살아가고 있었다.



아침 6시 10분에 알람소리에 눈을 뜬다. 어제 미리 챙겨둔 러닝복과 운동화를 신고 양재천을 크루들과 6킬로 달리기를 한다. 달리기 후 크루원들과 각자 싸 온 간식들을 먹으며 간단한 담소를 나누고, 곧장 아파트 사우나에 가서 샤워를 하고 냉온욕을 하며 몸의 감각을 깨운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그날의 무드에 맞는 음악을 틀고, 아이들과 남편의 아침을 준비한다.

자고 있는 아이들을 로션을 가지고 다리와 팔을 마사지해 주면서 진한 뽀뽀와 함께 깨운다. 피넛버터를 바른 사과와 달걀을 먹고, 그 사이 남편은 출근을 한다. 출근 전에 아이들에게 허그를 해주는 남편…. 아이들은 아빠의 까끌한 수염이 얼굴에 닿는 그 감촉이 선명하다. 서원이와 지온이는 미리 싸둔 가방을 가지고 등교를 한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문이 닫힐 때까지 아이들과 나는 사랑의 하트와 손 뽀뽀를 날린다. 지온이가 말한다. “엄마 이따 나 데리러 올 때, 냉동실에 얼려둔 샤인머스캣을 꼭 챙겨 와…” 예쁜 강아지들…


아이들이 등교를 하자마자 나는 기록을 하고, 읽고 싶었던 책을 읽는다.

10시가 되었다. 후다닥 커뮤니티로 내려가 수영을 한다. 처음엔 ‘수영이 언제 끝나나?’ 시간을 채우기 바빴는데

물속에서 리듬을 타면서 모든 잡생각과 단절된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접영이 아직 완전하게 마스터되진 않았지만, 선생님께서 얼마나 잘 알려주시는지… 이제야 출수킥을 차면서 상체를 끌어올리는 그 리듬을 알겠다. 수영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올라와 빵과 계란 샐러드로 점심을 먹고, 따뜻한 커피를 내려서 바로 내 작업실로 들어간다.

3시간 동안 몰입하여 일을 한다. 처음엔 몰입이 어려웠는데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잡생각을 누르고 몰입하려고 애쓴 결과 이젠 몰입하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며 즐겁다.

일을 하는 생산적인 이 시간이 나를 나로서 빛나게 한다.

3시가 되어 서둘러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 정문으로 향한다. 서원이 지온이가 동시에 나온다. 저 멀리서 아이들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서원아! 지온아!” 이름을 부르며 아이들에게 달려가 진한 허그를 해준다. 차에 타서 아이들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그 작은 입으로 샤인머스캣을 오물오물 씹으며 이야기한다. 서원이는 요즘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푹 빠져있다. 달달 외울 정도이다. 오늘도 도서관에 도착하자마자 서원이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펼쳐든다. 지온이는 오빠 옆에 앉아 그리스로마신화를 읽고 있다.


아이들과 5시까지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낸다. 참 신기하다. 한 공간에서 각자 자신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그 정도로 컸다는 것이….

아이들을 아파트 커뮤니티 수영장으로 들여보낸다. 끝나고 친구들과 놀다가 집에 6시 30분까지 오라고 약속을 했다.

서원이는 칼같이 약속을 지키는데, 지온이는 항상 연락두절이다. 친구와 노는 게 너무 좋은 지온이…


그사이 나는 저녁을 준비한다. 요리를 하는 이 시간…

내 주된 고객인 남편과 아이들에게 건강한 저녁식탁을 준비하는 이 시간이 내가 가장 가치를 두는 시간이다. 오늘은 돼지뼈에 우거지를 넣어 감자탕을 끓이고 있다. 냄비에는 밥이 되어가고 있다. 오이와 당근, 고추도 씻어두고, 지온이가 배가 고픈지 오이를 통째로 달라고 한다. 그렇게 먹는 게 맛있다나?


남편이 올 때까지 빨래를 접고, 집안을 정리한다. 그사이 아이들도 학교가방을 정리하고 수저와 물통을 스스로 꺼내 설거지통에 넣어둔다. 지온이는 꼭 아빠한테 전화를 해서 아빠가 어디쯤 왔냐고 물어본다. 그 도착시간에 맞춰 저녁식탁을 준비한다.

아빠가 왔다. 아이들과 나는 현관 앞으로 조르륵 달려 나간다. 그의 손에는 또! 소떡소떡과 꽈배기가 들려있다. 그렇게 바깥 음식을 사 오지 말라고 해도 소떡소떡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서원이가 좋아하니 어쩔 수 없다는데… 아이들에게 튀긴 음식을 먹이는 게 싫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소떡소떡으로 표현되는 게 웃음이 나온다.


저녁을 다 먹고, 남편이 식탁정리를 하는 사이, 나는 함께 마실 티와 디저트를 준비한다. 식탁 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눈다. 이날의 대화주제는 각자 가보고 싶은 나라를 표현하고 올 가을 추석 연휴 때 어느 나라로 여행을 갈지를 정하는 주제이다. 서원이는 체크를 가고 싶다고 하고, 지온이는 지난번에 다녀온 뉴질랜드 이야기를 계속한다. 남편은 크루즈 여행에 대한 장점을 어필하고 있지만, 사실 난… 애들 없이 나 혼자 가까운 고성 맹그로브에 가서 2박 3일 혼자 푹 쉬다가 오고 싶은 마음뿐이다. ㅋㅋㅋㅋㅋㅋ

찻자리까지 끝나자 남편은 러닝머신을 한다고 헬스장으로 내려갔고 아이들은 그날의 숙제와 학습지… 나는 마저 집안일을 한다.

스스로 일기까지 쓴 아이들과 침대에 위에 잠을 청한다. 보통은 아이들을 재우다가 나도 잠이 드는데, 오늘은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서 아이들을 재우고 남편과 맥주를 딱 한 캔만 마시고 12시까지 영화를 보다 잠이 든다……..




사실 처음에 상상했던 나의 최고의 순간은 아이들을 재우고 나 혼자 앉아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예빈님이 남편은 조연이냐 지분이 왜 이렇게 없냐는 말에 깊은 깨달음을 얻어, 가족이 함께하는 일상을 나의 최고의 순간으로 꼽았다.


나는 그런 최고의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그 감사함을 새삼 깨달으며, 오늘 하루도 아이와 함께하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