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과학이 보여주는 삶의 균형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은 사회에 살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은 인생에서 저마다의 ‘균형’을 맞추고자 노력한다. 어떤 것이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요소일지 아는 것은 선택에 있어 꽤나 중요하다. 얼마만큼의 돈을 벌어야 만족할수 있을 것인가? 즐거운 취미를 가져야할까? 인간관계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쏟을 것인가? 개인의 신념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가? 끊임없는 고민 속에서 사람들은 지구에서의 생을 보내는 것 같다. 이렇게 균형을 맞추는 일은 자연 과학에서도 중요한 일이다. 우리가 여러가지 측면에서 생각을 하듯, 자연도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그 상황에 맞는 적당한 상태로 머무르려고 노력한다. 물리학에서는 합력과 무게중심으로, 화학에서는 반응 평형으로, 생물학에서는 항상성이라는 현상으로 자연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나아간다.
합력이란 작용점에 작용하는 다양한 힘들의 총합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오른쪽으로 10N만큼, 왼쪽으로 3N만큼의 힘으로 잡아당긴다면, 합력은 오른쪽으로 7N이다. (N은 힘을 재는 단위로써 뉴턴이라고 읽는다) 만약 오른쪽으로 5N, 왼쪽으로 5N, 위로 8N, 아래로 8N이라면 합력은 ‘0’이 된다. 합력이 ‘0’이 되면 물체는 현재의 운동 상태를 유지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롤러코스터에서 공중에 거꾸로 매달려 있어도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원의 중심을 향하는 중력과 원의 밖을 향하는 원심력의 합력이 ‘0’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합력의 개념을 적용한 것 중 하나는 ‘무게 중심’이다. 무게 중심은 한 지점에서 물체를 시계방향으로 돌리는 힘과, 반 시계방향으로 돌리는 힘의 합력이 ‘0’이 되는 지점을 의미한다. 회전력은 중심에서의 거리와, 무게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냐, 얼마나 무겁냐에 따라 무게 중심이 결정된다. 예를 들면 시소에 무거운 사람은 중심으로부터 가까이에, 가벼운 사람은 중심으로부터 먼 위치에 있을 때 회전력의 합력이 ‘0’이 되어 시소가 수평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화학에서의 균형은 화학 반응 중 평형 상태에 이르러 일어난다. 예를 들어 물(반응물)이 수증기(생성물)로 변화하는 과정 중 더 이상 수증기(생성물)로 만들어지지 않는 상태를 평형이라고 한다. 무게 중심을 변화시키는 요소에 거리와 무게가 있었다면, 평형점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변수로 온도가 있다. 물이 수증기로 변화하는 과정은, 액체 상태의 물이 주변의 열을 흡수하여 더 높은 에너지를 가진 기체 상태의 수증기로 변화하는 반응이다. 열을 흡수하여 생성물을 만드는 반응의 경우에는 온도가 증가하면 평형상수가 증가하여 온도가 오르기 전 보다 생성물을 더 많이 만드는 지점에서 평형을 이루게 된다.
또한 이미 평형을 이룬 화학 반응에 외부 자극과 같은 교란을 일으키면 이러한 변화를 감소시키기 위한 쪽으로 반응이 진행된다. 이것을 르샤틀리에법칙 이라고 한다. 물과 수증기가 이미 평형을 이룬 반응에 반응물인 물을 더 첨가하는 변화를 주게 되면 평형을 이룬 이후에도 수증기의 양이 더 증가하게 되는 현상을 예로 들 수 있다.
인체에서의 균형은 ‘항상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항상성이란 체온, 혈압, 삼투압, 혈당 등을 안정적인 생명 활동을 위한 일정 정도의 범위로 유지하려는 일련의 메커니즘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체온이 높아진다면 뇌의 시상하부 수용기에서 내부 온도를 감지하여 피하 혈관을 확장시키고 땀 분비를 증가시켜 체온을 낮춘다. 혈압의 경우에도 바소프레신이라는 호르몬이 작용하여 신장에서의 물 재흡수율을 조절하여 혈액량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혈당의 경우 혈당을 올리는 글루카곤 호르몬과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호르몬의 상호작용에 의해 관리된다. 이때 인슐린의 생성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인슐린은 충분하지만 수용체에 붙어 혈당을 낮추는 작용을 하지 못할 때 당뇨병을 앓게된다. 이처럼 항상성을 잃게 되면 질병에 노출되기 때문에, 체내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은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메커니즘이다.
자연 과학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이 중요한 것처럼 우리의 삶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일 또한 중요하다.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해 어떤 힘이 어떤 크기와 거리로 작용하는지 알아야 하듯, 사람은 일, 휴식, 가족, 자아실현과 같은 다양한 항목에서 어떠한 가중치를 두고, 얼마만큼의 시간을 투자하였을 때 균형을 잃지 않을 수 있을지 고민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의 삶의 태도를 강요하지 않고 사람마다 각자의 ‘평형점’을 찾을 수 있게 기다려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개인의 균형이 잡힌 사회에서는 외부 자극에 의해 ‘평형’에 교란이 생기더라도, 금방 균형을 잡아갈 수 있어 안정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자연 과학의 현상을 우리의 삶에 적용시켜 보았을 때, 타인의 균형을 존중하고 스스로의 균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조금더 편안한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