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방산 로드맵 구축을 위한 고려사항들
현장에서 방산진입을 생각하는 중소벤처기업들을 보면, 대부분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막막해한다. 방산 시스템을 잘 모르니 인터넷에 공고가 뜨면 신청하고 본다. 사업의 성격과 목적이 기업의 방향과 맞는지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사업을 수행하다가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기도 한다. 매번 이야기하지만 사업을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기업에 필요한 사업을 하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무엇보다 방산 진입에 대한 로드맵을 우선 작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사항들이 있다.
무기체계 VS. 전력지원체계
기업이 방산에 내놓으려고 하는 기술이나 제품이 무기체계에 해당하는지, 전력지원체계에 해당하는지를 우선 구분해야 한다.(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의 세부 분류에 대해서는 국방전력발전업무 훈령 별표를 참조하면 된다.) 무기체계에 해당한다면 방사청 주관의 사업이 되고, 전력지원체계에 해당한다면 국방부 주관의 사업이 된다. 이 간단한 진단으로 기업이 타깃으로 해야 하는 사업을 구분할 수 있다.
단일품 VS. 부속품
어떤 체계장비와의 결합 없이 단독 운용이 가능한 장비인가, 아니면 어떤 체계에 결합되는 부품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단독 운용이 가능한 장비라면, 신속시범사업, 국방실험사업, 미래도전기술, 우수상용품시범사용, 조달혁신제품을 고려해 볼 수 있다.(단독 운용도 가능하지만, 특정 무기체계와 연동 운용도 가능) 만약, 특정 체계장비에 들어가는 부속품이라면 기존 국방규격이 있는가 여부에 따라 국산화 사업, 관급 또는 도급 납품을 고려해 볼 수 있다.(도급은 기업이 체계기업에 바로 직납 하는 것이며, 관급은 방사청에 납품하고 방사청에서 체계기업에 주는 것이다.) 체계장비에 들어가는 부속품일 경우, 기존 부속품을 대신하는 것이고 기존 부속품에 국방규격이 적용되어 있다면, 국산화사업 외에는 답이 없다. 만약 국방규격이 적용되지 않았다면, 체계장비를 제조하는 기업에 도급으로 납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잠수함에 들어가는 온수가열기 같은 경우에는 별도 국방규격이 없기 때문에, 바로 도급으로 납품하는 경우가 있다.
민수에 판매하고 있는 상용품인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제품이 상용품이라면 전력지원체계로 분류될 것이다. 이미 민수에 납품하고 있는 제품이므로 우수상용품시범사용과 조달혁신제품 등록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 외에도 군부대 기부와 전시참여 등 영업활동을 통한 홍보를 하여 부대조달을 노리는 게 좋다.(부대조달이란, 군부대 자체예산으로 구매하는 것을 말하며, 방사청에서 구매하는 경우 중앙조달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화재감지 스티커 같은 제품을 우수상용품 지정을 받거나 조달혁신제품 등록이 된다면, 군 조달 시 가점이나 수의계약으로 진행할 수 있다.
신기술이 적용되어 있는가
AI, 무인, 신에너지, AR 등 신기술이 적용되어 있는 단일품목이라고 하면 신속시범사업이나 미래도전기술, 국방실험사업을 통해 진입을 노려볼 수 있다. 단일품이면서 무기체계이면 신속시범사업 또는 미래도전기술, 단일품이면서 전력지원체계이면 국방실험사업을 목표로 할 수 있다. 여기서 고려해봐야 할 부분이 단일품이면서 무기체계인데, 해당 무기체계가 현재 운용되고 있다고 한다면 신속시범사업, 해당 무기체계가 운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미래도전기술사업을 추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운용 중인 전차에 연동하여 작전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단일품(통신 관련 장비 및 시스템이 대표적이다.)이라면 신속시범사업, 레이저 광선을 이용한 신무기라면 미래도전기술사업이 적합하다. 경계감시시스템과 같은 특정 관리체계 및 시스템의 경우 국방실험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해당하는 기술이 상용품이 아니라면, 현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아이디어만 있는 단계인지, 연구개발 단계인지, 시작품 또는 시제품이 있는 단계인지, 상용화 단계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특정기간의 연구개발이 필요한 경우, 정부지원 연구개발사업을 해 볼 수 있다. 신속시범사업, 미래도전기술사업, 전력지원체계연구개발, 핵심기술연구개발, 핵심부품국산화, 민군겸용기술개발사업이 현재 국방 R&D사업으로 분류된다. R&D사업으로 현재 또는 가까운 미래에 군 소요로 반영될 수 있는 사업으로 기업에서 우선 고려해봐야 하는 사업이다. 다음으로 비 R&D사업을 고려해 볼 수 있는데, 국방벤처지원사업과 글로벌방산강소기업육성사업, 무기체계개조개발사업 등이 있다. 이렇게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면, 국방 R&D와 비 R&D를 구분하고, 기업의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을 선택해야 한다. 연구개발 소요가 더 이상 없다면, 군 및 체계기업 홍보와 영업을 통한 조달이 주요한 방법이다.
방산 지구력이 있는가
이 외에도 기업이 해당기술에 투자하고 있는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기업이 가지고 있는 방산 지구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고려해야 한다.(방산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하는데, 통상 방산진입까지 수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각 사업들마다 방산진입에 소요되는 기간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지구력이 낮은 기업의 경우 무턱대고 사업을 진행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방산 지구력이 낮은 경우 최소한의 노력으로 빠른 시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이럴 경우에는 특정 무기체계에 들어가는 부품류를 개발하기보다는 단일품 중심의 전력지원체계를 겨냥하고, 홍보전략을 통한 조달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다.
현장에서 봤을 때 방산진입에 대해 헤매고 있는 기업들이 많은데, 이런 요소들을 고려해 보면 어느 정도 길이 보이지 않을까 싶다.(물론 여기서 말하는 게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렇게 기업들 스스로가 자가진단을 통해 방산진입을 위한 로드맵을 대략적으로나마 구축하여 기업의 실상에 맞지 않는 사업에 도전하거나 하는 일을 줄이길 바란다. 왜냐하면 하나의 사업에 도전하는 일 자체만으로도 인력과 시간, 노력 등의 소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