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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Nov 09. 2024

수학 문제를 풀 때 연습장을 사용하세요

중2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1

수학 학원에 다녀온 아들이 책상에 문제집 교재들을 차곡차곡 올려두었다. 안 보는 게 약이다 싶어 일부러 안 보려 했지만, 새로 시작한 지 한 달이 된 만큼 어떻게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엄마의 책무이다 싶어 펼쳐 본다. 


중간 이후 페이지부터 한 단원 정도가 연필로 푼 자국과 빨간펜 동그라미들로 가득하다. 혼자 한다고 하면서 문제집 첫 열 장 정도 이후에 깨끗했던 몇 개월 전보다 두말할 것도 없이 훨씬 낫다. 스스로 한다는 생각을 이어 주게 하는 게 선생님과 숙제일 수 있지, 맞아, 맞아.


그런데... 연습장은?

얘는 어디에 문제를 푸는 거야? 설마 문제집 안에 푼 이게 전부인가? 더하기, 빼기, 흐릿하게 계산한 흔적들이 보인다. 가끔 지우개 가루도 묻어 있다. 

영어 학원에 간다고 책가방을 챙기는 아들에게 묻는다.


"봉아, 너 수학 문제는 어디에 풀어?"

"책에."

"연습장은?"

"필요 없어." 


휴... 알아서 하겠지, 

라고 하기에는 엄마로서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에 휩싸인다.

어쩌나... 분명 말로 하면, 아들 귀에 어서 지나가길 바라는 시끄러운 잔소리로밖에 안 들리겠지.

그렇다고 그냥 지나칠 수만도 없고.


나는 노트북을 열었다. 한글 프로그램 새문서를 열어서 자판에 감정을 뺀 듯 빼지 못하고 분노의 자판질을 한다.




수학 문제를 풀 때 연습장을 사용하세요. 


빈 종이에 과정을 쓰는 연습을, 아주 간단한 사칙연산조차 해 나가는 연습을 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답을 도출하는 과정은 맞았는데, 의외로 답이 틀릴 때가 있습니다. 적은 지면을 활용해서 곱하기, 나누기, 더하기, 빼기를 하다가 생기는 실수들입니다. 지면이 적을 때 마음도 여유가 없어집니다. 널찍한 지면에 차분히 하나하나 과정을 쓰는 연습을 해 나가다 보면 자신이 어떤 대목에서 반복적으로 실수를 하는지 스스로 점검할 수 있습니다.      


수학 문제를 과정을 써 나가면서 푸는 훈련은, 인생의 문제를 풀 때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차근차근 해답을 도출해 나가는 기초 훈련입니다.      


명심하세요. 수학은 답이 아니라 식입니다. 100점 만점에서 답은 10점, 과정은 90점입니다. 답은 찍어서 맞힐 수 있지만, 과정은 찍어서 맞힐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부터 실천하세요. 

숙제할 때, 학교에서/학원에서 수업을 들을 때, 무조건 연습장을 펼쳐둡니다.




출력을 해서 주인 없는 아들 책상에 올려둔다.

나는 오늘 물가에 말을 데리고 갔다. 물을 마시는 건 말의 몫이니 나는 내 몫을 한 것으로 위안을 삼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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