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1
수학 학원에 다녀온 아들이 책상에 문제집 교재들을 차곡차곡 올려두었다. 안 보는 게 약이다 싶어 일부러 안 보려 했지만, 새로 시작한 지 한 달이 된 만큼 어떻게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엄마의 책무이다 싶어 펼쳐 본다.
중간 이후 페이지부터 한 단원 정도가 연필로 푼 자국과 빨간펜 동그라미들로 가득하다. 혼자 한다고 하면서 문제집 첫 열 장 정도 이후에 깨끗했던 몇 개월 전보다 두말할 것도 없이 훨씬 낫다. 스스로 한다는 생각을 이어 주게 하는 게 선생님과 숙제일 수 있지, 맞아, 맞아.
그런데... 연습장은?
얘는 어디에 문제를 푸는 거야? 설마 문제집 안에 푼 이게 전부인가? 더하기, 빼기, 흐릿하게 계산한 흔적들이 보인다. 가끔 지우개 가루도 묻어 있다.
영어 학원에 간다고 책가방을 챙기는 아들에게 묻는다.
"봉아, 너 수학 문제는 어디에 풀어?"
"책에."
"연습장은?"
"필요 없어."
휴... 알아서 하겠지,
라고 하기에는 엄마로서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에 휩싸인다.
어쩌나... 분명 말로 하면, 아들 귀에 어서 지나가길 바라는 시끄러운 잔소리로밖에 안 들리겠지.
그렇다고 그냥 지나칠 수만도 없고.
나는 노트북을 열었다. 한글 프로그램 새문서를 열어서 자판에 감정을 뺀 듯 빼지 못하고 분노의 자판질을 한다.
출력을 해서 주인 없는 아들 책상에 올려둔다.
나는 오늘 물가에 말을 데리고 갔다. 물을 마시는 건 말의 몫이니 나는 내 몫을 한 것으로 위안을 삼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