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인사의 고단함에 대해
나의 아이는 평범하지 않다.
나의 아이는 평범하지 않다.
유치원 하원길에 선생님께 배꼽 인사를 하는 아이를 보았다. 미소 짓는 예쁜 얼굴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허리를 숙이며 세상 그 어떤 음악보다 감미롭고 아름다운 선율로 외치는 "안녕히 계세요."
선생님은 아이가 대견스럽고 사랑스러운지 미소를 잃지 않으신다.
여기저기 자발적이면서도 반강제적인 배꼽인사의 행렬이 이어진다. 꺄르르 웃는 소리와 '엄마' 하고 부르는 경쾌한 소리는 커피와 우유처럼 정말 달콤하고 부드럽게 잘 어울려 유치원 그 넓은 공간을 빈틈없이 채운다.
즐거움으로, 혹은 아쉬움으로 가득한 배꼽인사는 우리 아이에겐 고단한 일이다. 나의 아이는 평범하지 않으니까.
배꼽인사의 고단함.
인사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걸 인지해야하는 어려움, 어른이 핸드로션을 아무리 발라도 따라갈 수 없는 그 부드러운 손을 꼭 마주잡고 배꼽에 가져다 놓는 수고로움, 허리를 적당히 굽혀 대근육의 균형을 잃지 않고 서 있게 하는 피로감, 무게중심을 옴겨야 하는 머리 숙이기에서 오는 무서움. 웃기지 않은 상황에서 미소를 지어야하는 괴리감. 너무 길고 많은 낱자들의 인삿말을 발화해야하는 부담감.
그러기에 나의 아이에게 평범한 배꼽인사는 고단한 행사이며 행위이다.
하지만, 해야하는,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그까짓 예의의 문제가 아니다. 상황인지, 대처능력, 대근육사용, 언어사용, 사회성 등 많은 문제와 관련된 아주 중요한 일이다.
매일 하원길에 아이를 똑바로 세우고 내 손으로 아이의 머리를 살짝 눌러 숙여준다. 그러면 아이는 허리와 머리가 살짝 아래로 굽혀진 상태로 3~4초간 동작을 유지한다. 그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즐겁고 명랑한 목소리로 "안녕히 계세요."라고 인사한다. 아이가 허리를 다시 자발적으로 세우면 칭찬한다.
고단함을 이겨냈으니까.
그렇게 매일 반복한다. 아마 백번은 더 했겠지.
그런데 오늘, 하원길에서 아이가 스스로 인사했다. 인사해보자는 말에 허리를 숙이고 머리를 숙였다. 3초간 유지하다 허리를 세우고, 몸을 돌려 출입구 쪽으로 걸었다.
정말 행복했다. 창문을 다 열어놓은 유치원 교실에서는 나의 기쁨의 호들갑으로 시끄러웠을거다. 잘 했다고, 정말 멋지다고 나의 아이에게 하이파이브를 요청했더니 씩 웃으며 받아줬다. 선생님도 기쁘게 웃어 주셨다.
드디어 해냈다.
배꼽인사의 고단함.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에 평범하지 않은 우리 아이가 녹아들기 위한, 잘 살아내기 위한 고단함.
네가 이겨내줘서 너무 감사하다.
예쁜 목소리로 인사까지 하는 우리 아이를 꿈꿔본다. 수 백 번 고단해보자 아가. 안되면 수 천 번 고단해보자. 너는 결국 해낼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