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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엄마 May 02. 2022

뽀로로, 콩순이, 핑크퐁 새 장난감을 리폼하다.

나의 아이는 평범하지 않다.

 나의 아이는 평범하지 않다.


 얼마 전에 맞은 아이의 생일과 곧 다가올 어린이 날을 기념해 장난감을 2개 주문했다. 고르는 동안에도 워낙 종류가 많아 이것도 담아봤다 저것도 담아봤다 내 손과 눈이 바삐도 움직였었다. 결국 고른 뽀로로 전화기와 콩순이 밥솥. 센터에서 전화기 장난감에 관심을 가졌더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고, 적당한 크기의 장난감에, 조작이 너무 어렵지 않아서 고르게 되었다.


 며칠 뒤 퇴근하고 집에 가니 노란 택배박스가 날 반겨주었다. 아이는 자전거 타러 나가자고 마구 떼를 썼지만 황사가 심하다고 잘 타이른 뒤 택배 박스를 보여줬다. 서둘러 북북 찢어 꺼낸 새 장난감. 우리 아이는 눈물을 겨우 멈췄다. 반짝 거리는 눈망울에 실망감을 안겨주고 싶지 않아 서둘러 드라이버를 찾고 건전지를 넣어줬다.


 "여보세요? 난 뽀로로야."


 뽀로로의 자기 소개를 듣던 내 아이는 전화기 버튼을 연신 눌러대며 새로운 소리를 탐색하고 있었다. 사용법을 알려준다고 귀에다 수화기를 대주면 잠시 가만히 전화를 받는 모습을 보여줬다. 오른손으로는 수화기를 귀에 대고 왼손으로는 전화줄을 베베 꼬았다.  잘하고 있다며 칭찬해 줬다.


 전화기 장난감은 루피도 인사하고, 에디도 자기 소개하고, 잘 놀고 있는 나의 아이의 근황을 반복적으로 묻고 있었다. 그래서 잘 노는 구나, 싶어 서둘러 저녁을 하러 갔는데, 역시였다.


 시각 추구.


 나의 평범하지 않은 아이는 시각 추구를 한다. 각 감각마다 예민도가 다른데, 시각은 예민도가 떨어져서 그런것인지, 빛에 의한 흥분도가 높아서 그런것인지 시각 추구를 많이 하곤 한다. 빛이 나는 부분에 눈을 아주 가깝게 대는 것이 자주 보이는 모습 중 하나이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그런 모습을 많이 보곤 하는데, 대부분의 장난감은 발광이 기본이다. 버튼을 누르면 소리만 나는 것이 아니라 번쩍 번쩍 빛도 난다. 음악만 나오는 단순한 마이크 장난감도 엄청 뻔쩍 거린다. 그러면 내 아이는 그 번쩍 거리는 부분에 눈을 가져다 대고 한참을 있는다. 시각추구가 얼마나 아이한테 나쁜지는 모르겠다. 다만, 평범한 사람에게 눈이 부신 물체를 눈에다 가져다 주면 당연히 안 되는 걸, 우리 아이는 평범하지 않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안 돼!


 장난감을 빼앗고, 안 된다고 수 백번을 얘기한 거 같다. 어리둥절하게 쳐다보는 아이에게 다시 장난감을 쥐어주면 다시 시각 추구(빛 추구)를 하고, 나는 또 절망해서 빼앗고, 얘기한다. "안 돼!"


 왜 뽀로로는, 콩순이는, 핑크퐁은 그렇게 반짝 거려야만 할까? 안 반짝거리면 안 될까? 안 반짝거려도 충분히 잘 가지고 놀 수 있고, 아이가 혼나지도 않을텐데...


 그래서 나는 새 장난감을 리폼한다. 똥손이지만, 꾸역꾸역 리폼한다. 최대한 장난감의 기능은 건드리지 않되, 빛이 나는 부분을 가린다. 스티커로 붙이고, 양면 색종이로 붙이고, 테이프로 붙인다. 내가 기술자라면 분해해서 발광램프만 빼겠는데 나는 멀쩡한 기계도 부셔 놓는 사람이라 덕지덕지 뭔가를 붙여 가리는 것으로 리폼을 만족한다.  나의 엉망인 솜씨 덕에 새 장난감은 금방 헌 것 처럼 됐지만, 가지고 노는 기능에는 문제가 없고, 아이를 혼내지 않아도 된 다는 것만 해도 정말 만족스럽다. 아이가 위험하지 않으면 됐어...


 반짝임은 아름답다. 황홀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우리 아이한테는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뽀로로야, 콩순아, 핑크퐁아. 안 반짝여주면 안 될까? 부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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