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식인
1999년 ‘국민의 정부’는 학력이 낮더라도 자신만의 노하우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 진정한 지식인이라며 '신지식인'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코미디언이며 영화감독 심형래 씨를 '신지식인 1호'로 선정하여 큰 화제를 일으켰고 동시에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신지식인 1호에 대한 언론의 호들갑은 대단해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록으로 각종 매스컴을 장식했습니다.
그의 영화 ‘용가리’가 그해에 만들어지고 과거의 처참한 실패를 딛고 일어선 입지전적인 영웅담으로 회자하였고 거기에 민족주의와 국뽕이 더해져 심형래 신드롬은 몇 년간 이어졌습니다.
기억에 남는 그의 이야기 중에서 자신의 영화 ‘티라노의 발톱’이 스필버그의 ‘쥐라기 공원’이 상영되는 바로 맞은편 극장에서 맞대결을 벌였던 일입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가운데 ‘쥐라기 공원’은 연일 만원으로 극장 앞이 인산인해를 이루었지만, 그의 영화는 모형 공룡 티라노만이 쓸쓸히 비를 맞고 있었다는 일입니다.
(과학 소년 1996년 12월호의 인터뷰/2000~2002년도 아동 잡지, 생각쟁이-심형래 감독 특집인터뷰)
하지만 정확한 사실은 그 영화(티라노의 발톱)는 쥐라기 공원이 개봉한 지 1년 뒤에 개봉했다. 쥐라기 공원과 직접 붙은 건 다른 영화 ‘영구와 공룡 쭈쭈’였다. 매스컴의 호들갑에 본인의 성공담을 극적으로 과장해 윤색한 듯하다. (나무위키-티라노의 발톱: 2024-07-09, 15:05:39 검색)
당시 정부에 의해 쓰나미처럼 불어닥친 ‘신지식인과 심형래 현상’은 교육 현장을 혼란에 빠트렸다. 전문적 지식을 공부하기 전 다양한 기본 교과를 배우는 일선 중고등학교 현장에 불어닥친 영향력은 상당했다.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교단의 황폐화는 아마도 그때가 발화점이 아니었을까 한다.
아이들은 유행하는 드라마, 노래, 책 등 손쉽게 접하는 매스미디어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크게 인기를 얻은 드라마 주인공의 직업이 중 고등학생들의 선호 직업으로 늘 상위권을 차지하기 일쑤이다. 당시 벤처 열풍과 IT산업, 신지식인, 게임, P.C방 산업 등의 번창은 한창 ‘진로와 직업’에 고민할 시기인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전통적 교단의 교육과정 및 질서를 무시하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일류대학 선호를 비판하며 학력 철폐, 능력 중심 사회를 기치로 내건 ‘신지식인론’은 지금과 다른 ‘일방적 소통뿐인 당시 매스컴 환경’의 전폭적 지지와 혜택을 받으며 또 하나의 신엘리트주의, 불평등을 일으킬 뿐이었다.
단기간의 부가가치에 집중한 아이디어 창출을 선호하다 보니 장기간의 튼튼한 기반 위에 육성되어야 할 기초, 순수학문과는 거리가 있었고 선발의 기준 역시 대중적 유명세를 앞세우니 객관적 타당성이 결여되어 비판받고 외면받았다.
1999년 교육부는 ‘2002 무시험 전형’, ‘교육 비전 2002’, ‘교원 정년 단축’ 등의 중요한 교육정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그러나 학교는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어린 학생을 대상으로(학생과 더불어) 교육을 진행하는 곳입니다. 급작스러운 변화와 개혁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불안정한 갈등과 불신을 조장하게 되어있습니다.
고교 교육 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대입제도를 마련해 특기 하나만 있으면 대학에 갈 수 있는 ‘무시험 대학 전형’으로 바꾼다는 발표는 사실성이 논란되며, 결국 선전적인 구호에 불과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다양한 시험 유형이나 대입 전형을 고려하지 않고 지극히 일부분만 확대하여 본 근시안적인 과장된 해석이었습니다.
교실과 교사, 학생의 다양한 의견 수렴 없이 19세기나 20세기 초의 낡은 전체주의적 독재처럼, 일방적 구호를 앞세워 밀어닥친 변화는 교육 현장을 황폐화하고 현장의 불신을 초래하였습니다.
결국 정부와 교육부 장관 등의 ‘용가리 통뼈 식 고집’은 교육 현장을 아수라장의 충격과 두려움으로 몰아붙였습니다.
아래로부터의 현장 수렴 없이 위로부터 내리꽂는 일방적 교육개혁을 수호하고 홍보하는 전방위 역할을 톡톡히 해내었다.
심형래 님은 전 국민을 포복절도의 웃음으로 위로한 대단한 코미디언이셨습니다. 저 또한 세기말의 우울을 그의 코미디를 보며 많은 시간 즐거워하고 견디었습니다. 정부의 가시적인 즉각적 성과 위주의 교육정책에 그도 피해를 본 것이 아닐까요.
용가리 통뼈라는 말은 뼈가 튼튼해서 웬만해서는 잘 다치지 않는 사람, 천하무적을 뜻하기도 하고, 또는 고집이 너무 세서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고집불통, 외골수 등을 뜻하기도 한다.
(용가리 통뼈의 기원을 찾아 : 네이버 블로그/ 2024. 6. 18 검색
blog.naver.com/Post View.nhn? blogId=ideatop&logNo=221373961261\ )
*1999년 그린 만화를 최근 다시 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