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 점원의 일상이야기
저희 북카페에는 손님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다락방이죠. 겨울에는 코타츠 담요 속으로 쏙 들어가 포근하게, 여름엔 빈백 위에 누워 시원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 그렇다 보니 찾는 손님들이 많아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특히 주말에는 예약이 꽉 찰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다락방이 한동안 애물단지로 전락하여 속을 태웠습니다.
가게 운영을 평일에는 사장님과 제가 교대로 근무하고, 주말에는 하루씩 전일 근무를 합니다. 이제 만 세 살이 다 되어가는 외손자가 엄마랑 분리불안 증세가 있는지, 주말 하루는 사장님이 아들하고 온종일 붙어 있는다고 그렇게 정한 것입니다. 덕분에 혼자서 가게를 봐야 합니다. 주말에는 손님도 많은데 말이죠.
일요일 아침, 전날 만들어 놓은 파운드케이크를 가지고 가게로 출근합니다. 일정표를 보니 다락방 예약이 꽉 찼습니다. '오늘 하루 정말 바쁘겠는데?' 혼자 동분서주 땀 흘릴 각오를 하며 열심히 오픈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그날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완전 참패입니다. 일곱 팀 예약에 다섯 팀이 노쇼, 겨우 두 팀이 찾아주셨네요.
예약 손님이 오시지 않으면 가게 운영에 지장이 클 뿐만 아니라, 다락방을 이용하고 싶어 하는 다른 손님들에게도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저희 가게의 홀 좌석이 적다 보니까 서너 분의 일행이 오시면 다락방이 딱인데, 방이 비었음에도 불구하고 손님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예약 손님이 오실지 모르니까요.
"손님 죄송하지만 자리가 없네요."
골목에 위치한 저희 가게를 일부러 찾아주신 손님들이 되돌아서 나가는 모습을 보니 속이 쓰립니다. 그날 세 팀이나 자리가 없어 헛걸음을 하셨네요. 그리고 결국 예약 손님은 오시지 않았고, 텅 빈 다락방은 애물단지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점원이 사장님에게 건의합니다. 차라리 예약제를 없애든지 예약금을 받자고요. 사장님이 난색을 표합니다. 손님들이 가게 다락방에서 편하게 머물다 가시기를 바라는데, 예약제를 없애는 것도 예약금 받는 것도 불편하다고요. 점원이 언성을 높입니다. 노쇼도 문제지만, 다락방이 비어있음에도 불구하고 헛걸음하는 손님들에게도 미안한 일이라고요. 사장님이 고민에 빠집니다.
3월부터 다락방 운영 정책이 바뀌었습니다. 예약금 만원을 받는 것으로요. 방문하시면 결제금액에서 차감 또는 현금으로 내어 드립니다. 예약금을 받기로 한 첫 주말. 일요일에 출근합니다. 그날도 거의 풀 예약입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럴 수가요! 예약금을 내고 예약하신 일곱 팀 모두 방문해 주셨습니다. 연휴라서 그런지 홀도 꽉 차서 엄청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루 종일 잠시라도 엉덩이 붙일 틈이 없었네요.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때 잠시 괜히 예약금 받자고 했나 하는 후회를 해보았습니다. 순전히 편하게 일하고 싶은 점원 입장에서 말입니다.
확실히 예약금을 받지 않을 때보다는 예약건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노쇼는 없어졌네요. 덕분에 빈 시간에 다른 손님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좋은 건 손님이 올지 안 올지 맘 졸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정신 건강을 덤으로 얻었습니다.
지난 일요일에는 네 팀 예약에 네 팀 다 오셨습니다. 그리고 빈 시간에 예약 없이 방문하신 두 팀을 더 받았네요.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다락방에는 손님이 계속 계셨지 말입니다.
창밖으로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고, 실내에는 커피 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책을 펼쳐 들었지만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몸이 나른해지는 북카페의 오후. 그날은 왠지 이런 노래가 끌렸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