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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Sep 02. 2024

강박이 사라지면

지금 필요한 것

“으아악”

“선생님, 어떻게 좀 해주세요.”  

   

 첫 번째는 환자의 비명이었고, 두 번째는 간호사의 호소였다. 환자는 50대 알코올 중독 남자로 길에서 쓰러져 119를 타고 응급실로 온 환자였다. 그의 삶은 술에 푹 찌들어 있었다. 간은 이미 돌이킬 수 없었지만, 당장은 간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보이지 않는 불에 온몸이 타오르는 것 같은 고통을 호소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단순한 금단 증상이 아니었다. ‘알코올진전섬망’으로 환각과 함께 온몸에 땀을 흘리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사망률은 적절한 치료를 할 경우 4%, 치료하지 않으면 20%였다.     


 나는 OO 의료원 소화기 내과 파견 근무 중이었다. 내가 맡은 입원 환자는 20명이었는데, 절반이 알코올 중독환자였다. 내가 내과에 있는 건지, 정신과에 온 건지 헷갈렸다.  


 “일단 강박하고, 디아제팜(신경 안정제의 일종) 주세요. 환자가 진정될 때까지 계속 주세요.”     


 여러 명의 간호사가 동시에 달려들어, 환자의 팔과 다리를 붕대로 묶어 침대에 고정시킨 후 수액을 연결한 후, 정맥 주사로 디아제팜을 투여했다. 알코올은 신경 안정제와 유사하여, 알코올 중독 환자는 신경 안정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 결국 환자는 사람이 아니라 고릴라도 잠재울 정도의 디아제팜을 맞고, 겨우 진정되었다.      

 강박을 하는 경우는 이뿐만이 아니다. 


 중환자실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 중에 하나가 기계호흡을 끝낼 때이다. 입에서 목을 지나 기도로 연결된 관을 빼게 되는데, 마취제와 신경 안정제의 용량을 줄어 정신을 차린 환자가 갑자기 목에 있는 관을 자기가 빼거나 각종 줄을 빼거나, 침대에서 떨어지면 크게 다친다. 강박을 한다. 


 고령의 환자가 입원을 하게 되면, 갑작스럽게 의식이 이상해지며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섬망을 보이기도 한다. 강박을 해야 낙상을 방지할 수 있다. 


 중증 치매 환자의 경우 사람에게 침을 뱉거나 손톱으로 자신뿐 아니라 상대의 얼굴이나 몸을 할퀸다. 거기다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의료진은 물론이고 딸에게 “도둑X”이라고 소리 지르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강박을 해야 한다.       


 심한 뇌경색으로 몸이 불편하여 삼키기 어려운 환자에게는 영양분 공급을 위해 코에서 목을 통해 위로 넘어가는 비위관, 일명 콧줄을 한다. 콧줄은 정말 불편한데, 중증 치매가 있는 환자는 일단 아프지 않으려고 콧줄을 뽑으려고 한다. 강박하여 콧줄을 연결하여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하지 않으면 보름 안에 탈수로 사망한다.      

 응급실, 중환자실, 요양원, 요양병원, 정신병원에서 손이나 발을 붕대로 침대에 묶는 강박을 한다. 낙상 방지, 자해 및 타해를 막기 위해 한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이다. 강박을 하지 않으려면, 적어도 한 사람당 건장한 성인 5명이 힘으로 제압하는 수밖에 없다. 사실상 불가능하고, 환자를 물리적으로 제압하는 와중에 탈구나 골절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유명 정신과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강박을 한 환자가 사망하고 문제가 되면서, 강박을 금지하는 법안이 나왔다. 보기에 강박은 끔찍하다. 안타깝지만 심한 정신질환을 보이는 환자는 잠시 묶어두는 게 그 사람을 위해 가장 안전하며 현실적인 방법이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자해나 타해를 막을 수 없다. 이 법안은 살이 타고 피가 튀는 수술이 끔찍하며, 수술하다 환자가 사망했다고 수술을 원천 금지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훈련하다 군인이 죽으면 훈련을 없애는 나라가 한국이라 할 말이 없다)     


 의료진뿐 아니라, 보호자들이 강박을 하는데 동의하는 데는 모두 이유가 있다.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어떻게 될까? 의사는 정신병적 증상(자해, 타해, 섬망, 알코올 및 마약 중독 환자, 조현병 환자, 심한 조증 환자 등)이 심한 정신과 환자, 요양원 입소자, 요양병원 환자를 다룰 방법이 사라진다. 의사는 치료를 포기하게 될 것이고, 입원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갈 곳이 없어진 정신병적 증상이 심한 환자는 어디로 갈까?      


치료받아야 할 환자는 

붕대 대신 수갑을 차고 병원 대신 감옥으로 가거나, 

집에서 치료 받지 못한 채 죽거나, 

자살로 생을 마감할 것이다.       

고통은 온전히 환자와 가족의 몫이 될 것이다.    

  

 김예지 의원은 이번 법안을 발의하면서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들이 끔찍한 인권침해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법안을 내기 전에 정신과 병원, 요양원, 요양병원, 중환자실, 응급실에서 일주일 아니 24시간만 지내보면, 깨달았을 것이다. 강박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고.      

 환자의 인권은 ‘강제 입원 금지’, ‘강박 금지’ 따위가 아니다.  


환자의 진정한 인권은 치료다.




이 시점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강박 금지"가 아니다. 

강박을 어떻게 하면 "최소한"으로 줄이고, 

강박시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할 수 있을 지를 논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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