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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Oct 28. 2024

(일부) 의료원은 사라져야 한다.

존재 이유가 없다면 사라져야 한다.

“진주 의료원에 다녔는데, 이전 하고 나서는 못 가.”

내가 산청 의료원에 있을 때, 진주 의료원에 다니던 환자에게서 들은 말이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는 뭘 해도 장사가 잘 된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병원 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지다.      

<구구 진주의료원(현, 진주중앙요양병원)은 시장도 있고, 시외버스터미널도 있어, 진주뿐 아니라 다른 지역 사람들도 찾던 곳이었다>

 2008년 내가 산청의료원에서 군대와 의사 생활을 동시에 시작하는 그 해, 진주의료원이 진주시 중앙동에서 초전동으로 이전했다. 원래 있던 진주시 중앙동은 진주 구시가지의 중심이었다. 시외버스터미널과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었고, 중앙시장 또한 길 건너에 있었다. 그러니까 병원으로서는 최고의 입지였다.


<진주 중심지(파란색)을 벗어난 구 진주의료원, 아무것도 없었다.>

     

 새로 이전한 곳은 진주시 초전동으로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최악의 입지에서 살아남는 법은 단 하나다. 특별함. 진주의료원이 병원으로서 다른 병원과의 차별점이 있어야만 사람들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찾아올 것이다. 거기다 진주에는 경상대학병원을 비롯해, 한일병원, 고려병원, 세란병원, 제일병원, 바른병원 등 규모도 규모일뿐 아니라 외과, 정형외과 분야에서 특화된 병원들이 상당히 많다.      


 진주의료원이 구시가지의 최고의 입지를 버리고, 허허벌판만 있는 최악의 입지로 간 순간 이미 망한 것과 다름없었다. 더 근본적으로는 진주의료원은 병원이 넘쳐나는 진주에서는 필요가 없었다. 하는 역할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일반 병원이었으면 망해도 진작 망했어야 했지만, 공공 병원이기에 세금으로 어마어마한 적자를 보며 운영되기에 망하지도 않는다. 직원들은 나태하고, 실력 있는 의사들은 빠져나간다. 환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의료원이 2류 아니 3류인 이유다.


누군가는 ‘착한 적자’라고 하지만,
하는 것 없이 세금만 낭비하는 ‘나쁜 적자’다.      

<저 시골에 병원을 지으면, 누가 갈까?>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고 나서 11년이 지났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진주의료원 폐업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듯하다. 총 300병상 규모로 진주시 정촌면 예하리에 2027년 개원을 목표로 국비 659억 원, 도비 919억 원 등 총 1578억 원을 들여 또 다시 진주의료원을 짓는다고 한다. 이번에는 아예 진주와 사천 사이의 시골에 짓는다. 시골에 지은 병원이 살아남으려면, 환자들이 근처의 가까운 병원을 놔두고 굳이 먼 곳까지 차를 타고 올 차별점이나 존재 이유가 필요하다. 하지만 24시간 운영하는 민간 병원이 없어 운영되는 지역의 의료원과 HIV 환자를 전문적으로 보는 서울 의료원 등의 일부 의료원을 제외하고 상당 수의 의료원은 차별점은커녕 존재 이유가 없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진주의료원’과 ‘성남의료원’이다. 병원이 넘치고 넘칠뿐 아니라 대학병원까지 있는 진주와 성남에서 두 의료원의 역할은 정치인의 업적 자랑세금 낭비 그리고 직원 편의 밖에 없다.

포퓰리즘을 펼치는 정치인, 꿀빠는 직원, 그리고 모두 세금

 

2027년 개원할 진주의료원은 공사비 1,578억에 더해 매년 수십에서 수백억의 적자를 낼 것이다. 이 돈은 누가 혜택을 받고 누가 피해를 입을까? 포퓰리즘의 정치인과 꿀빠는 직원이 득을 보고, 세금을 내는 국민이 해를 입는다.  

 의료원을 살리고 싶다면, 건물을 짓는 게 아니라 차별점과 존재 이유부터 만들어야 한다.


존재 이유가 없다면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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