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드라마 더 글로리를 보다가
스스로 대본 한줄 못 쓰는 기상 캐스터는 돈으로 고용한 대필작가에게 휴가를 주며 이렇게 비웃는다.
"봤어? 푼돈으로 방금 내가 쟤 하늘이 됐어."
화제의 드라마 더 글로리에 나온 박연진의 대사이다.
이 얼마나 좋은 고용주인가. 많은 사람들이 이 대사에 공감하고 큰 임팩트를 받았다. 왜일까? 우리도 고용된 입장이기 때문이였을까?
나는 스스로 자주적인 삶을 살기 위해 대학생때 주 7일 아르바이트를 했다. 치킨집에서는 평일 5일간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가끔은 실수도 했다. 대학교 내에 있던 치킨집은 항상 치맥을 하는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때의 나는 사회 초년생으로 첫 아르바이트였고, 일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사장님과 둘이서 손발을 맞추며 열심히 치킨과 맥주를 나르던 홀서빙 아르바이트 시절이였다.
어느날 손님이 후라이드를 시켰는데 실수로 양념치킨이라 주방에 전달했고, 내 실수로 인해 양념치킨 한마리가 남게되었다. 정말 미안한 마음과 내 시급이 이 치킨의 1/4도 안되는데 월급에서 까버리면 어떡하지 하고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사장님은 "아르바이트생이 실수 할 수도 있지 뭐, 들고 가서 친구들이랑 나눠 먹어." 라고 하며 양념치킨을 포장해주셨다. 나는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공존했고 더 열심히 일해야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같이 치킨을 먹은 기숙사 친구들은 매번 내 월급날이면 꼭 이 치킨집을 가서 치맥을 하곤 했다. 사실 같은 실수를 일부러 반복하기도 했다. 공짜 치킨이 먹고싶어서... 그럴때마다 사장님은 오히려 콜라까지 쥐어주셨다.
사장님은 치킨 한마리 값, 푼돈으로 나의 하늘이 되었다. 사장님의 치킨 한마리로 나는 일을 열심히 하기위한 동기부여와 홍보도 한번에 잡았고, 오히려 그 한마리 이상의 매출을 내 월급을 통해 다시 돌려받았다. 항상 실수가 있더라도 믿고 맡겨주셨고, 나중에 전역하고 나는 카페쪽으로 직종변경(?)을 했지만 가끔 사람이 몰릴때 또는 아르바이트생이 빌때마다 사장님의 연락을 받고 긴급 땜빵으로도 일을 도와드렸다. 지금은 연락은 안하지만 졸업하기 직전까지 너무나도 내 인생에서 고마운 분으로 기억이 된다.
더 글로리 박연진의 대사는 나에게 크게 공감되는 주제였다. 내 경험과 위 드라마의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그렇지만 고용주와 고용인의 입장차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도덕적인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주어진 업무만 잘 했을 뿐인데, 성과 인정과 보상을 받았고, 더 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나는 나의 실수를 더 따뜻하게 감싸주는 사장님 덕분에 사장님의 큰 힘과 오히려 매출 상승에 도움이 되었다.
고용인을 움직이는건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고용주가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 그 마음이 내가 기대하는 인정보다 컸을때, 내 인생에서 더욱 큰 사람이 되고 하늘이 된다.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큰 돈이 아닐지라도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그 돈의 가치를 몇배를 더 크게 해준다. 괜찮다는 말 한마디. 그 말 한마디가 나를 더 힘내서 일하게 한다.
나도 팀장이 되었을때 이런 마음가짐을 실천하고자 했다. 팀원들의 잘못이나 실수, 일정을 못맞추는 행동은 괜찮다. 그럴수 있다. 나도 주니어때 그랬다. 라고 공감하고 마음을 이해해준다. 그리고 잘못된것이 아니라고 다독여주었다. 그리고 팀원은 더이상 경험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다. 이런 경험이 그 팀원이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물론 모든 일을 다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나도 내 마음만은 베풀어 보려고 노력한다. 누군가의 하늘이 되고싶어서가 아니라 내 경험이 그게 맞다고 이야기 해준다. 치킨집 사장님의 가르침을 통해 나는 조금이나마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