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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바닷가 카페 모모(2)

by Josephine

1장 감귤라떼










서연은 무언가를 한참 고민하는 듯했다. 몇 번을 쓰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 카페 문 앞에 블랙보드를 세워놓고 대표 메뉴 몇 가지를 적은 후였다. 그녀는 보드를 몇 초간 뚫어지게 보았다. 이내 결정을 내렸는지 다시 힘껏 마커를 잡고서 글씨를 써 내려갔다.


{모모카페 대표 메뉴}


감귤라떼 5.8

황금향 블랙티 6.1

감귤 당근 주스 6.8

황금향 치즈케이크 6.1

제주 말차 쉬폰 케이크 6.3

한라봉 생크림 케이크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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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제서야 보드에 적힌 글씨를 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혼자서 무슨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번 해보자!"


순간 싱그러운 바닷소리가 저 멀리에서 들려왔다. 서연은 고개를 들어 언덕 너머로 보이는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신선한 아침 공기와 함께 바다 지평선 너머로 해가 물끄러미 떠올랐다. 일출에 푸른 바다는 마치 은빛 보석 가루를 뿌려놓은 듯 찬란히 반짝거렸다. 어디선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듯 갈매기 울음소리도 같이 들려왔다. 서연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아... 좋다....."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서 제주도의 바다가 전해주는 모든 감각을 누렸다.


바다의 짠내음... 아침 일몰의 따스함... 바다 새들의 울음과 파도소리... 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이 모든 광경의 아름다움...


그녀는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한 후, 양팔을 벌려 온몸으로 바다 일출이 선사하는 따뜻함을 누렸다. 서연은 고요함과 편안함이 느껴지는 이 시간이 가장 좋았다. 얼마의 시간이 흘러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아쉽지만 여기까지... 힐링... 끝'

그녀는 그리움을 남긴 채 뒤돌아서서 카페 문으로 향했다.


서연은 카페 안으로 들어서서 내부를 한번 쭉 둘러보았다.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면 통유리 창... 그 사이로 느껴지는 부드럽고 따스한 바다 햇빛... 바다 쪽으로 놓인 흰 원형 테이블과 심플한 의자들... 곳곳에 높인 코발트블루 쿠션과 소품들... 맞은편에는 카운터와 그 옆에 에스프레소 머신과 하얀 머그잔이 놓인 미니바... 그리고 그녀가 애정하는 새끼 고양이 모모까지...


회사를 무작정 퇴사하고 이곳에 내려와서 오픈한 카페였다. 그녀는 내심 이 정도면 만족스러웠다. 사실 서연은 서울에서 도망치듯 이곳 제주도로 왔다. 그때 당시엔 바다를 보면 살 것 같았다. 왠지 바다를 보면 숨이 쉬어질 것만 같았다.


처음부터 이곳에 정착할 생각은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시간을 흘러 보냈다. 따뜻한 햇살에 멍하니 바다를 몇 시간 동안 바라보기도 하고... 근처 음식점에 가서 보말 칼국수를 먹는가 하면... 정처 없이 걷기도 하고... 목이 마르면 근처 예쁜 커피숍에서 감귤주스도 마시며...


그렇게 조금씩 시간이 흘러가자 어느새 그녀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 이곳에서... 살아보면 어떨까...?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이곳에서..."

그렇게 그녀는 이곳에서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마치 어린 새가 자신의 둥지를 잃고서 이곳저곳을 방황하다가 드디어 고향과 같은 마음의 안식처를 얻은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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