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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phine Oct 24. 2024

어느 날 내 삶이 사라졌다(15)

- 7년간의 자율신경실조증 투병기 -

2장.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


8) 상처 가시를 토해낸 상담 1


서점에서 어떤 책 한 권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평소에 책 읽기를 좋아하는 나는 그날도 어김없이 습관적으로 서점에 들러 베스트셀러 책들을 살펴보곤 했다.


그때였다.

내 눈에 책 한 권이 들어왔다.


어느 정신과 의사 분이 쓰신 상담 책이었다. 평소 심리학에 관심이 있어 대학생 때 심리학 과목을 듣기도 했고, 가끔씩 심리학 책을 읽기도 했다. 주로 내가 읽은 책은 관계 심리나 소비자 심리였다.


그 책은 의사 분이 상담하신 정신 상담 치료 위주의 내용이었고,  그 책 어느 한 부분에선 어릴 적 트라우마로 인한 심적 고통과 현재 내가 겪고 있는 불안, 공포와 유사한 증상들에 관한 글들이 있었다.


순간 머릿속에 불현듯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 아... 이게 단순한 심리 증상이 아니구나.. 어쩌면 내 어릴 적 일들과 관련이..

그래... 나도 상담을 한번 받아 보자..'


나는 병원 예약한 후, 초조한 발걸음으로 건물 안을 들어갔다.

처음 받는 상담이기도 했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몰라 더욱 긴장되었다.


똑똑똑..


"네, 들어오세요. 어떤 일로 오셨나요?"


잠시 난 머뭇거리다, 힘겹게 얘기를 꺼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타인에게 내가 겪었던 어린 시절을 얘기한 것이었다.


의사는 얼마간 얘기를 듣더니, 한마디 꺼냈다.


" 그래서요...??"


순간 얼이 나갔다.

내가 겪고 있는 심적 고통과 힘듦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듯했다.


난 순간 당황스러움과 수치심이 느껴져서, 급하게 상담을 마무리한 후 급히 건물을 나왔다.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것 같았다.

상담이 이런 거라면 다신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렇게 한동안 그 일을 잊고 지냈었다. 그 사이 난 반복된 불안과 공포가 계속 찾아왔다.


어느 날 기도를 하던 중, 다시 상담을 받으면 좋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상담 예약을 했다.

이 전엔 나름 유명하다는 곳을 찾아갔었는데, 이번엔 그냥 집과 멀지 않은 곳으로 예약했다.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드디어 상담을 예약한 날이 되었다.

건물 내부에 들어서니 그곳은 아담하고 포근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긴장된 마음을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내 순서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

드디어 원장님 방에 들어서게 되었다.


똑똑똑...


"네, 들어오세요..

.. 어떤 부분이 힘들어서 오시게 되었나요..?"


원장님은 따뜻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원장님과 눈이 마주치자 울컥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순간 느껴졌다.


'아.. 이 원장님은 진정성이 있으시구나..'


순간 흐를 것 같은 눈물을 간신히 참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 제가... 어릴 적에..."


사실 어릴 적 상처는 스스로 외면하고 싶은 마음에 나도 모르는 새 저 깊숙이 어딘가에 숨겨 놓았다. 오랫동안 묵혀진 상처는 깎이지 않은 채 뾰족한 날카로움이 있는 상처 가시가 되었다.


저 깊숙이 숨겨진 상처 가시 하나하나를 힘겹게 끄집어내어 내 입으로 원장님께 토해냈다.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얘기를 할 때마다 속에 있는 상처 가시들은 내 마음을 할퀴고 휘져으며, 하나씩 하나씩 올라왔다.

내 마음은 피투성이로 흥근 했다.


그렇게 힘겹게 애기를 꺼내다, 잠시  멈칫하자 원장님이 나에게  한마디 말을 건넸다.


"... 많이 힘드셨겠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꾹꾹 눌러온 감정이 요동쳤다.


그 말 한마디가 세상 밖으로 힘겹게 나온  내 상처 가시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했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듯했다.

내 아픔을 알아주는 듯했다.


결국 나는 원장님 앞에서 대성통곡했다.


그 방의 모든 공기가 검붉은 울음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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